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어린이집 늘리는 보육정책 재검토해야

나는 5살, 2살 두 아이를 키우며 일도 하고 있는 워킹맘이다. 워킹맘들은 다 공감하겠지만, 우리나라에서 아이를 키우는 일은 끊임없이 누군가에게 미안해하는 일의 연속이다. 때론 아이를 돌봐주는 친정어머니, 시어머니, 아이돌보미에게, 때로는 어린이집, 유치원 선생님에게, 때론 직장 동료들에게, 그리고 가장 크게는 엄마에게서 떨어져서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야 하는 아이들에게도 말이다.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는 워킹맘들에게는 걱정 없이 아이를 믿고 맡기며 일할 수 있는 보육 시스템이 간절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0∼5세 무상보육 및 무상교육’을 대표적 복지공약으로 내세웠으며 올해 3월부터 무상보육 정책이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영유아 보육비의 대부분을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는 상황에서 지자체의 재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시행됐기 때문에 대부분의 지자체들이 무상보육으로 인한 재정 부담으로 힘겨워하고 있다. 국고보조율을 20% 상향 조정하는 법안이 이미 작년 11월 여야 합의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했으나, 여전히 새누리당 반대로 본회의 상정이 막혀 있다. 정부가 최근 보조금관리법 시행령을 개정해 국고보조율을 10% 상향 조정하기는 했지만, 이 정도의 국고보조율 인상으로 무상보육정책이 제대로 시행될 것인지 우려스럽기만 하다.

또 ‘무상보육’이라는 말을 내세웠으나 과연 정말로 부모가 돈 걱정이나 아이들 걱정 없이 믿고 맡기는 보육이 실현되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우리나라 어린이집 중 88%가 가정어린이집과 민간어린이집이고, 국가가 운영하는 국공립 어린이집의 비율은 5%에 불과하다. 무상보육 정책 이후 가정어린이집이 급증했지만 관리되고 있지 않고, 특별활동비 등이 증가해 부모의 부담은 크게 줄지 않고 있다고 한다.

보육정책이 중요한 이유는 과거 여성의 몫이라고 여겨졌던 보육을 사회가 일정 부분 책임을 부담해 양성평등과 여성 사회참여를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과연 지금의 보육정책이 이러한 정책 목표에 맞춰 실현되고 있는지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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