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문제를 대신 해결해 줄 나라는 없다
박근혜 새 정부의 지혜와 용기가 절실히 요구된다

북한이 기어코 3차 핵실험을 단행했다. 북한은 이번 핵실험에서 “폭발력이 커졌고 원자탄의 소형화·경량화에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장거리 로켓 발사 성공에 이어 핵 실험마저 감행함으로써 한반도 안보가 크게 위협받을 전망이다. 북한의 3차 핵실험으로 20여 년 동안 추진한 한반도 비핵화 정책이 총체적으로 실패했다는 것이 입증됐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압박과 제재에도 불구하고 핵실험이라는 극단적 모험주의를 택한 것은 자신들의 불안정안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고도의 전략적 판단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자신들이 줄기차게 주장하고 있는 ‘강성대국 건설, 주한 미군 철수, 남한 흡수통일’이라는 3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 같다. 이런 북한의 내부적 요인도 크지만 우리 내부의 잘못된 주장이 북한의 모험주의를 부추긴 면도 있다. 정몽준 전 새누리당 대표는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우리 내부에 “북한의 핵은 ‘자위용’이라는 주장, 북핵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것이라는 주장, 북핵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핵을 가져서는 안 된다는 세 가지 잘못된 주장이 있다”고 강조했다.

주목해야 할 것은 우리 내부의 이런 잘못된 주장에 기반을 둔 실효성 없는 비핵화 정책이 오히려 북한 핵무장의 길을 터주었다는 점이다. 1944년 J 폰 노이만과 O 모르겐슈테른의 공저 ‘게임이론과 경제행동’에서 이론적 기초가 마련된 게임이론은 북한의 이런 무모하고 극단적인 행동을 체계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틀을 제공한다. 이 이론은 상충적이고 경쟁적인 조건에서 경쟁자 간 경쟁 상태를 모형화해 참여자의 행동을 분석함으로써 최적 전략을 선택하는 것을 설명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한 집단에 있어서 어떤 행동의 결과가 게임(놀이)에서와 같이 참여자 자신의 행동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고 동시에 다른 참여자의 행동에 의해서도 결정되는 상황하에서, 자기 자신에게 최대의 이익이 되도록 행동하는 것을 분석하는 수리적 접근법”이다. 그런데 이런 게임에는 ‘대칭적 게임’(Symmetrical Game)과 ‘비대칭적 게임’(Asymmetrical Game)이 있다.

북한 비핵화를 둘러싼 우리 정부와 북한의 관계는 전형적인 비대칭적 게임이다. 남북한이 대등한 관계에서 합리적으로 문제를 풀어가는 것이 아니라 북한이 일방적으로 행동하고 협박해도 제재와 처벌을 할 수 없는 구조다. 북한은 시종일관 북핵 게임을 ‘비대칭적 게임’으로 만들어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데 성공했다. 그 이면에는 자기들이 무슨 일을 벌여도 중국은 북한이라는 지정학적 방패를 쉽게 포기할 수 없을 것이라는 믿음이 깔려 있다.

한편 중국은 북한이 핵을 가져도 동북아 안보에 크게 위협되지 않는다고 확신하는 것 같다. 더욱이 중국은 미국이 ‘핵 없는 세상’을 대외 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기 때문에 일본과 한국의 핵무장 시도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따라서 북한이 핵을 가져도 동북아 지역에 핵 도미노 현상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단정하고 있다. 중국의 이런 잘못된 인식을 간파한 북한은 중국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전혀 압박감을 느끼지 않고 핵실험을 반복적으로 단행하는 것이다.

당장 중국은 이번에도 북한 제재에 입을 닫았다. 북한 핵실험 직후 중국 외교부장은 한·미 외교수장과 통화할 때 제재보다는 냉정과 자제를 촉구한 것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물론 미국의 입장은 다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12일 재선 후 가진 첫 국정연설에서 북한의 도발에 대해 “북한을 더욱 고립시킬 것”이라며 “동맹국들과 함께 미사일 방어망을 강화하고, 위협에 상응하는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미국도 무조건 믿을 수는 없다. 미국은 겉으로는 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상황 변화에 따라 얼마든지 실리적 접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핵을 보유하고 있다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을 인정하고 북한 핵이 중동 등 다른 나라로 유출되는 것을 막는 것에 더 많은 비중을 둘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국제사회의 냉혹한 현실 속에서 이제 우리도 최소한의 자위력을 위해 ‘원치 않는 결단’을 내려야 할지 모른다. 현재의 잘못된 ‘비대칭적 게임’을 ‘대칭적 게임’으로 바꿔야 비로소 북핵에 대한 해법이 도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분명 북핵 문제를 우리를 대신해 해결해 줄 나라는 없다. 박근혜 새 정부의 지혜와 용기가 절실히 요구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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