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 남편 우발적 살해’ 1년반 만에 광복절 특사로 풀려나 고국행
프놈펜대 한국어과 진학… 대구YWCA 학비 생활비 지원

“지금도 한국에서 겪었던 일에 대해 꿈을 꾸곤 해요. 하지만 기도해주시고 후원해주신 분들이 계셔서 잘 이겨내고 있습니다. 딸 유나는 잘 크고 있어요. 예쁘게 자라줬으면 좋겠습니다. 한국어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나중에 저도 한국에 가서 언니들(대구YWCA 간사들)처럼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2009년 1월 폭력 남편을 살해하고 복역하다 2010년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캄보디아로 돌아간 결혼 이주여성 초호은릉엔(한국명 초은·23)씨가 모국에서 딸과 함께 새로운 삶의 희망을 일구고 있다. 왕립프놈펜대 한국어과 2학년에 재학 중인 초은씨는 낮에는 봉제일과 통역, 가이드 일을 하고 밤에는 야간대학에서 주경야독을 하고 있다. 4살배기 딸 유나는 어머니가 돌보고 있다.

초은씨는 2008년 만 17세에 스무 살 연상의 한국인 남성과 결혼했다. 남편은 일주일에 서너 번씩 술을 마셨고 아내를 폭행했다. 임신 3개월이던 2009년 1월 술에 취한 남편에게 구타당하던 초은씨는 더 이상 때리지 말라며 칼을 들었고, 넘어지면서 칼에 찔린 남편은 며칠 후 사망했다. 초은씨는 남편을 살해한 죄로 4년을 선고받고 그해 8월 부산에서 딸 유나를 출산했다. 딸은 친정어머니와 함께 캄보디아로 보내졌고, 1년5개월을 복역한 초은씨는 2010년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출소해 모국으로 돌아갔다.

당시 대구지역 이주여성인권센터와 대구YWCA를 중심으로 한 여성단체들은 초은씨 사건을 ‘가정폭력에 의한 정당방위’로 주장하며 대대적인 구명운동을 진행했다.

초은씨가 고국으로 돌아간 후 대구YWCA는 2011년부터 4년 간 초은씨에게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다. 초은씨는 매달 200달러(약 21만원)를 받아 학비와 생활비, 양육비로 충당하고 있다. 대구YWCA는 창립 90주년을 기념해 최근 캄보디아 프놈펜에 있는 초은씨의 집을 방문했다. 초은씨를 만나고 돌아온 박선 사무총장은 “초은씨가 성실하게 열심히 살고 있는 모습을 보고 왔다. 한국을 회상할 때는 많이 울었지만 평소에는 얘기도 잘하고 밝은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박 총장은 이어 “한국에서 상처가 많아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밝게 지내고 있었다”며 “한국 노래를 가르쳐주면 금방 배워서 할 수 있을 정도로 상당히 똑똑하고 성실했다”고 말했다.

청주교도소 수감 중 기독교 신앙을 갖게 된 초은씨는 캄보디아에 돌아가서도 교회를 통해 다른 사람을 돕는 봉사활동에 열심이다. 초은씨는 “나를 돕고 있는 YWCA 같은 시민단체를 통해 어려운 이들을 돕고 싶다”고 말했다.

 

sumatriptan patch sumatriptan patch sumatriptan patch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