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 줄어드는데
복지혜택 늘리는 것
옳은 처방 아냐…
증세 없는 복지 가능한지
원점에서 재검토를

박근혜 대통령이 12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여론의 질타를 받았던 세제개편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서민경제가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인데 서민과 중산층의 가벼운 지갑을 다시 얇게 하는 것은 정부가 추진하는 서민을 위한 경제정책 방향과 어긋나는 것”이라고 그 이유를 밝혔다.

한번 내린 결정에 대해서는 좀처럼 바꾸지 않는 박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빠르게 유턴한 것은 시의적절한 조치였다. ‘중산층 세금폭탄’ 논란을 빚으며 여론이 악화되면 심기일전해서 새롭게 시작하려는 하반기 국정 운영에 큰 차질을 빚을 것을 우려해 서둘러 진화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세제개편안 파동은 국정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당·정·청의 치명적 한계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첫째, 집권당인 새누리당의 무능과 정부의 오만함이다. ‘2013년 세법개정안’은 수차례의 당정협의를 통해 만들어졌는데도 새누리당은 기획재정부의 원안 고수 방침을 꺾지 못했다. 아마추어 수준에 불과한 새누리당이 프로인 정부에 속수무책으로 끌려다녔다. 일이 터진 후에 야단법석을 떠는 새누리당을 보면서 과연 이 당이 집권당인지 의심스러울 지경이었다.

둘째, 졸속 처리의 극치를 보여줬다. 정부가 7개월 준비한 것을 대통령이 나흘 만에 원점 재검토를 지시하고 대통령 지시 하루 만에 정부가 대폭적인 수정안을 제시했다. 정부는 13일 세금을 더 내야 하는 총 급여 기준을 3450만원에서 5500만원으로 수정안을 마련했다. 결과적으로 세금을 더 내야 하는 납세자가 기존 세법개정안의 434만 명에서 205만 명으로 줄어들었다. 이 조치로 연간 4400억원의 세수 감소가 예상된다. 하지만 세수 감소에 대한 정부의 구체적 처방책이 제시되지 못했다. 당장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원점 재검토를 하겠다고 해놓고 원점은 그대로 놔두고 숫자 몇 개만 바꾼 답안지 바꿔치기 수준이다. 졸속이고 미봉책”이라고 비판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셋째, 이번 파동에 대해 어느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는 황당함이다.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은 “고통을 느끼지 않게 거위에서 깃털을 뽑는 수준이 이번 세제개편의 정신”이라는 국민을 희롱하는 어이없는 말을 했다. 그런데도 정무적 판단이 부족해서 생긴 일이라며 책임지는 모습은 전혀 없었다.

박 대통령이 원점 재검토를 지시하는 방식에도 문제가 노출됐다. 정상적이라면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가 아니라 실무 담당자인 현오석 경제부총리를 불러서 지시했어야 했다. 또 그 자리에서 이유가 무엇이든 국민에게 혼선을 준 점에 대해 먼저 사과했어야 했다. 정부 세제안이란 결국 대통령의 최종 재가를 받아 발표된 것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민감한 정책 사항에 대해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를 통해 일방적으로 지시하는 것도 잘못된 것이다. 이것은 대통령의 지시를 받은 청와대 비서들이 장관에게 지시하라는 것과 같은 것이다. 박 대통령은 줄곧 새 정부에서는 장관들에게 업무와 관련된 모든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고 청와대 비서는 비서 본연의 업무만 담당하게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청와대 수석 중심의 국정 운영은 이런 약속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는 피해야 한다.

여하튼 이번 세제개편안 파동으로 박근혜 정부는 야당으로부터 “신뢰할 수 없는 무능한 정부”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세제 파동을 통해 정부가 얻어야 할 교훈은 정직이다. 스웨덴은 세율을 최하 30%, 최고 58%로 정해 ‘고부담 고혜택’의 복지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더구나 이런 복지정책에 대해 국민 70% 이상이 찬성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저부담 고혜택’의 복지정책을 추진하려는 위험성이 있다.

당장 박 대통령은 세제개편안 원점 재검토를 지시하면서 “교육비나 의료비 지원 등 중산층이 피부로 느끼는 예산 사업은 번영 규모를 더 늘리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라”고 주문했다. 세제수정안으로 세수는 줄어드는데 복지혜택을 더 늘리라는 것은 옳은 처방이 아니다. 이제 정부는 과연 증세 없는 복지가 가능한지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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