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당선인 일거수일투족 깨알같이 기록하고 있다는 점 명심해야

두 아들 병역 면제와 부동산 투기 의혹에 휩싸인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가 전격 사퇴했다. 총리로 지명된 지 닷새 만이다. 김 후보자는 “저의 부덕의 소치로 국민 여러분께 걱정을 끼쳐 드리고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에게도 누를 끼쳐드려 국무총리 후보자직을 사퇴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이명박 정부 출범 직전 여성부, 통일부, 환경부 3개 부처 장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가 열리기도 전에 자진 사퇴했던 상황과 유사하다. 헌정사상 초유의 정권 초대 총리 후보자 사퇴로 인해 박근혜 당선인의 인사 스타일이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공식적인 검증 시스템보다는 비선 라인과 ‘수첩’에 의존해 ‘나 홀로’낙점하는 행태가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이해하기 힘든 것은 일반인도 알 수 있는 가장 기초적인 자료를 박근혜 당선인 혼자만 몰랐다는 것이다. 청와대나 사정기관에 검증 관련 자료를 요청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김용준 전 총리 후보자는 지명을 받기에 앞서 자신의 이력과 관련해 한 장의 문건도 쓰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에서 3년 전에 만들어 시행 중인 200문항의 사전 질문지만 받았어도 낙마는 피할 수 있었다.

문제는 이런 낙마 사태가 부실 검증에 따른 것이 아니라 마치 청문회 제도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여기는 태도다. 박 당선인은 최근 강원 지역 새누리당 의원들을 초대해 가진 비공개 오찬 회동에서 “(나라를 위해 일할) 인재를 뽑아서 써야 하는데, (지금처럼) 인사청문회 과정이 신상 털기 식으로 간다면 과연 누가 나서겠느냐”며 검증과 인사청문회 과정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문회에 대한 이런 언급은 대단히 잘못된 것이다. 자신의 잘못을 제도의 탓으로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청문회는 그야말로 정책 청문회의 전형을 보인다. 그 이유는 청문회 개최 전에 이미 공직자 지명자에 대한 강도 높은 도덕성 검증을 마치고 이를 통과한 사람만이 청문회장에 설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어 청문회 전에 사퇴하는 것은 아주 당연한 것이다. 미국 인준청문회의 관점에서 보면 김용준 후보자의 자진 사퇴는 놀라운 것이 아니라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다. 온갖 의혹으로 점철돼 있는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청문회 같은 것은 아예 열리지 못한다.

미국 200년 청문회 역사에서 300명가량의 대법관 지명자 중 27% 정도가 중도 낙마한 것은 이를 잘 보여준다. 미국의 청문회제도는 우리와 큰 차이를 보이는 몇 가지 원칙들이 있다. 우선, 정보 공개의 원칙이다. 백악관이 주도했던 공직 후보자 검증 자료를 의회에 제출해 어떻게 검증했는지 소상히 밝힌다. 의회를 존중하고 국민에 대한 예의를 갖추기 위한 것이지만 핵심 의도는 스스로 완벽한 검증을 했다는 징표를 보이기 위한 것이다.

둘째, 검증 상호 경쟁의 원칙이다. 백악관 인사처뿐만 아니라 연방수사국(FBI), 국세청, 공직자윤리실이 독자적으로 검증해 그 결과를 대통령에게 직보한다. 대통령은 어느 부처가 부실 검증을 했는지 가려낼 수 있기 때문에 검증을 담당한 각 부처는 최선을 다한다. 셋째, 다단계 인준 표결의 원칙이다. 미국은 상원 상임위원회에서 청문회를 실시하는데 최종 인준은 상임위와 본회의에서 모두 표결을 한다. 따라서 정부는 인준 통과를 위해 사전에 여당뿐만 아니라 야당과 충분히 협의를 한다. 상임위원회에서 장관 청문 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아도 시간이 지나면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할 수 있는 우리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박근혜 새 정부가 이런 원칙들을 벤치마킹한다면 부실 검증에 따른 인사 실패를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남을 탓하고 제도를 탓하기 전에 ‘내 탓이오’를 외치며 더욱 낮은 자세로 국민의 눈 높이에 맞는 인사 검증을 해야 한다. 또다시 여당과 박근혜 측근 인사들로부터 인사와 관련해 “모른다” “묻지 마라” “답변 못 한다”는 소리가 되풀이 되면 ‘인사(人事)는 필연적으로 망사(亡事)가 된다. 박근혜 당선인만 수첩이 있는 것이 아니다. 국민에게도 수첩이 있어 박 당선인의 일거수일투족을 깨알같이 기록하고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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