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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경의 날’을 맞아 감회가 깊은 사람을 꼽으라면 김강자 총경

(53)을 빼놓을 수 없다. 여경역사상 최초의 방범과장, 총경으로 임명

되면서 주목을 받아온 김 총경이 바로 88년 여경의 날을 주창한 장

본인이기 때문이다. 82년 여경교통순찰대, 91년 여자형사기동대를 만

드는 등 여경역할을 증대시키려 최선을 다해온 김 총경은 그런만큼

후배들에 대해 칼날같은 비판도 서슴지 않는 ‘진한’ 애정을 가지

고 있다.

최초의 여자 경찰서장으로 현재 충북 옥천서에서 맹활약중인 김 총

경은 서의 여경2명에게 “보호받으려 하고 사소한 것에 불평하면 절

대 성공못한다”며 지방 서에서 여경에겐 면제인 일직, 당직은 물론

무도훈련까지 시키는 엄한 선배다.

“여경역사를 지켜본 선배로서 21세기를 향해가는 후배들에게 꼭 당

부하고 싶습니다. 여경은 경찰의 꽃이나 인형이 아닌 바로 그 ‘경

찰’이라구요. 과보호 기대에서 벗어나 동료 남자경찰들과 고락을

같이 하며 실력으로 승부해야 합니다. 여경의 입지가 탄탄해지면 얼

마든지 여성문제 관련사건들도 잘 풀려나갈 것입니다. 이건 제 체험

에서 나온 얘기입니다.”

김 총경이야말로 여경이 인재로 키워지면 어떤 놀라운 일들을 해낼

수 있는지를 입증하는 인물이다. 지난 해 7월 충북 옥천서로 부임한

후 그는 옥천주민들은 물론, 충북경찰청의 일등 자랑거리가 됐다.

98년 말엔 충북 총 11개 경찰서 중 민생치안 실적 1등, 기소중지자

검거 실적 1등에다가 직원 승진시험성적 1등까지 거머쥐었다. 티켓

다방 주인에게 역으로 고발당한 미성년 기소중지자에 대해선 담당수

사관에게 ‘밤을 새서라도 이 아이를 이렇게 만든 포주를 잡아넣으

라’는 불호령을 내렸고, 지난 겨울 야산에서 발견된 여성사체에 대

해 과학적 수사기법을 총동원해 발견 사흘 만에 피해자의 남자친구

를 살인범으로 체포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직원들의 장단점을 파

악해 인사고과가 잘 나오도록 특별훈련시키고, 승진시험 당일엔 손

수 따끈한 점심식사를 나르는 등 모성의 자애로움을 백프로 발휘해

50%를 넘어서는 합격률과 파격적인 승진율이란 성과를 일구어내기

도 했다. 관내 순시에도 앞장서 부임후 지금까지 밤 9-12시까지의

순찰을 하루도 빼먹은 적이 없어 다른 경찰서장들까지 순찰을 돌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김 총경의 높은 인기는 그가 이제까지 10여

차례가 넘게 직원들과 주민들의 결혼식 주례를 서왔다는 데서 단적

으로 증명된다.

김 총경은 이에 대해 “이제까지 여경은 절대 유약한 존재가 아니

라는 것을 보여주고자 최선을 다해왔고, 결국 이것이 인정됐기에 이

제는 마음껏 따뜻한 사랑을 베풀면서 강하면서도 부드러운 양면을

다 보여줄 수 있게 됐다”고 말한다. 1년 6개월의 임기 후 서울에

복귀하면 “한층 더 단단한 갑옷으로 무장하고 여기서 재충전한 것

을 바탕으로 열심히 뛰겠다”고 기염을 토한다. 그는 향후 성폭력관

련 수사 지휘를 희망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도 김 총경은 후배 여경들에 대한 염려를 잊지 않는다.

“여경들의 변화가 두드러지게 감지된 것은 93년 경찰대 졸업 첫 여

경들이 배출되면서였죠. 원인을 곰곰히 생각해보니 보통 일반 여경

들은 6개월간 따로 교육을 받는 반면, 이들은 4년간을 남자동기들과

뒹굴며 호흡을 맞추어왔어요. 그래서 동료 남자경찰들과 함께 하는

여경 커리큘럼의 개발도 시급하다고 봅니다.

또 여경의 안주의식을 불식시키면서도 모성보호 배려 차원에서 정

책을 개발하고, 남자경찰에 비해 덤으로 하는 현재의 몇몇 업무에서

해방시켜주는 것도 큰 과제죠. 그러나 경찰 수뇌부가 이 문제를 분

명히 인식하고 있기에 후배들의 앞날은 희망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충북 옥천=박이 은경 기자pleun@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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