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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월 이무영 서울지방경찰청장 취임 후 여경조직에 일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그간 여경 스스로 진정한 민중의 지팡이로 승부하기

위해선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체감해왔지만, 이들의 이런 잠재적

욕구가 표출돼 이것이 실질적으로 제도와 정책에 반영되는 데는 이

무영 청장의 의지가 견인차 역할을 했다. 서울청의 여경정책은 다른

지방자치단체들의 여경정책을 선도해나간다는 데 그 의의가 있다.

무엇보다 이 청장의 여경정책 근저엔 “여경들의 지위향상문제에

있어 여경을 여경시 말아야 한다”는 점에서 역대 청장들과 차별화

된다. 여경역사상 유례없는 축제분위기 속에서 치뤄질 여경 창설 53

주년 기념 ‘여경의 날’을 앞두고 이 청장을 만나봤다.

-청장님 취임후 여경들의 사기가 많이 올랐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과거 여경들은 전화를 받거나 지리안내, 미아보호 등 단순 분야에

서만 일해왔습니다. 그러다보니 역할증대는 커녕 위축되기까지 했지

요. 그래서 취임후 제 나름대로 서울청 여경들부터라도 획기적 변화

를 꾀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일례로 지난 3월의 여경기동대 발족

(2개 중대 2백73명), 112신고센터(60명)와 형사계 강력반(14명) 배치,

파출소장 임명(4명) 등 근무영역을 확대하고자 힘써왔는데, 다들 하

나같이 실적이 참 좋아요.

특히 여경기동대의 경우, 그동안 시위현장에 난무하던 화염병과 최

루탄의 악몽을 깨끗이 씻어주는 역할을 해냈습니다. 여성 특유의 평

화 이미지로, 또 인내심으로 시위문화를 정화시켜 경제적 손실을 최

대한 줄이고 국가 대외신인도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습니다. 이들

의 활약은 지난 5월 CNN방송을 통해 전세계에 알려지기도 했죠.

그래서 이번 여경의 날엔 매년 한 두 명 특진에 불과하던 것과 달리

특진자를 12명 두자리 수로 대폭 늘렸고, 여경역사상 유례없는 대통

령표창을 비롯한 각급 표창 73개가 수여됩니다.”

-청장님의 여경관이 남다르다고 들었습니다.

“21세기 경찰로 거듭나기 위해선 명령에 익숙한 타율적 관행과 사

고를 강한 창의력과 책임감을 지닌 자율적인 것으로 바꿔야 합니다.

서울청 현관에 들어오시면서 보셨을 것입니다. ‘생각을 바꾸면 미

래가 보인다’는 표어 말입니다. 이 신지식 경찰관상 실현을 위해

여경이 촉매역할을 할 것이라 저는 확신합니다.

경찰대학장 시절에도 소수의 여경후보생들이 학과성적뿐만 아니라

태권도, 검도 등 실기에서도 우수한 성적을 거두는 데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현장 여경들의 능력도 뛰어납니다. 청렴하고 정직하다는

것도 장점 중 장점입니다. 이런 추세로 나가면, 40대 아니, 30대에도

여성총경이 탄생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같은 평가에 걸맞게 여경 수가 현실적으로 늘어나야

하지 않을까요?

“저도 그 부분엔 공감하지만, 증원문제를 설득력있게 밀고 나가기

위해선 논리적이고 과학적인 주장들이 뒷받침돼야 하지 않을까요?

여경비율을 국가별로 보면, 한국은 1.9%, 일본은 3.69%, 중국은

11.25%, 미국은 10.3%입니다. 개인적으론 유교사상이 강한 동양권이

란 점을 감안하더라도 일본과 비슷하게 4% 정도는 돼야 한다고 생

각합니다. 서울청은 현재 2.6%로 다른 청 여경보다 높은 비율이지

만, 앞으로 채용방식을 다양화해 단계적으로 수를 늘여갈 계획입니

다. 가령, 특채를 통해 법대 출신들은 형사요원으로, 운동특기자는

경호요원으로 뽑는 방법도 있죠.

