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 위협 속에서도 수백만 여성 유권자 투표 참여
총 516명 여성 입후보… 2008년 총선의 3배 이상
지난 11일 치러진 파키스탄 총선에서 제1야당인 파키스탄무슬림리그(PML)의 나와즈 샤리프 총재가 승리하면서 파키스탄은 건국 66년 만에 처음으로 민주적 정권 교체에 성공했다. 파키스탄의 이번 민주적 정권 교체에는 무엇보다 여성 유권자의 힘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총선의 투표율은 2008년 총선의 44%보다 훨씬 높은 60%를 기록했다. 높은 투표율의 일등 공신은 여성들의 투표 참여. 2008년 총선 당시엔 564개 선거구에서 여성 유권자의 표가 단 한 표도 나오지 않았던 것과 대조적으로 이번 총선에서는 무장 단체의 테러 위협 속에서도 수백만 명의 여성들이 투표장으로 향했다. 이번 총선에 등록된 여성 유권자의 수는 총 3700여만 명에 이른다.
특히 가부장적인 부족 전통이 강하게 남아 있는 파키스탄 북서부 지역에선 수많은 여성들이 생애 처음으로 투표에 참여했다. 펀자브 지역 미안왈리 선거구에 거주하는 70세의 여성 굴람 파티마도 생애 첫 투표에 참가했다. 이 지역에서만 약 6000명의 여성들이 파티마처럼 처음으로 투표에 참여하게 됐다. 1963년 이 지역을 점령하고 있는 니아치 등 부족 장로들이 “여성은 부족의 전통 가치를 따라야 한다”며 여성 투표권을 불허한 이래 50년 만의 일이다.
이 지역에서 부족 장로들은 절대권력을 행사한다. ‘지르가’(Jirga)라고 알려진 지역의 사법 시스템이 법률을 대치하며 정당도 존재하지 않는다. 부족 장로들은 여성이 투표장에서 남성과 함께 줄을 서거나 접촉하는 것을 꺼려 여성의 참정권을 불허해왔다. 그러나 지역 운동가들의 노력에 힘입어 2012년 12월 부족 장로들은 마침내 여성 참정권 불허 방침을 철회하는 데 합의했다. 선거관리위원회는 남성들의 투표소에서 2㎞ 이상 떨어진 곳에 여성 전용 투표소를 설치하기로 약속했고, 선거 당일 남편이나 아들이 여성들의 투표에 동행하기로 결정함으로써 여성들의 투표가 가능해졌다.
한편 파키스탄 선거관리위원회(ECP)의 비공식 집계에 따르면 이번 총선에서 연방의회에서 5명, 주 의회에서 9명 등 총 14명의 여성 후보가 승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방하원 후보로 나선 PML의 수마이라 말리크(Sumaira Malik)는 11만8108표를 획득하며 7만8855표를 얻은 경쟁자를 누르고 승리를 거뒀다. 같은 당 굴람 비비 바르와나(Ghulam Bibi Bharwana) 후보도 1만9000표의 득표차로 승리를 거뒀다. 모하마드 라피크 타라르 전 파키스탄 대통령의 딸인 사이라 아프잘 타라르(Saira Afzal Tarrar) 또한 연방하원 의원에 당선됐다.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의 정당인 파키스탄인민당(PPP)에선 파르얄 탈푸르(Faryal Talpur)를 배출했으며 전 국회의장 출신인 페흐미다 미르자(Fehmida Mirza) 후보 역시 이번 총선에서 승리했다.
파키스탄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총선에서 연방 하원에 161명, 주 의회에 355명 등 총 516명의 여성이 입후보해 2008년 총선의 161명보다 3배 이상 많은 수를 기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