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글라이딩, 번지점프, 제트보트, 스카이다이빙 등 놀거리 무궁무진
자기가 어떤 스타일의 여행자인가는 여행을 떠나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것 같아요. 유명 관광지를 좋아하는 사람인지, 골목길 탐험을 더 좋아하는 사람인지, 숙소는 그냥 지붕만 있으면 되더라도 공연은 아무리 비싸도 꼭 봐야 하는 사람인지 등등 말입니다.
저는 뉴질랜드 남섬의 최고 도시 퀸스타운에서 제가 참 ‘저렴한 스타일’이라는 걸 확인했답니다. 별 다섯 개 특급 호텔도 아니고 그저 캠퍼밴들이 쭉 늘어선 캠핑장이 얼마나 마음에 들던지요. 멋진 그릇도 인테리어도 없이, 냄비 하나씩, 맥주 한 병씩 들고 있는 캠핑장 식당이 얼마나 멋지던지요. 밥을 먹은 아이들은 사과를 썩썩 베어 물며 풀잎을 뜯고, 퀸스타운의 와카티푸호수가 한눈에 보이는 그 싸구려 캠핑장은 제 인생 5대 호텔의 하나가 되었습니다.
포근한 거위털 침구가 있는 특급 호텔이 아니면 안 된다는 분도 퀸스타운 캠핑장의 창 넓은 식당 풍경은 마음에 드실 거예요. 퀸스타운 캠핑장엔 유난히 장기 숙박객이 많았습니다. 집이 없어서 캠퍼밴에서 사는 집시나 떠돌이들이 아니라, 퀸스타운에서 할 일이 많아 오래 머무는 것 같았어요. 우리 캠퍼밴 옆집도 아들이 퀸스타운에 살기 때문에 방문왔다며 한 달간 머물 거라고 하더군요. 한 달이나 살 거니까 캠퍼밴 옆에 커다란 텐트도 공들여 세우더라고요. 잠시 후 아들 부부와 손자가 와서 저녁을 먹고 놀다가 가는데, 참 신선해 보였습니다. 가족끼리 이런 식으로 방문하는 것도 가능하더라고요?!
어쩌면 그날 저는 퀸스타운의 마법에 걸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뉴질랜드 단 한 곳을 골라 여행을 가라면 단연 추천할 수 있는 곳이 바로 퀸스타운입니다. 퀸스타운이라는 이름의 도시는 영국령 나라 여러 곳에 있습니다. 뉴질랜드의 퀸스타운은 거울처럼 맑은 호수를 높고 잘생긴 봉우리들이 둘러싸고 있는 산속 도시입니다. ‘빅토리아 여왕’에게 바쳐진 이름이라네요.
산과 호수가 있어서 다양한 자연지물을 이용한 액티비티들이 많이 있습니다. 낙하산을 타고 2000m 이상 되는 봉우리 사이를 둥둥 떠서 호수 위로 날아가는 패러글라이딩도 유명하고요, 번지점프는 두말할 나위도 없지요. 쾌속 보트를 타고 강을 달리는 제트보트, 스카이다이빙 등 할 거리가 무궁무진합니다. 겨울엔 스노보드와 스키 타기도 빼놓을 수 없는 액티비티고요.
아이들이 가장 좋아한 건 ‘루지’입니다. 곤돌라를 타고 산 꼭대기에 올라가 무동력 썰매를 타고 꼬불꼬불 길을 쏜살같이 내려오는 거예요. 옆으로 펼쳐진 호수의 풍경 때문에 저는 좀 무섭던데 일곱 살짜리 꽃봉이는 신이 나서 잘도 내려 오더군요. 행여나 무서워할까봐 5번만 타는 표를 끊었는데, 아이들이 너무나 아쉬워했습니다. 루지를 타는 곳에 전망대도 같이 있는데, 이곳의 뷔페 식당도 유명하답니다.
퀸스타운에서 아이들을 위해 마련한 스케줄은 100년도 넘은 증기선 ‘언슬로’호를 타는 것이었어요. 지금도 석탄을 떼기 때문에 ‘뿌우~’ 기적 소리와 함께 검은 연기를 뿜으며 와카티푸호수를 건너갑니다. 월터피크라는 오래된 농장으로 가는 거지요. 멋진 목조주택의 공들여 꾸민 정원에서 스콘과 홍차, 커피와 타르트로 간식을 먹고 양 쇼를 보러 갑니다. 배표에 모든 것이 포함돼 있답니다. 얼핏 보면 똑같아 보이는 양들이 종류마다 어떻게 다른지 보고, 눈 깜짝할 사이에 양털을 미는 것을 보면 아이들은 신기해서 어쩔 줄 모르지요. 작은 양 한 마리에서 어찌나 털이 많이 나오는지요. 보통 양 한 마리에서 5~8㎏의 털이 나온다고 합니다. 또 그 털에 함유된 라놀린 오일이 사람 피지와 비슷한 성분이라 피부에 좋기로 유명하다고 하네요. 막 깎은 털을 손으로 만지고 나면 정말 손에 기름기가 줄줄 흐른답니다. 개들이 양을 어떻게 모는지도 보고, 소와 사슴에게 먹이를 주는 체험 시간도 있습니다. 보통 양에 대한 공연은 북섬 로터루아에서 많이 보는데요. 저희는 퀸스타운 월터피크 농장에서 싸고 편하게 보았답니다. 아이와 함께 하는 경우 강력 추천하는 코스입니다.
저는 지금도 푸르고 붉은 수국이 잔뜩 피어 있는 정원에서 잔잔한 호수를 바라보며 가졌던 티타임을 가끔 생각합니다. 몇 종류의 샌드위치와 타르트, 홍차와 커피를 뷔페식으로 먹을 수 있는데요, 소박하면서도 하나하나 맛있는 데다, 아이들이 호숫가 오리에게 빵을 던져주며 내던 웃음소리가 정말 듣기 좋았거든요. 일반 배표에는 티타임이 포함돼 있고, 바비큐 코스를 신청하면 따로 식사도 할 수 있습니다. 승마 체험도 가능하고요. 월터피크 농장 투어는 총 2시간30분~3시간가량 걸린답니다.
농장을 구경하고 퀸스타운으로 돌아와 선착장에서 먹는 식사가 어찌나 맛나던지요. 내가 좋아하는 여행의 키워드는 ‘평화’라는 생각이 드는 하루였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