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처 전 총리는 ‘대안은 없다’는 뜻의 ‘티나’(TINA·There Is No Alternative)’라는 별명으로 유명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여야 모두로부터 인정받는 여성 정책을 추진해 대처 같은 변혁적 지도자의 길을 걸어야 한다.
영국 최초의 여성 총리로 ‘철의 여인’으로 불린 마거릿 대처 전 총리가 타계했다. 그녀는 1979년 총리 취임 이후 11년 반 동안 통치하면서 과도한 사회복지 지출과 노사분규로 신음해온 경제를 개혁해 ‘영국병’을 치유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마디로 그녀는 “해 지는 영국을 다시 일으켜 세운 위대한 리더”였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도 “우리는 위대한 지도자, 위대한 총리, 위대한 영국인을 잃었다”고 말했다. 마이클 샌델 교수는 정치 지도자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정책 수단을 넘어서는 폭넓은 통치 비전과 철학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야만 “국민에게 영감(spirit)을 불어 넣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역설했다. 이를 몸소 보여준 사람이 바로 대처 전 총리였다.
그녀는 경제적 자유주의와 도덕적 보수이념에 기반한 대처리즘을 토대로 영국을 복지국가에서 신자유주의로 패러다임 변화를 만들어냈다. 그녀의 기본 철학은 “국가는 버는 것보다 더 많이 써서는 안 된다”는 ‘작은 정부론’이다. 더불어 “자신의 문제를 직접 처리하기에 앞서 정부가 해줄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는 민간의 자율과 책임이다.
여성주의적 시각에서 보면 대처 전 총리의 위대함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말처럼 “우리 딸들에게 유리천장은 없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그녀는 식료품점의 딸로 태어났지만 피나는 노력을 통해 여성의 사회진출을 막는 눈에 보이지 않는 장벽인 유리천장을 스스로 깼다. 그녀는 1951년 결혼하기 전 프러포즈를 하는 남편에게 “나는 찻잔이나 씻으면서 집에 있을 수 없는 여자”라고 말했다.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 결혼해 쌍둥이 엄마가 됐지만 1954년 변호사 자격을 취득했고 1959년 보수당 하원의원에 당선됐다. 그때 나이가 34세였다.
이후 1975년 보수당 대표로 선출돼 영국 최초의 여성 당 대표가 되었고, 1979년 영국 최초의 여성 총리로 선출됐다. 분명 그녀는 스스로 노력을 통해 최고의 권좌에 오른 전형적인 자수성가형 정치인이다. 대처 전 총리는 박근혜 대통령이 가장 존경하는 정치인이다. 박 대통령은 2007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영국의 대처 총리가 영국병을 치유해서 새로운 도약을 이룩한 것처럼 대한민국이 앓는 중병을 고쳐놓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박 대통령이 대처를 존경한 이유는 이공계 출신 여성 리더라는 공통점도 있지만 그녀가 보여준 ‘원칙과 소신’에 바탕을 둔 강력한 리더십 때문으로 보인다.
대처 전 총리는 철의 여인 이외에 ‘대안은 없다’는 뜻의 ‘티나’(TINA·There Is No Alternative)’라는 별명으로 유명했다. 이것은 대처가 1980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영국병을 고치려면 자유시장경제에 기반한 고강도 개혁 말고는 다른 방안이 없다”는 말로 반론을 아예 차단해버린 데서 유래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준비된 여성 대통령’을 기치로 내세웠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 박 대통령은 대처 전 총리가 보여준 것과 같은 ‘티나’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무엇보다 여성 경제활동 확대와 양성평등 확산을 위해서는 미래 여성 인재 10만 양성 프로젝트를 조속히 추진하고, 적극적 고용제도 정착을 통한 여성의 고용을 확대하며, 정치·행정 등 각 분야에서 여성의 의사 결정 및 관리직 참여를 대폭 확대하는 것 말고는 ‘다른 대안이 없다’는 것을 천명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박 대통령은 진정한 여성시대를 만든 인물로 평가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대처 전 총리가 돋보인 것은 진보와 보수 모두로부터 인정받는 정책을 펼친 것이다. 1990년대 토니 블레어 전 총리는 노동당이면서도 대처의 정책을 광범위하게 계승해 ‘대처의 아들’로 불렸을 정도다. 박 대통령도 여야 모두로부터 인정받는 여성정책을 적극 추진해 대처와 같은 변혁적 지도자의 길을 걸어야 한다. 그것이 박 대통령이 진정 대처를 존경한다는 것을 온몸으로 보여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