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을 통해 부와 명예 얻기 원하는 재스민의 욕망
영화 ‘블루 재스민’은 뉴욕과 샌프란시스코를 배경으로 주인공 재스민(케이트 블란쳇)이 겪는 급격한 상황 변화와 불안정한 심리를 밀착 표현한 작품이다. 재스민은 사업가 할(알렉 볼드윈)과의 결혼으로 뉴욕에서 상위 1%의 생활을 누린다. 그러나 할의 비리와 외도에 따른 파산과 이혼으로 하루아침에 빈털터리 신세가 돼 동생 진저(샐리 호킨스)가 사는 샌프란시스코로 간다. 동생 집에서 신세를 지게 된 재스민은 일단 치과 병원에서 진료 접수 일을 시작한다. 다시 대학에 들어가 공부도 하고 뭔가 ‘중요한’ 일을 하리라는 꿈도 꾼다. 인테리어 디자이너를 꿈꾸며 하루하루 컴퓨터도 배워나간다. 하지만 함께 근무하는 병원 의사가 호감을 표현한다며 강제로 추행하려 하자 일을 더 이상 이어 나가지 못하게 된다.
다시 ‘번듯한’ 직업을 가진 남자를 만나 새로운 인생을 살아갈 꿈을 꾸는 재스민. 어느 날 동생과 함께 간 파티에서 외교관 드와이트(피터 사스가드)를 만나 결혼까지 약속한다. 들뜬 마음으로 드와이트와 반지를 맞추러 가던 재스민은 공교롭게도 동생의 옛 남편과 마주친다. 그에게서 예전 할과의 결혼생활 때 함께 살았던 의붓아들 소식을 듣고 찾아간다. 아들 대니는 할이 경찰에 잡혀가고 집안이 풍비박산나던 때 집을 나가 소식이 끊겼다. 아들과의 대화에서 차마 마주할 수 없었던 기억을 직면하는 재스민. 어쩌면 그가 가장 용서할 수 없었던 이는 바로 자기 자신 아니었을까. 그러나 할의 비리와 외도 사실은 명백했다. 특히 할의 외도는 재스민을 깊이 상처 입혔고 결국 두 사람의 삶은 송두리째 뿌리 뽑히게 됐다.
한 사람의 독립된 여성이기보다 누군가의 아내로서 존재 가치를 인정받는 게 익숙한 남성 중심 사회에서, 남성을 통해 부와 명예를 얻고자 하는 재스민의 욕망은 지극히 현실적이다. 그런데도 모든 것을 잃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끝끝내 지난날의 자존심으로 버티는 그의 모습이 안타깝게 느껴지는 건, 그가 생각하기엔 ‘중요하지 않은’ 마트 계산원 일을 하고 ‘루저’ 애인 칠리(바비 카나베일)와 만나는 동생 진저보다 그 자신이 행복해 보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재스민의 불안하고 날카로운 심리 상태를 호소력 있게 표현해낸 케이트 블란쳇의 눈빛 연기는 시종일관 관객을 몰입하게 하는 힘이다. 한편 익살스럽고 유쾌하게 이야기를 이끌어가면서도 한 인물의 심리를 섬세하게 그려낸 ‘블루 재스민’의 감독 우디 앨런은 자신의 44번째 작품인 이 영화로 2014년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공로상을 받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