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들만 가냐? 엄마도 소풍 간다!
너희들만 가냐? 엄마도 소풍 간다!
  • 이재영 / 여행작가
  • 승인 2013.10.11 15:06
  • 수정 2013-10-21 18: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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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도 쉬어간다는 운길산에선 고된 인생사도 소풍이 된다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의 보물 같은 남양주

새벽 네 시, 다섯 시, 여섯 시. 소풍 도시락을 싸기 위해 평소보다 두세 시간 일찍 일어난 엄마들은 물 먹은 솜처럼 늘어져 있었다. 관광버스에 아이들이 줄줄이 올라탔다. “잘 다녀와~” 저 멀리 버스가 사라질 때까지 크게 손을 흔들던 엄마들은 크게 숨을 내쉬며 한마디씩 했다. “힘들어! 피곤해! 나도 엄마가 싸주는 김밥 들고 소풍 가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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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로운 국도, 아름다운 숲 속의 절

다음 날 우리는 소풍을 떠났다. 더 이상 엄마의 도시락을 기대할 순 없지만 밖에 나가 남이 해주는 밥을 먹을 수 있으니 그것으로 만족이었다. 멀리 떠나지 않아도 즐거운 소풍. 미묘하게 바뀐 바람의 향기만으로 신나는 여행길. 소풍 떠날 곳을 선택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차로 한 시간 이내, 아이들 하교 전에 돌아올 수 있고 맛있는 먹거리, 볼거리 가득한 곳. 근교에 모든 이유에 부합하는 남양주라는 보물 같은 곳이 있었다.

개발 여파로 남양주라고 하면 주로 아파트 단지들이 밀집된 새로운 다운타운을 떠올리지만 어디까지나 서울과 붙어 있는 남양주 서쪽의 이야기다. 양평, 가평, 광주, 포천 등과 경계한 남양주의 동북쪽은 아직까지 자연이 그대로 남아 있다. 게다가 다산유적지, 종합촬영센터 등을 비롯해 특별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 또한 많이 있다. 그중에서도 우리는 강변북로 끝에서 이어지는 덕소에서 시작해 45번 국도 길을 따라 팔당대교를 지나 운길산 수종사에 오르기로 했다. 소풍이라고 하면 동네 뒷산이 제일이었던 20세기 학생들인지라, 산과 절을 둘러봐야 진짜 소풍 다녀 온 기분이 날 것 같아서였다.

한가로운 평일의 국도는 아름다웠다. 키가 자란 코스모스와 이름 모를 풀꽃들이 늘어선 길 위를 물빛의 하늘이 높이 올라 지켜보고 있었다. 돌이켜보면 소풍의 묘미는 이동하는 길 위에 있었다. 교실이 아닌 버스라는 공간에서 친구들과 좋아하는 노래를 함께 부르고, 맛있는 간식을 나눠먹고, 몰래 비밀 이야기를 하면서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고, 상대의 새로운 면을 발견하곤 했다. 마치 그때처럼 떠나는 것만으로 이미 벅찼던 우리는 이미 즐거웠다. 차 한 대에 다섯 명이 구겨 타고 달리고 있었지만 좁은 줄도 모르고 연신 깔깔댔다.

팔당대교를 지나 수종사가 있는 운길산으로 가는 길에 며칠 전 슬로푸드 국제대회를 개최한 흔적이 보였다. ‘아시오구스토(AsiO Gusto)’. 이탈리아 토리노시에서 열리는 ‘살로네델구스토(Salonedel Gusto)’, 프랑스 투르시에서 개최되는 ‘유로구스토(Euro Gusto)’와 더불어 아시아 최초로 열리는 세계 3대 슬로푸드 국제대회에는 아시아와 오세아니아 40여 개국이 참가해 맛으로 바꾸는 세상이라는 주제로 느린 삶에 대한 축제를 벌였다고 한다.

소풍처럼 사는 게 인생인 걸!

알록달록한 현수막을 지나 조금 더 달리니 구름이 쉬어 간다는 뜻의 운길산 앞, 수종사 푯말이 보였다. 세조가 인근에서 묵게 됐을 때 한밤중에 들리는 종소리에 놀라 부근을 조사해보니, 바위굴에서 물이 떨어지는 소리가 울린 것이기에 이름 지어졌다는 절 수종사(水鐘寺). 혹시 그 때 그 종소리가 들리지 않을까 귀를 세우고 들어선 산중턱 숲 속의 절에는 소리가 아닌 절경이 펼쳐졌다. 남한강과 북한강 두 강이 만나는 곳이라는 두물머리였다. 모두 호흡이 멈춘 듯 고요했다. 그리고 연이어 만난 세조가 직접 심었다는 수령 555년 된 은행나무까지. 대자연 앞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말이라곤 고작 세상에, 어머나 같은 작은 감탄사뿐이었다.

