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운동가 임윤정씨
워킹맘 임윤정(36)씨는 환경 관련 단체 사무국장으로 4세 남자아이를 둔 워킹맘이다. 임씨는 오전 7시에 아이를 깨워 같은 빌라 아래층 친정집으로 보내고 바로 출근을 한다. 아이의 아침밥을 챙겨주지도, 유치원 버스를 타는 것도 보지 못한다. 경기도 구리시 집에서 사무실이 있는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까지 버스 타고 지하철로 갈아타고 왕복 3시간이 넘는 거리를 오가야 하기 때문이다. 임씨는 “팔십 넘은 부모님이 아이를 봐주시니 이 정도 고생은 감수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임씨는 환경교육 사업을 진행하느라 외부 미팅, 교육도 많고 NGO 특성상 실무부터 책임까지 모든 일을 주관해 정신없이 바쁜 하루를 보낸다. 지난 9월에는 호주로 6일간 출장을 다녀오고 얼마 전에는 또 제주도로 3일간 출장을 다녀왔다. 평일에는 잦은 야근으로 아이 얼굴을 보기가 어렵고 출장 때는 며칠씩 집을 비우니 아이가 무엇을 먹고 입고 사는지 모르기 일쑤다.
제대로 퇴근하는 날도 저녁 9시쯤 돼야 집에 도착하는 임씨는 친정집에서 저녁을 먹고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간다. 아이는 유치원에서 배운 노래며 하루 종일 지낸 일을 얘기하고 또 놀아달라고 보채지만 지쳐서 쉬고 싶은 마음인 임씨는 모든 게 귀찮기만 하다. 겨우 책 한 권 읽어주고 아이를 재우고 나면 11시. 그때야 다음 날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챙겨보고 밤 12시가 넘어 잠자리에 든다.
평일엔 밥도 못 해 먹고 집안일은 엄두도 못 내고 주말에 몰아서 청소며 빨래를 한다. 결혼 전에는 중국, 영국으로 단기간 유학도 다녀오고 탱고 동호회에서 취미생활도 즐겼지만 지금은 가까운 친구조차 만나기 힘들고 개인 생활이 거의 없다.
임씨는 답답한 심정을 토로한다. “세상을 위해 의미 있는 일을 하겠다는 나의 꿈을 실천할 수 있는 지금의 일이 좋아요. 아이도 또 다른 나의 행복이기도 하죠. 결혼 전 취미생활을 함께했던 남편과도 시간을 많이 갖고 싶어요. 하지만 요즘은 이 나이에 벌써 몸이 축나는 걸 느껴요. 일과 가정생활을 현명하고 지혜롭게 하는 방법이 없을까요? 나만 이렇게 힘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