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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 최고 지도자 좌산 이광정 종법사(63)를 우이동 봉도 청소년

수련의 집에서 만났다. 좌산 종법사는 즉위 후 처음으로 서울을 방

문했다. 서울교구 대법회에 참석해 ‘공생공영(共生共榮)’의 도를

설법한 좌산종법사는 사회운동에의 참여와 대외활동 강화를 표방한

바 있다. 또 서울교구 대법회에서 장묘문화 개선을 위해 ‘화장유언

서약운동’을 발표해 관심을 끌었다.

-최근 정국이 어지러워서 국민들이 혼란스럽습니다. 어디에 원인이

있다고 보십니까?

“다들 ‘돈병’이 들어서 그렇지요. 소태산 대종사(원불교 창시자)

께서 세상이 어지러운 병맥을 진단하시면서 물질문화가 범람하면 사

람들이 돈에 집착하게 되는 폐단이 생겨난다고 하셨습니다. 돈은 사

용해야 할 객체인데 돈이 사람의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서 돈을 위해

서 명예와 권력과 모든 것을 총동원하고 예의며 염치, 도리 같은 정

신적 가치는 외면하게 되는 데서 생겨나는 현상입니다. 난감한 문제

지요.”

-어디서부터 수습할 수 있을까요?

“권력층이 무아봉공의 자세로 일을 해야합니다. 공직을 생애를 다

바쳐서 봉사하는 자리로 생각해야 합니다. 이제 언론과 사회에서 그

리 하지 못하게 떠들면 감히 무서워서 그리 하지 못할 때가 올 겁니

다. 제도적으로 부패를 막을 장치를 마련하고 문화적인 힘으로 몰고

가야 합니다. 특히 여성들이 잘 해나가야지요.”

-원불교에서는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근원적인 해결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좋은 말이 없어서 안했던 게

아닙니다. 바른 길은 가고 나쁜 길은 가지 말아야 한다는 진리를 몰

라서 안하는 게 아니라 욕심이 불같이 치솟아서 진리와 사실을 외면

하고 있는 거지요. 원불교에서는 마음공부에 정진해서 맑은 물이 샘

솟게 하는 일을 계속할 겁니다. 구호 몇마디로 되는 일이 아니거든

요.”

-사회운동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셨는데 사회운동에는 어떻게 참

여할 계획이십니까?

“사회운동이라도 따로 하지 않아도 원불교의 교법 자체가 사회운동

입니다. 우리 교당내부에서부터 비교법적 요소, 불합리한 요소를 찾

아내어 정리하고 그것을 사회로 확산해 나가자고 서울법회에서 선언

을 했습니다. 화장유언 서약운동도 그 중 하나입니다. 국민 1인당 평

균 주거공간이 4.3평인데 묘지는 1기당 평균 19.35평이라는데 이러다

전 국토가 묘지가 되면 어쩔 겁니까? 생활 곳곳에 이런 비합리적인

요소들을 이 잡듯이 샅샅이 찾아내어 바로 잡아나가야지요.”

-원불교에서 여성의 역할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원불교는 남녀동등권이 아니라 여남동등권입니다. 남자는 결혼에

사로잡혀 있지만 여자들은 혼자라서 더 열심히 해요. 일을 더 많이

하는 게 권리예요. 남성우월문화도 대종사께서 진단한 병맥 중 하나

였어요. 당시에는 기상천외하다 할 만큼 혁명적인 발상으로 일찍이

남녀권리동일을 교법으로 하고 있습니다. 원불교의 최고의사결정기

관인 수의단도 남녀동수이고 평양교구장이 여성(강남교당 박청수 교

무)인 점, 현장교화교역자에도 여성이 더 많은 점 등은 원불교의 남

녀평등사상을 보여주는 겁니다.”

-21세기를 살아갈 여성들을 위해 한 말씀 해주시지요.

“남녀를 막론하고 사회구조는 여성의 영향력을 더 많이 받기 때문

에 여성들이 건전한 의식을 갖도록 해야 합니다. 여성들의 의식이

잘못되면 큰 일이예요. 앞으로는 출신성분으로 사는 시대가 아니라

입신성분으로 사는 시대에요. 어떻게 태어났던지 간에 자기 입신처

세에 따라서 인생이 달라질 수 있는 겁니다. 여성 스스로 잘해야지

부모, 남편, 자녀 호주머니에 기대서 살 생각을 하면 안돼요. 대종사

께서는 가정생활에서 재산권도 생활권도 부부 각각 하도록 했어요.

부부라도 평상시에는 각자 살다가 서로 초대하여 만나고 다시 자기

집으로 돌아가고 하는 겁니다. 요즘 프랑스에서 그렇게 한다고 하는

데 별거이후 부부애가 더 좋아진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앞으로 원불교의 계획은 어떻습니까?

“지금 세계가 알아보고 요구하고 있어요. 앞으로는 점점 더 바빠질

거예요. 우선 교당내부의 기본과 원칙을 정리할 겁니다. 2년 후부터

는 관심을 세계로 돌릴 겁니다. 21세기에는 우리의 저력이 밖으로

돌출될 겁니다.”

좌산 종법사는 전남 영광서 태어났다. 54년 출가해 원광대 원불교

학과를 나와 원불교 서울동부교구장과 교육발전위원장을 거쳤다. 94

년 11월 제4대 종법사로 취임했다.

'김효선 편집국장 sunhk@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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