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경 이 실장, 신입 형사 하윤주
기존 경찰 영화서 만나기 어려운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
여성 총경부터 신입 여경까지. 영화 ‘감시자들’(감독 김병서·조의석)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기존 경찰 소재 영화에서 구색을 맞추기 위해 억지로 끼워 넣은 듯한 느낌을 줬던 인물들과는 달리 제 역할을 묵묵히 그리고 똑 부러지게 해내는 비중 있는 인물로 나온다.
새로운 여성 캐릭터의 탄생을 기대하며 지난 6월 19일 ‘감시자들’의 언론시사회를 찾았다. 예상대로였다. 기존 영화와는 달랐다. ‘감시자들’의 여성은 장식적이거나 보조적인 캐릭터가 아니었다. 주체적이고 능력 있는 형사들이었다.
영화에는 주목할 만한 여성이 두 명 등장한다. 총경 이 실장(진경)과 신입 형사 하윤주(한효주)다. 이 실장은 경찰 특수조직 ‘감시반’을 진두지휘하는 총책임자다. 감시 현장을 이끄는 송골매(설경구)도 이 실장의 지시를 기다리는 현장감시반 팀장일 뿐이다. 다소 ‘욱’ 하는 성격의 이 실장은 일 못하는 후배들에게 독설을 마다하지 않으며 강한 카리스마를 발산한다.
이 실장이 감시반의 리더라면 하윤주는 새파란 막내 형사다. 하윤주는 조의석 감독이 기자간담회에서 “신입 여경의 성장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고 할 정도로 극의 중심에 있다. 하윤주는 범죄조직의 우두머리인 제임스(정우성)를 체포하는 데 결정적인 기회를 제공한다. 그는 눈으로 한 번 본 것은 모두 기억해내는 능력을 가진 다소 비현실적인 인물이지만 그런 힘을 동료와의 협업,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발휘하는 신입 형사의 모습을 보여준다.
영화는 일관성 있는 캐릭터, 촘촘한 극적 구성으로 관객의 몰입도를 높인다. 두 여성 캐릭터 역시 일관성이 있다. 그들은 목표를 위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항상 최선을 다한다. 특히 하윤주는 감시반 형사들에게 정체를 들킨 무장강도 조직원 ‘물먹는하마’를 바짝 추격하거나, 동선이 파악된 제임스의 주변을 겁없이 맴돌며 중요한 정보를 캐내는 역할을 하며 팀의 막내에서 에이스로 급부상한다.
영화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은 또 있다. 이 실장과 하윤주의 캐릭터는 ‘여성’보다 ‘경찰’에 방점을 찍는다. 그들은 기존 경찰 영화에서 제대로 조명받지 못했던 주체적 여성 캐릭터로 분하며 이 영화를 더 특별하고 의미 있는 작품으로 빛나게 한다.
7월 3일 개봉. 118분. 15세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