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장에서 만난 김성주 성주그룹 회장
“빅 리치 보이즈의 다보스포럼보다 훨씬 실질적”

 

김성주(사진) 성주그룹 회장은 이번 GSW 쿠알라룸푸르 회의에서 단연 돋보이는 스타였다. 회의장에서 몇 걸음을 옮기기도 전에 각국에서 참가한 여성들의 손에 이끌려 기념 촬영을 하곤 했다. 그가 소유한 MCM 브랜드 파워도 한몫했지만, 1998년 영국 런던 회의 때 첫 참가 후 지속적인 관계를 맺으면서 GSW와 동반 성장한 돈독하고 오랜 관계가 주효한 듯했다. 2010년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회의 땐 GSW 창립 20주년, 성주그룹 창립 20주년을 맞아 성주재단을 출범시키고, 미래 영 리더들을 위해 100만 달러 기금을 약정, 매년 10만 달러씩 GSW에 기부하고 있다.

7일 GSW 참석자들을 위해 패션쇼와 만찬을 준비하는 그를 만나 얘기를 나누었다.

-GSW 회의가 나날이 성황이라고들 한다.

“양적 측면을 넘어 질적 측면에서 발전하고 있는 것이 눈에 보인다. 아마도 여성 리더들이 회의에 참가하면서 자신의 삶과 사업에 실질적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체험했기 때문일 것이다. 각 나라에서 탁월하고 영향력 있는 여성들이 서로 허심탄회하게 정보를 교환한다고 생각해봐라. 여기에 여성 간 네트워킹이 아주 강해서 나도 여기에 참여 안 했더라면 이렇게 빠른 시간 안에 중동, 중국 등 해외시장을 개척하지 못했을 것이다. 여성 간 네트워킹은 마치 가족관계와도 같다. 사업뿐 아니라 자녀 문제까지 서로 챙기고 의논해주는 파트너들이다. 자신의 이익을 넘어 여성이란 공통분모를 가지고 다음 세대에겐 고생을 물려주지 말자는 공감대, 그리고 국경을 넘어선 자매애가 바로 이 회의의 힘이다.”

-GSW는 ‘여성 다보스 포럼’으로도 불린다.

“결코 다보스포럼에 뒤지지 않는다. 오히려 더 구체적이고 실질적이다. 지금도 다보스포럼에 가긴 하지만 마치 비즈니스 스쿨을 가는 듯한 느낌이다. 빅 리치 보이즈(big rich boys) 클럽이라고나 할까.”

-회의 주제 ‘여성이 만들어가는 새로운 창조경제’의 비전은 무엇인가.

“21세기 자본의 개념은 80·90년대 자본집약적산업에서 2000년대 전자·IT 등 테크놀로지로, 그리고 2010년대 ‘문화’로 바뀌고 있는 추세다. 내 식으로 표현하자면 샌드위치 제일 밑에 IT산업이 있다면 제일 위에 들어가는 재료가 바로 문화 콘텐츠, 그게 바로 브랜드의 힘이다. 개인적으론 이번 대통령 취임식 때 싸이 공연이 식전 공연에 그친 것이 바로 국가적으로도 브랜드 인식이 잘 안 됐던 극명한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전 세계인이 보는 행사인데, 글로벌 브랜드 효과가 엄청난데도 순간적으로 이를 날려버린 꼴이다. 후에 행사장에서 싸이의 아버지를 만났을 때 ‘최고 메가톤급’인 싸이를 그렇게 취급한 데 대해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 사과했다.”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의 선대위원장으로 뛰었기에 정치권 영입설이 계속 있었다.

