지역화폐와 비트코인

연말이다. 힘겹게 살아온 한 해를 잘 마무리하고 새해를 어떻게 맞을지 고민해야 할 때다. 언짢았던 가족관계, 소원했던 친구들, 못 다 이룬 계획을 돌아보며 한 해를 정리하고 마무리해야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올 한 해 살면서 이뤄온 돈에 대한 흐름과 정리다. 돈 없이 살아갈 수 없는 것이 우리들의 삶이다. 올바른 방법으로 경제생활을 했는지, 혹여 과한 소비로 채무를 늘리지는 않았는지 올 한 해 경제인으로서의 삶에 대한 반성과 정리가 필요하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10월 11일부터 11월 10일까지 전국 19세 이상 남녀 253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3년 한국인의 의식·가치관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 전체의 86.8%가 ‘우리 사회의 가장 큰 힘은 돈’이라고 응답했다. 돈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다. 많은 사람이 더 많은 돈을 가지고 싶어 하지만 실제로 돈을 더 많이 벌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바람직하지 않은 방법으로 돈을 더 많이 벌려는 유혹에 빠지고, 돈 때문에 실패한 인생을 살아간다.

최근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적인 화폐가 잇따라 등장해 관심을 끌고 있다. 지역공동체에서만 사용이 가능한 ‘지역화폐’, 온라인 가상화폐 ‘비트코인(Bitcoin)’ 등 현대 자본주의 체제에서 나타나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지역화폐는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역주민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등 전통 품앗이나 물물교환처럼 돈이 없어도 거래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경제의 불완전성을 보완할 수 있는 가능성으로 제시되고 있다. ‘지역화폐와 여성주의’의 저자 조옥씨는 “사실 돈을 벌지 못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세상이 되고 있다. 지역화폐는 거래와 활동을 통해 돈이 아니라 이웃의 소중한 가치를 일깨워준다”며 지역화폐의 중요성을 제시하고 있다.

기존 화폐의 문제점을 보완하는 대안 화폐는 온라인상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가상의 디지털 화폐, 바로 비트코인이다. 최근 전 세계적 주목을 받고 있는 비트코인은 2009년 생겨난 디지털 가상 화폐인데 은행이나 정부의 통제 없이 누구나 발행과 거래를 할 수 있고 컴퓨터 시스템으로 발행량이 제한돼 인플레이션 걱정이 없다고 한다. 이미 미국과 중국에서 널리 쓰이면서 금융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지만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안전에 대한 문제점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2011년부터 ‘e-품앗이’라는 지역화폐를 운용하면서 지역주민의 소통과 지역경제의 활성화를 도모해왔다. 마침 인천시도 내년 3월부터 2018년 2월까지 지역화폐 사업을 시행하겠다니 기대할 만하다. 인천시도 각 구·군에서 신청 지역에서만 통용되는 화폐를 발행해 해당 지역에서 쿠폰 형태로 운영한다는 소식이다. 시는 인천시 지역화폐 운영조례를 제정하고, 공모로 시범사업 자치구를 선정해 매칭 사업으로 추진할 방침이라니, 서민들의 삶이 지금보다 더 나아질지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