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는 이제 정치존중과 통합구축,
복지조정, 내치강화, 국민이 체감하는 성과 달성을
최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 6개월을 맞았다. 박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국민행복, 희망의 새 시대를 열어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새 정부는 집권 초기부터 정부조직 개편 파동, 인사 참사, 윤창중 사건, 야당의 장외 투쟁 등으로 골든타임을 허송세월했다. 이런 맥락에서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박근혜 정부 6개월은 ‘국민 불행 시대’의 서막인지도 모른다는 평가에 대해서 숙고가 있어야 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새 정부는 ‘5무(無) 5유(有)’가 판을 친 ‘굴곡의 6개월’을 보냈다. 첫째, 정치는 없고 통치만 있었다. 박 대통령은 5선 국회의원 출신이지만 ‘여의도 정치’와 의도적으로 거리를 두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탈여의도 정치’를 외치며 정치를 홀대했던 것과 유사하다.
이런 인식 때문인지 박 대통령은 자신을 도와 정권 재창출에 앞장섰던 친박 인사들을 초기 내각과 청와대 인사에서 배제했다. 반대로 정통 관료와 학계 출신들을 중용했다. 이들의 비율이 70% 이상을 차지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정치의 본질은 가치를 권위적으로 배분하고 갈등을 조정하는 것이다. 반면 통치의 핵심은 권력자가 자신에게 주어진 권한을 토대로 지시하고 통제하는 것이다. 문제는 대통령이 정치를 무시하고 통치에만 집중하면 대립과 갈등의 정치가 판을 치게 된다. 무엇보다 대통령이 정치로 풀어야 할 문제를 정치로 풀지 못하면서 정국이 쉽게 꼬이게 된다.
이런 우려가 새 정부 출범 6개월 동안 현실로 나타났다. 둘째, 통합(탕평)은 없고 분열(배제)만 있었다. 박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100%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했고, “대탕평 인사를 통해 국민 통합에 앞장서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런 약속은 초기 인선에 실패하면서 크게 퇴색됐다.
한편 박 대통령은 “국회와 야당을 존중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약속도 했다. 그런데 작금의 정치 상황은 어떠한가? 국정원 국정조사 파행으로 여야 간 극단적 대립의 정치가 판을 치고 있고 야당은 또다시 ‘거리의 정치’에 함몰됐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박 대통령에게 야당 대표를 존중해달라고 요구하면서 대통령과의 일대일 단독 회담을 제안했지만 매몰차게 거절당했다. 정치가 죽어 있다는 방증이다.
셋째, 재원 확보는 없고 복지 확대만 있었다. 박 대통령은 공약 가계부를 만들면서까지 지난 대선에서 약속했던 복지를 확대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를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약 135조원의 재원을 확보하기가 결코 만만치 않다. 올 상반기에 10조원 정도의 세금이 덜 걷힌 것이 이를 입증해준다. 그런데 현 정부는 ‘증세 없는 복지’라는 실현 불가능하고 상호 모순된 정책 목표에 집착하고 있다. 이런 잘못된 집착이 정부로 하여금 ‘중산층 세금 폭탄’이라는 호된 질책을 받은 세제 개편안을 제시한 근원이 되기까지 했다.
넷째, 내치 효과는 없고 외치 효과만 있었다. 박 대통령의 방미·방중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더불어 원칙 있는 대북 정책은 많은 국민의 신뢰를 받았다. 분명 이런 외치 효과는 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 지지도를 상승시키는 요인이 됐다. 그러나 창조경제, 경제민주화 등 박 대통령의 국정 철학이 반영된 어젠다와 연계된 일자리 창출과 같은 내치 효과는 아주 미약했다.
다섯째, 국민이 체감하는 성과는 없고 대통령의 의욕만 있었다. 대통령은 국무회의와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누누이 구체적인 실행의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실제 국민이 체감하는 성과는 거의 없었다. 박 대통령은 최근 ‘비정상의 정상화’를 화두로 꺼냈다. “과거의 비정상적인 것들을 정상으로 되돌려 기본이 바로 선 국가를 만들기 위해 새로운 변화와 도전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향후 박근혜 정부가 정상화를 위해 무엇을 최우선으로 추진해야 할지 분명해졌다. 정치 존중, 통합 구축, 복지 조정, 내치 강화, 국민이 체감하는 성과 달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