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강석필·홍형숙 부부...끝까지 희망을 노래하라
성미산 훼손해 학교 짓는 사학재단에 맞서는 마을 주민 모습 담아내
20년 전 공동육아를 위해 조성된 서울 마포구 성미산마을은 도시 공동체의 귀감으로 꼽히며 서울시 마을사업의 대표적 성공 사례로 자리매김했다. 12년 전 성미산마을 주민이 된 강석필·홍형숙씨 부부는 마을을 배경으로 다큐멘터리 영화 ‘춤추는 숲’을 만들었다. 지난 18일 청계광장에서 열린 공개 시사회 현장에서 부부를 만났다.
이들은 다큐멘터리 제작자로 유명한 부부다. 감독과 제작자 역할을 번갈아 맡으며 작품을 만든다. 대표작으로는 ‘변방에서 중심으로’(1997), ‘두밀리 2-시작하는 순간’(2000), ‘경계도시’(2002), ‘경계도시2’(2010)가 있다. 이번 작품은 부인 홍형숙씨가 제작과 내레이션 원고 집필을 담당했고 강석필씨가 촬영, 편집, 내레이션을 맡았다.
영화 ‘춤추는 숲’은 성미산을 깎아 학교를 짓겠다는 사학재단과 그들에게 학교 설립 인가를 내준 서울시에 맞서는 주민들의 모습을 담았다. 그들은 주민 대표를 뽑아 지역구의원 선거에 추대하거나 100인 합창단을 만들어 노래를 부르는 등 평화로운 방법으로 개발 논리에 대항하지만 결국 법원은 사학재단의 손을 들어줬다.
“소송 결과도 받아들이기 어려웠지만, 영화 테이프 800시간을 1시간47분으로 줄이는 작업도 힘들었어요.(웃음) 그런데 극장판은 거기에서 12분 더 줄였어요. 영화를 함께 본 주민들이 ‘아이들의 모습이 좀 더 들어갔으며 좋겠다’고 피드백을 해줬고, 고민 끝에 반영했죠. 영화를 보시면 각종 모션과 함께 ‘파워레인저!’를 외치는 아이가 나오는데 그 장면은 주민들의 목소리에 힘입어 통째로 들어가게 됐습니다.”
웰 메이드 다큐답게 다양한 카메라 기법도 확인할 수 있다. 강 감독은 영화 초반에 1인용 ‘세그웨이’에 올라 동네 사람들을 찍는다. 주민들은 그를 ‘맥가이버’라고 부르며 반갑게 인사한다. 숲이 춤추듯 바람에 흔들리는 장면은 중간 브리지 영상으로 종종 보이며 무거워진 관객의 마음을 가라앉히는 효과를 낸다. 영화 막바지에는 원격조종 헬기로 성미산을 촬영한 장면이 등장해 산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그림을 제공한다.
“주민들이 뽑은 시의원 후보는 낙선했고, 결국 사학재단과의 소송에서도 패배했죠. 하지만 중요한 것은 주민들이 끝까지 희망을 노래하고 있다는 점이에요. 그것도 유쾌하고, 진지하게. 지금도 주민들은 성미산을 지키기 위해 밤새워 회의를 해요. 모두 마을의 문제를 ‘나의 문제, 우리의 문제’로 인식하고 참여하죠. 물론 저희 부부도요.”
영화 속 성미산마을 주민들은 끊임없이 소통한다. 작은 안건 하나도 허투루 넘어가는 법이 없다. 또 서로를 ‘닉네임’으로 부르며 평등한 관계를 유지한다.
“원래 저희 부부는 아들 이헌이가 다 컸다 싶으면 서울을 떠날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영화 속 아이들 말마따나 저희도 성미산마을을 사랑하게 됐고 아직까지 살고 있네요. 가끔 영화를 본 관객들이 ‘성미산마을에서 살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되느냐’고 물으세요. 그럼 저는 ‘어려울 거예요’라고 답해요. 사람들이 이사오면 나갈 생각을 안 해서요(웃음).”
인터뷰를 마친 부부는 ‘청계광장 공개 시사회’를 준비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였다. 곳곳에는 부부를 돕는 성미산마을 주민들이 눈에 띄었다. 영화 속 모습 그대로였다. 그들은 영화 ‘춤추는 숲’ 개봉을 감독 개인의 영광 차원을 넘어 마을 전체의 잔치로 승화시키고 있었다. 영화는 23일 개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