크기를 가늠할 수 없는 시간과 자연의 위대함을 가슴 가득 담고 내려오면서 우리는 세상사에 대해 조금 편안해졌다. 아이가 공부 좀 못하면 어때, 남편이 좀 무심하면 어때, 살림이 나아지지 않으면 어때, 새벽에 일어나 김밥 좀 싸면 어때, 이렇게 잠깐 즐거운 소풍처럼 사는 게 인생인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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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들이 가볼 만한 남양주 추천 맛집

남양주는 주말 가족여행지로 많이 찾는 곳. 때문에 맛 집 또한 주말이면 무척 붐빈다. 평일 시간이 허락되는 엄마들이라면 한가한 평일 남양주 맛집 투어를 계획해 보는 것도 좋다.

덕소불고기=새콤달콤한 비빔국수에 싸 먹는 바싹 구운 불고기가 일품. (031-577-3892 와부읍 월문리)

목향원=찰밥, 석쇠불고기, 신선한 채소가 어우러진 쌈밥으로 유명한 곳으로 드라마 ‘내 사랑 나비부인’의 촬영지이기도 했다. (031-527-2255 별내동 2335-3)

기와집순두부=직접 만든 두부로 만들어지는 각종 두부 요리를 맛볼 수 있다. 각자 담아 가져갈 수 있는 고소한 비지는 서비스.(031-576-9009 조안면 조안리)

운길산 장어집=수종사가 있는 운길산 입구에 민물장어 구이촌이 있다. 어느 곳에 가도 맛이 있지만 운길산장어집이 가장 유명하다. (031-576-8908 조안면 진중리)

카페 고당=한옥으로 지어진 카페로 댓돌에 신발을 벗고 올라가 사랑방에 앉아 마당을 바라보며 마시는 커피 맛이 일품이다. (031-576-8090 조안면 조안리 192)

엄마들의 특별한 남양주 나들이 코스

왈츠앤닥터만 커피 박물관=커피에 대한 역사를 배우고 문화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북한강이 펼쳐진 풍광 좋은 곳에 자리한 이곳은 카페와 박물관으로 나뉜다. 커피 컬렉션 전시, 커피 묘목과 시음 등 다양한 커피 체험이 가능하다. 단순한 음료가 아닌 문화로 자리매김한 커피의 상징성을 토대로 매주 금요일 ‘닥터만 금요음악회’가 개최되기도 한다. 음악회는 저녁 시간에 개최되므로 가족과 함께 하면 좋다. 어린아이들도 입장이 가능한 음악회라 아이들에게 좀 더 가까이 음악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다. 여력이 된다면 금요일 밤 엄마들만의 문화 일탈을 계획해도 좋다.

남양주종합촬영소=국내 유수의 영화들의 배경이 된 촬영소로 132만2314㎡(40만 평) 규모에 다양한 볼거리를 갖추고 있다. 영화 ‘취화선’과 ‘공동경비구역 JSA’를 촬영하기 위해 제작된 실물 크기의 야외세트에서 영화문화관, 영상체험관, 의상실, 소품실 등과 매달 한 편씩 한국 영화를 무료로 상영하는 시네극장 등이 있다. 누구나 관람할 수 있다. 성인 입장료는 3000원. 아이들을 위한 체험이 아닌 엄마 스스로의 문화 충전을 위해 한가하게 둘러보기에 좋은 장소다.

남양주유기농테마파크=세계유기농대회를 위해 만든 ‘남양주 유기농 테파마크’는 자연생태 보전을 주제로 한 테마파크로 유기농에 대한 구체적인 지식을 얻을 수 있는 곳이다. 유기농의 기본 원리와 가치, 자연의 순환과 생물의 다양성 등을 교육하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있어 언제나 먹거리에 신경써야 하는 엄마들에게 도움을 준다. 유기농 엄마학교도 운영한다.

다산 유적지=다산 정약용 생가 여유당, 다산의 묘, 다산기념관, 다산문화관으로 구성된 다산 유적지는 역사적으로 의미가 남다른 곳이다. 아이들 교육에 늘 신경을 곤두세우는 엄마들이 아이보다 먼저 다산의 업적을 돌아보고, 조용히 생각하며 걷기 좋다.

덕소아울렛=남양주를 들어가는 입구인 덕소에 마련된 아웃렛. 엄마들 스트레스 푸는 데 뭐니 뭐니 해도 쇼핑이 빠질 수 없다. 남양주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들러 저렴한 가격에 ‘득템’까지 한다면 여행의 여운이 더 오래 갈지도 모를 일이다. 아웃렛 옆 한강 둔치와 연결된 작은 카페에서의 티타임도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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