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리뷰] '전쟁터를 훔친 여인들'

 

전쟁은 아랑곳없이 하루하루 살아가고 새 삶을 잉태하는 화전민 여인들. ⓒ국립극단
전쟁은 아랑곳없이 하루하루 살아가고 새 삶을 잉태하는 화전민 여인들. ⓒ국립극단

전쟁은 힘과 남성의 역사였다. 그런데 여인들이 전쟁터를 뺏었다 한다. 왜, 그리고 어떻게? 극은 단순히 여성과 남성의 대립이 아닌 생명을 잉태하고 살리는 것과 생명에 반하고 죽이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함축해 보여준다.

이야기는 픽션이며, 관을 쌓아 형상화한 산을 무대로 꾸몄다. 난세에 왕을 꿈꾸는 도련님(왕자)이 전쟁터에 있다. 소강상태에 접어든 전쟁에서 전투는 정작 또 다른 권력 대장군과의 사이에서 벌어진다. 도련님은 그의 조언자와 사관, 지식인 등 글을 업으로 삼는 자들을 업고 왕위를 꿈꾸고, 대장군은 무기를 가진 군인을 이끌고 대립한다. 도련님은 자신을 신화화하기 위해 산위의 배롱나무 열매에서 태어났다는 열매론을 발표하고 배롱나무가 있는 산을 도성으로 옮겨갈 계획을 세운다. 그리고 “여인들이 한 달에 한번 아래로 피를 쏟는 것은 역심의 증거”라고 선언한 후, 본보기로 자신의 어머니까지 처형한다.

여인네들이 전쟁터를 차지한 건 단지 씨종자를 내주었기 때문이었다. 하루 일해 하루 먹고 사는 산속의 화전민 여인들은 “나라 없는 세월”엔 관심이 없고, 그저 “곡식 뺏어가는 나라”만 아니면 된다. 어느 봄이 가까워오던 날, 이들은 봄이 오니 씨를 심으러 가겠다는 군인들에게 씨종자와 길양식을 꾸어주고 병장기를 담보로 받는다. 산속의 진지를 움막 삼아 사흘이면 돌아온다는 그들을 기다리다 우연히 주운 적의 깃발을 진지에 걸어 전쟁에 휘말리게 된다. 전쟁에서 이들이 선전하자 왕의 지식인들은 여인들을 "몸으로 배운 형이상학"이라며 숭배하기 시작한다. 여인들은 이런 상황을 내려다보며 묻는다. “누구의 난세인가”

 

산위 진지에서 화전민 여인들이 전쟁터를 훔쳤다고 생각하는 산 아래 군인들과 대치하고 있다.sumatriptan patch http://sumatriptannow.com/patch sumatriptan patchcialis coupon free   cialis trial couponcialis manufacturer coupon cialis free coupon cialis online coupon
산위 진지에서 화전민 여인들이 '전쟁터를 훔쳤다'고 생각하는 산 아래 군인들과 대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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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단

‘과도한 욕망은 파멸을 부른다’ 김지훈 작가는 이 극의 의도를 이렇게 정리했다. “권력의지를 타고나는 남성성은 세계에 균열을 가하지만 대지를 잠재우는 여성성은 균열된 세계를 메꾸는 역할을 한다.” 씨종자와 월경은 모두 생명의 근원이다. 근원에서 멀어질 때, 기다리는 것은 소멸이다. 주림을 면하기 위한 씨종자나 먹는 것은 '생명’을 낳지만 근본에서 벗어나 ‘많이’, ‘잘’ 먹기 위한 행위는 ‘죽음’으로 이어진다. 극에서 도련님은 왕이 될 자신은 병이 나아야한다며 아기를 삶아먹는다.

왕, 조언자, 지식인, 사관, 군인 등은 실제 역사를 움직여온 인물들이다. 극에선 왕과 반목하는 대장군이 왕의 편인 조언자, 지식인과 손을 잡기도 하고, 군인과 지식인을 동일인물들이 맡아 각자의 위치는 다르지만 권력과 욕망을 향한 의지는 하나임을 풍자한다. 그리고 역사의 주변부에 있던 여성과 없는 자, 소소한 씨종자, 숨겨야만 했던 월경 등에 주목해 삶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는 성을 쌓는 게 아니라 생명 그 자체임을 역설한다.

애초 국립극장 달오름관(500석) 재개관 기념으로 기획된 이 작품은 이호재, 오영수, 김재건, 정태화, 길해연, 황석정 등 중량감 있는 배우들이 대거 출연했으나 개관이 늦어져 백장극장(200석)에서 막을 열었다. 장면의 변환 없이 한 무대 안에서  높낮이와 위치, 조명에 따라 장소를 표현한 무대가 인상적이다. 등장인물들이 상대배우를 보고 말하지 않고 관객을 바라보며 연기와 대사를 해 극 몰입도를 높였고, 음향은 무대 양편에서 각종 전통악기로 소리를 만들어내 생생함을 더했다. 다만 4시간짜리 대본을 반으로 줄여 이야기의 전개를 따라가기 힘들다는 점이 아쉽다.

공연은 오는 8일까지.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 문의 1688-59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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