그러나 무엇보다 여경 스스로 활동영역을 높여 가치를 인정받으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과거 일본 유학시절 일부 경찰관계자들이 ‘여

경 수를 늘리는 것은 경찰력 약화를 의미한다’고 말했는데, 여경들

도 이런 편견에 책임이 있는 것입니다.”

-경호, 여성피의자 입검확인, 여성 검문 등 기존 업무에 근래 여경

기동대 츨동과 당직이 더해져 여경들의 근무조건이 남자경찰들보다

오히려 더 열악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개선책이 필요하지 않을까

요?

“경찰 내 여성인권문제를 모르는 이는 없으니 상식에 준하는 선에

서 배려해 나갈 것입니다. 여경기동대의 경우만 봐도, 육아문제를 고

려해 출동 여경들의 야간 당직근무를 면제해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경찰은 24시간 돌발사태에 대비하고 있어야 합니다. 소

소한 불평들은 경찰력의 약화만 가져오게 될 것입니다.

특히 앞으로 사회분위기가 여성능력을 점점 필요로 하는 방향으로

가는 만큼 경찰도 이에 보조를 맞춰 여경들의 임무가 전 분야에 결

쳐 늘어날 것입니다. 여경들은 여권신장보다는 능력실현 차원에서

스스로 대비해야 합니다.”

-우리나라엔 여성총경이 단 2명뿐입니다. 여경의 고위직 진출에 대

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여경조직에 하위계급인 순경과 경장이 많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그러나 여경들이 승진시험에서 월등한 성적을 보이고 있고, 여경 지

원자 90% 이상이 대졸출신으로 자질이 뛰어나므로 실적에 대해 공

정한 평가가 따른다면 무한히 뻗어나갈 것입니다.”

-여성들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민생치안에 대한 불안입니다. 서울

치안 책임자로서 어떤 준비를 하고 계십니까?

“우리나라의 경우, 범죄발생률이나 치안상태가 열악한 것은 아니지

만, 위험 체감치는 높다고 할 수 있죠. 희대의 범죄가 발생했을 때

과학적이고 치밀한 수사로 이를 초기단계에 확실히 제압해야 시민들

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데, 이 면에서 여경들의 활약이 기대됩니

다.”

-여성단체들에서 경찰의 가정폭력사건 처리가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데요.

“인습적으로 가정문제라는 의식이 강해 경찰력이 미치지 못하는 부

분도 있고, 업무 특성상 피해자의 감정만큼 가해자의 처벌이 충족되

지 않아 그런 평가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현재 단기적으로 서울청에서 가정폭력·성폭력 수사분야 여경들을

대상으로 전문교육을 시키고 있고, 수사기동대(전 여자형사기동대) 6

명, 일선서 조사 및 형사계 여경 30명, 각 경찰서 민원실 여성상담원

들이 가정폭력사건을 효율적으로 처리하고자 애쓰고 있습니다.”

-여성인권 관련 사건들을 성공적으로 처리하기 위해선 여성단체들

과의 연대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여성단체들과 연계한 적은 없지만, 여경들

중엔 여성단체 활동에 직접 참가하는 여경들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예전에 비하면 확실히 변화는 변화입니다. 앞으로 경찰의 주요 교육

기관 강좌에 여성단체들의 협조를 얻어 여성문제 전문강좌를 개설할

수도 있겠죠.”

이무영 서울지방경찰청장은 경찰관도 인간다워야 하고 가정이 편안

해야 업무능률도 오른다는 소신으로 일선 서장들의 24시간 관할서

대기관행을 없애고 “일선경찰들의 눈에 서린 핏발을 없애주라”는

당부를 잊지않는다. 그에게서 가정과 직장을 조화시켜 여경들이 최

대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정책을 기대해 본다.

'박이 은경 기자 pleun@womennews.co.kr'

1944년 전북 전주 출생. 71년 경찰간부후보생 제19기 졸업. 79년 일

본 경찰대학 본과 제52기 졸업. 88년 서울강남경찰서장. 93년 전북지

방경찰청장. 96년 전남지방경찰청장. 97년 경찰종합학교장. 98년 경

찰대학장. 89년 근정포장. 95년 홍조근정훈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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