“무엇보다 정치는 결코 하지 않겠다고 딸과 약속했기에 대선 다음 날 바로 사무실에서 모든 짐을 뺐고, 미국, 중국 순방길 동행 요청이 왔어도 거절했다. 그러나 ‘여성 대통령 혁명시대’  공약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요직의 3분의 1 이상 여성을 중용해야 하는 것은 여성의 권리문제가 아니라 생존과 글로벌 경쟁력의 문제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자격 있는 여성이 없다고? 기회를 안 줄 뿐이다. 우리 회사만 봐도 여성들이 훈련만 잘 견디면 노동력의 질이 훨씬 높다. 대선 당시 말했던 대로 이제 박 후보가 대통령이 되셨으니 난 제1 야당 역할을 할 것이다. 여성을 일으켜 세울 때를 묵묵히 기다리면서 보이지 않게 압력을 넣는 역할을 할 것이다.”

-여성운동도 제3의 물결을 맞아야 한다고 강조하곤 하는데.

“물론 1·2세대 여성운동의 여성 인권과 권익을 향한 투쟁과 헌신이 없었더라면 지금 제3의 물결을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인터넷 혁명으로 여성의 섬세함, 직관력 등 특유의 능력을 요구하는 엄청난 새 마켓이 열리고 있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념이 아니라 일자리와 희망이다.”

-패션과 문화의 중심이라는 점에서 내년 파리 회의는 개인적으로도 의미가 깊을 것 같다.

“우선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 부부가 적극적으로 초청했다는 사실이 놀랍다. 회의 기간 니콜 브리크 해외무역부 장관과 많은 대화를 나눴는데, 문화적 자부심이 엄청나게 강한 것을 느꼈다. GSW 국제기획 이사로서 그에게 파리 회의 주제를 ‘여성들이 가져올 문화 변혁’으로 하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문화’란 기존 음악, 미술 등을 넘어 사람이 생각하는 방식, 대처하는 방식, 삶의 환경 등을 다 포함하는 광의의 개념이다. MCM 차원에선 내년 회의를 기점으로 파리에 2~3개 지점을 낼 것을 계획 중이다. 벌써부터 루이뷔통이 파리 회의에서 기회를 노리고 있지만 GSW 동료들은 ‘우린 MCM만 받아들인다’며 나를 격려하곤 한다. 여성의 힘으로 거대 루이뷔통을 이기는 것을 보고 싶다고까지 말한다.(웃음)”

-지난 5월 초 MCM이 취리히에 플래그십 매장을 오픈, 유럽 공략이 본격화됐다고 한다.

“한국, 중국 등 여러 실례를 보더라도 우리 매장이 루이뷔통만큼 크고 화려하진 않지만 실질적 수익은 더 높다. 최근 롯데 면세점의 3개월 실적 결과, 중국 관광객의 호응에 힘입어 100억 달러 수익을 올렸다. 이제는 그 거만했던 루이뷔통 회장이 나를 만나고 싶어한다.(웃음) 한국 시장 규모가 5000억원이 넘어가는 데다가 중국 시장은 200% 성장세를 보이고 있고, 내년엔 본격적으로 일본 시장에 진출할 예정이다. 한·중·일 3국 시장만 합쳐도 최소 1조원 시장 규모로 키워낼 수 있을 것이다. 5년 내에 MCM이 아시아 최대 브랜드가 될 것이고, 2016년쯤이면 루이뷔통도 따라붙을 수 있을 것이라 낙관한다. 명품도 이제 변해야 산다. 소비자도 더 젊어지고 있고, 취향도 다양하고 변화무쌍하며, 시장도 아시아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어 여러 면에서 우리에게 유리해지고 있다.”

“여성을 위해 헌신하는 명품 브랜드”를 평소 주장해온 김성주 회장은 회의 내내 속 깊은 대화를 나누었던 아티페테 야햐가 코소보 대통령에게 “2014년 회의가 유럽 한가운데서 열리는 만큼 근거리에 있는 코소보를 위해 대표 브랜드 MCM 제품을 특별 판매해 성금하는 등 지원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그는 “코소보는 오랜 내전으로 20만 명 이상이 희생됐고, 특히 수만 명의 여성이 성폭력을 당했다”며 “이 비극의 땅에서 가족의 생존과 공동체 회복을 위해 분투하는 여성들을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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