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별 임금격차 39.8%로 16년째 OECD 1위
경력단절 여성 “집에서 애 키우는 게 이득”
우리나라 남녀 임금격차는 세계 최고다. 16년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를 고수하고 있다.
2010년 기준 남녀 임금격차는 39.8%다. 남성 근로자가 평균임금 100만원을 받을 때 여성은 평균 60만원을 받는다는 의미다. OECD 28개국 평균(15.8%)의 두 배가 넘고, 2위인 일본보다 10%p(포인트)나 높다.
지난 2000년 남녀 임금격차는 40%로 10년 동안 불과 1%p 정도만 줄었다. 이렇게 격차가 큰 근본적인 이유는 여성들이 고용된 업종이 대부분 임금 수준이 낮거나 고용이 불안정한 비정규직이기 때문이다. 2011년 기준 여성 취업자들의 28.1%는 임금 수준이 가장 낮은 업종인 도소매·음식숙박업에 종사하고 있다. 또 통계청 조사 결과 2013년 현재 정규직 근로자의 평균 월급은 253만3000원인데 반해 비정규직은 141만2000원이었다. 임금격차가 지난해 102만2000원에서 10만원가량 더 벌어졌다. 법정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받고 일하는 임금노동자 중 61.5%가 여성이다. 그리고 전체 일하고 있는 여성 노동자 중에서도 61.8%는 비정규직 노동자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잘 다니던 직장을 결혼이나 임신, 출산과 동시에 그만두는 여성들이 많다. 전업주부인 김지영(가명·32)씨는 임신을 하면서 3년간 다니던 중소 홍보대행사를 그만뒀다. 그는 “매일 야근에 주말근무까지 하며 연봉 2000만원을 받았지만 회사를 다니며 육아를 병행할 엄두도 안 났고, 실은 회사를 다니는 것보다 집에서 살림하고 아이 키우는 일이 오히려 비용 면에서도 이득인 것 같아 남편과 상의 끝에 사표를 냈다”고 말했다. 최근 LG경제연구원은 대졸 여성이 임신이나 출산으로 경력단절이 될 경우 1년에 1억6000만원의 손실을 본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여성들은 안전하게 아이를 맡길 어린이집도 많지 않고, 비용이 많이 드는 베이비시터를 고용하기도 버거운 상황에서 남편보다 적은 월급을 받는 자신이 회사를 그만두는 것이 비용 손실을 줄이는 방법으로 여기고 있었다.
남성 동료와 똑같은 날 입사해도 승진에서 밀리거나 아예 입사 때부터 남성 근로자보다 월급을 적게 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 남녀고용평등법에서 명시하고 있는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이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알리기 위해 세계 여성들이 매년 ‘이퀄페이 데이(equal pay day·남녀 동일노동 동일임금)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이퀄페이 데이는 매년 정규직 여성이 남성과 같은 임금을 받기 위해 추가로 얼마나 더 많은 시간을 일해야 하는 지 나타내는 날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전문직여성연맹(BPW한국연맹)이 지난 2011년 처음으로 이퀄페이 데이 캠페인을 열었다. 올해 우리나라 여성은 평균 99일을 더 일해야 남성과 같은 임금을 받을 수 있다. 1월 1일 기준으로 99일째 되는 5월 24일 우리나라의 이퀄페이 데이다.
기업의 여성 관리자를 늘리기 위해 도입된 적극적 고용개선조치는 유명무실하다. 민주당 한정애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받은 ‘2012년 적극적 고용개선조치 기준 미달 사업장 현황’ 자료에 따르면 1674개 대상 기업 중 366곳에서 여성 관리자를 한 명도 두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문자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는 “임금격차를 줄이는 것은 단순하게 몇 가지 정책만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최저임금을 노동자 평균임금의 50%로 법제화하고 공공부문 여성 비정규직부터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 그리고 여성 채용과 여성 임원 할당제를 도입하는 등 법·제도적으로 좋은 일자리 만들기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정 대표는 “경력단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육정책과 일·가정 양립대책 등이 전반적으로 마련돼야 하며 정책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 노동 현장에서 정책이 집행되게 하기 위한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