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아 아들 살해하고 자살한 아버지의 피눈물

“엄마들은 아무도 그 아버지 욕 안 해요. 아니 못 하죠. 얼마나 힘들었을지 눈에 선하니까. 죽고 싶은 마음 참으면서 사는 엄마들 많지요.”

29세 된 발달장애인 딸을 돌보는 한국발달장애가족연구소 김명실 소장은 지난 11월 9일 서울 관악구에 사는 강모(49)씨가 자폐성 장애인 아들(17)을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실제로 발달장애를 가진 자녀를 키우는 많은 부모들은 이번 사건을 두고 “남의 일 같지 않다”며 가슴 아파 했다. 극단적 선택이지만 이번 사건이 발달장애 자녀를 돌보는 가족의 참담한 현실을 그대로 드러냈다는 말도 나왔다.

세상을 떠난 강씨의 아들은 자폐성 장애 1급 중에서도 증상이 심한 편이었다. 갑자기 옷을 찢고 자해를 하고, 가족과 교사를 가리지 않고 때리는 행동을 반복하는 아이였다고 한다. 증세가 심한 장애인은 특수학교는 물론 시설에 다니기도 어렵다. 반 아이들에게 피해를 주고, 소수의 교사나 사회복지사가 통제하기도 어렵다. 결국 아이는 부모가 24시간 내내 곁에서 돌볼 수밖에 없다.

강씨는 유서에서 ‘이 땅에서 발달장애인을 둔 가족으로 살아가는 건 너무 힘들다. 힘든 아들을 내가 데리고 간다’고 세상을 향해 마지막 목소리를 냈다. 지난 10월 부산 기장군에서도 백모(46)씨가 지적장애 1급인 아들(7)과 함께 투신했고, 지난 6월에도 극심한 양육 고통을 견디다 못한 서모(36)씨가 자폐아인 딸(4)과 동반자살을 계획했다가 딸을 살해하는 등 발달장애인 가족의 비극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지적장애인과 자폐장애인 등을 일컫는 발달장애인은 전국에 19만 명(보건복지부 2012년 통계)에 달한다. 50만명으로 추산되는 가족의 고통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하루종일 아이에게 매여 있다 보면 경제활동은 물론 사회생활을 포기해야 하고, 부부 간에도 대화할 여유조차 없어 이혼을 하거나 이혼 위기인 경우도 상당히 많다. 발달장애인 실태보고에 따르면 발달장애인 보호자의 우울 정도는 의심 척도인 16점을 훌쩍 넘기는 19.43점이다. 일반인(5.03점)의 4배에 달하고, 저소득층의 우울 점수(11.92점)에 비해서도 매우 높은 수치다. 

발달장애인 부모 모임인 기쁨터 김미경 회장은 “발달장애는 언어와 인지능력이 떨어지고, 의사 전달도 어려워 보호자 없이는 일상생활조차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며 “기쁨터는 부모들의 힘으로 여기까지 왔지만 성인이 된 아이들에게 필요한 지원을 마련하지 못해 요즘 애가 탄다”고 말했다. 발달장애인이 성인이 되어 특수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나면 정부가 지원하는 공식 돌봄을 더 이상 받지 못한다. 김 회장은 “성인 발달장애인이 일반 기업에 취업하기는 어렵지만 이들이 모여 직업훈련 등 여러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돌봐주는 시설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지체장애인에겐 유용한 활동보조인 제도가 발달장애인에게는 적합하지 않고, 발달장애도 증세에 따라 필요한 돌봄과 지원이 달라지기 때문에 발달장애인에게 필요한 지원이 무엇인지 살펴보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명실 소장은 “발달장애 자녀를 돌보느라 자신의 노후 준비는 전혀 하지 못한 부모들을 위해 경제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국회에는 이런 지원을 담은 발달장애인법이 1년 넘게 잠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