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여성 최초 방송사 사장, 원음방송 이관도 교무
원불교는 남녀평등을 목소리로만 외치지 않고 몸소 실천하는 몇 안 되는 종교다.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수위단회에 여성 교무들도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위단회뿐 아니라 각 지역 교구당을 책임지는 여성 교무도 많다. 원불교가 운영하는 원음방송 수장 역시 여성이다. 최근 서울 동작구 흑석동 원음방송에서 방송사 사상 최초 여성 사장인 이관도 교무를 만났다.
원불교는 여성 교무들의 복장만큼이나 ‘꼿꼿한’ 민족 종교다. 일제강점기였던 1916년 소태산 박중빈이 불교의 진리를 생활 속에 전파하기 위해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는 구호를 외치며 만들었다. 경전은 교리 강령인 ‘정전’과 대종사 소태산의 언행을 수록한 ‘대종경’을 합한 ‘교전’이다. 2013년 11월 현재 신도 수가 50만 명이며 현재 군종 활동도 하고 있다.
“‘맑고 밝고 훈훈한 방송을 만들자’가 제 방송 철학이에요. 미디어의 선정성과 폭력성이 날로 짙어지지만 원음방송만은 아름다운 이야기를 많이 담으려 해요. 한 인격을 죽이는 사건은 나온 팩트만으로 간단히 정리 수준으로만 다뤄요. 채동욱 전 검찰총장 일만 해도 그래요. 당사자들의 찢어지는 마음을 고려하는 언론은 거의 없었잖아요. 오히려 언론이 나서서 일을 크게 만들었죠. 원음방송의 ‘보도와 평론이 나아갈 길’ 첫째 원칙은 ‘모든 뉴스는 엄정 중립을 원칙으로 하고 모든 평론은 설득적이어야 하며, 공격적이어서는 결코 안 된다’예요. 채 전 총장 뉴스도 그래서 저희는 단신으로만 다뤘어요.”
원음방송은 종교방송이기 때문에 편성의 60%를 종교 내용으로 채운다. 종교 색채를 얼마나 녹이는가는 경영진의 선택이다. 원음방송은 종교 색채가 옅은 쪽에 속한다.
“방송은 공공재거든요. 또 원음방송의 청취자·시청자가 원불교 신자분들만 있는 건 아니잖아요. 라디오 방송은 하루 종일 운전하는 택시 운전기사, 화면 해설이 없으면 TV 방송을 볼 수 없는 시각장애인, 가내 수공업 하시는 분들이 많이 들으세요. 그분들한테 원불교의 좋은 교리를 은연중에 소개하면서, 좋은 노래를 선곡해 들려주는 게 저희의 역할이자 기쁨이죠.”
시사보도와 평론 기능을 하는 ‘민충기의 세상읽기’부터 40~50대를 위한 음악 프로그램 ‘노래하나 추억 둘’, 10~20대를 위한 ‘뮤직플러스텐’, 어르신들을 위한 건강 정보 프로그램 ‘한방 Talk! 건강상담소’ 등 원음방송의 전파를 타는 프로그램의 면면은 다양하다.
“공영방송이 아니기 때문에 정부로부터 받는 보조금이 일절 없어요. 주수입원은 광고예요. 종교방송이기 때문에 광고를 주는 대로 받을 수도 없죠. 재원이 넉넉지 않으니 PD가 진행·작가 역할까지 맡는 경우도 있어요. 다른 방송보다 상업화되지 않은 점을 높이 사서 애청자가 되시는 분도 많이 계세요.”
이 교무는 대종사 소태산이 종교 내 최고 기구인 수위단회의 남녀 동수를 이룬 것처럼, 원음방송에 여성 직원을 많이 두려 한다. 물론 남성을 역차별하는 것은 아니다. 성별을 떠나 능력 중심으로 인사를 하다보니 PD는 물론 기자, 행정직 등에서 일하는 여성들이 많은 편이다.
“원음방송에서는 자신이 여성이라고 남성 뒤에 숨어 힘든 일을 안 하려 하거나, 실수를 해도 봐주길 바란다면 살아남을 수 없어요. 성별 차이와 업무 능력은 상관관계가 없죠. 다만, 서로의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보완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그것을 명확히 알고 실천에 옮기면 된다고 생각해요. 여자니까, 혹은 남자니까 무엇을 하고 하지 말지 정해진다는 사고 자체가 남녀차별 아닌가요?”
이 교무는 종단 내 요직을 차지하는 여성 교무들이 많은 것에 대해서는 “태생부터 그래왔기 때문에 특별한 의미로 다가오지는 않는다”며 “신앙 수행에 있어 남녀가 평등하듯, 교육·선교·봉사 등 적재적소에 제 소임을 다할 수 있는 교무들이 성차별 없이 임명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관도 교무(법호 도타원)
원광대 원불교학과 졸업
원광대 대학원 행정학과 졸업
원불교 남서울교당, 신창원교당 교무
원불교 수위단회 전문위원
학교법인 원명학원 이사
학교법인 전인학원 이사
민주평통 자문회의 상임위원
현 한방건강TV 사장
현 원음방송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