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장애·노인·노점 여성 건강 챙겨
일상적 건강관리, 민관 협력이 해답

 

18일 한국산업간호협회 손주영 간호사가 경동시장 내에서 일하는 여성상인들의 건강을 체크하고 있다.sumatriptan patch sumatriptan patch sumatriptan patch
18일 한국산업간호협회 손주영 간호사가 경동시장 내에서 일하는 여성상인들의 건강을 체크하고 있다.
sumatriptan patch sumatriptan patch sumatriptan patch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감호사 손주영씨는 얼마 전 청량리 전통시장에서 일하는 주미선(55·가명)씨의 혈압을 체크하고 깜짝 놀랐다. 220/120㎜Hg. 급히 손을 쓰지 않으면 위험할 수도 있는 수치였다. 손 간호사는 얼른 가게를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주씨와 함께 근처 병원으로 달려가 진료를 받고 혈압약을 처방받았다. 이전에 혈압약을 먹다가 귀찮아서 중단했다는 주씨는 이 일을 계기로 건강검진을 받았고, 유방에 있던 혹을 발견해 치료 중이다. 평소 병원에 잘 다니지 않던 주씨는 손 간호사의 방문 검진을 받고 자칫 위험할 뻔 했던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손 간호사는 주씨가 “혈압 체크를 거절할 때 서너 번 설득하길 잘했다”며 이 일을 계기로 그의 방문을 기다리는 상인들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지난해부터 생애주기별 여성건강관리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올해는 전통시장에서 일하는 여성들의 건강관리 사업을 시작했다. ㈔한국산업간호협회 소속인 손주영 간호사는 청량리 일대의 청과물·동서·경동 시장 등 전통시장의 점포와 노점에서 일하는 여성들의 건강을 관리하고 있다. 시장 내 ‘헬스존’을 마련하고 자동혈압기, 체성분기, 전신마사지기 등을 설치하고 간호사 1명이 주중 3일을 상주하며 건강 상담과 교육을 진행한다.

전통시장에서 일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중년 이상의 여성들이지만 이들의 건강실태에 대한 조사나 건강관리 정책은 전무한 상태다. 서울시는 이번 사업으로 이곳 시장 여성들 517명의 건강실태와 요구사항을 조사했다. 조사 결과 시장 근로 여성들은 하루 보통 11시간을 일하고, 평균 시장 근로 경력은 19년이었다. 평균 연령은 59세였지만 70대 이상의 여성들도 적지 않다. 이들은 90%가량이 고용이나 산재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았고, 고객을 상대하느라 감정노동 정도가 높은 이들은 약 70% 정도가 우울감을 나타내고 있었다. 더구나 노점상의 경우 냉난방이 안 되는 바깥에서 장시간 낮은 의자에 웅크리고 앉아 일을 하기 때문에 허리 통증을 비롯해 근골격계 질환 발생의 우려가 높았다. 실태조사에 따르면 97%가 허리 통증을 호소하고 있었다.

이런 시장 근로 여성의 특성을 고려해 스트레칭 교육이나 인체공학적 의자 교체 등 맞춤형 건강관리를 진행하고 있다. 홀로 일하는 노점의 경우 자리를 비우기 어렵기 때문에 간호사가 직접 점포를 방문해 혈압과 당뇨 등을 측정하고 상담을 진행하는 것. 처음엔 건강 체크를 해보라는 권유에도 배타적으로 반응했던 시장 여성들이 이제는 손 간호사에게 “오늘은 안 오냐”며 먼저 전화를 걸기도 한다.

이승영 경동시장 번영회 총무는 “시장 내 어르신들이 누군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관심을 기울여준다는 것에 행복해한다. 대화 상대가 있다는 게 좋은 것 같다”며 “웃음치료 프로그램에 참여했었는데 스트레스가 풀려 좋았다. 한두 번으로 끝나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꾸준히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의 여성건강관리 시범사업은 임신과 출산에만 집중돼 있는 여성 건강에 대한 정책적 관심을 생애주기별 여성 건강으로 확대하고, 특히 비정규직에 집중돼 있는 여성 근로자의 건강에 대한 정책의 필요성에서 시작됐다. 지난해 4개 자치구에서 시행했던 시범사업은 올해 6개 자치구로 늘어났다. 동대문구의 전통시장 근로 여성 건강관리사업 외에도 은평구에서는 돌봄노동자, 보육교사, 취약 근로 여성을 대상으로 스트레칭 교실과 미술치유, 심리치유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강동구에서는 장애 여성 건강을 위해, 도봉구는 지역 여성단체와 연계한 네트워크를 구축했고, 성동구와 서초구는 여성노인을 위한 사업을 진행했다.

이 사업의 자문단 총괄책임을 맡고 있는 정진주 사회건강연구소 소장은 “건강관리를 질병치료나 대형병원에서 서비스를 받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이런 생각에서 벗어나 지역사회에서 지역 자원들이 결집해 일상에서 건강한 삶을 사는 것으로 변해야 한다”며 “이번 사업이 보건소와 지역사회 조직들이 민관 협력으로 이뤄졌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서울시에서 최초로 하고 있는 이번 사업이 다른 지자체와 중앙정부에까지 파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