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비폭력·평화투쟁 운동가로 ‘어머니 정부론’ 주장
9년 만에 광주인권상 직접 받아… ‘또 하나의 인동초’
“젊은이들의 민주화운동 투신에 경의와 감사를 표한다. 젊은이들이야말로 과거와 미래를 연결해서 인간의 이상을 실현할 주체로, 미래는 그들에게 달려 있다. 한국의 젊은이들이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이상과 열정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이름 앞에 으레 ‘민주화 운동의 꽃’이란 수식어가 따라붙는 ‘버마(미얀마)’의 아웅산 수치(68). 4박5일 일정의 한국 첫 방문, 특히 민주화 성지인 광주를 방문해 (민주화 열망을 향한 인내와 끈기의 상징이 된) ‘인동초’라는 애칭이 하나 더 더해질 것 같다.
군부독재에 맞서 1989년 첫 가택연금 조치를 당한 후 석방과 구금을 되풀이하며 2010년 11월 해금되기까지 기나긴 세월을 비폭력과 평화투쟁으로 일관했던 그의 행보 하나하나가 한국 국민에겐 감동이었다. 이는 그가 평소 연대의식을 표명하면서 “한국 사회에 많은 변화를 이끌어냈다”고 평가해왔던 광주를 방문하면서 절정에 달했다. 1월 31일 국립 5·18 민주묘지를 방문, 외국인으로선 처음으로 소나무 기념식수를 하고 만삭의 몸으로 계엄군의 총을 맞고 숨진 최미애씨 등의 묘역을 둘러보며 깊은 관심을 표했다. 특히 2004년 버마 민주화 운동에 기여한 공로로 광주인권상 수상자로 선정됐으나 가택연금에 묶여 직접 수상하지 못했던 상을 9년 만에 직접 받는 감격도 누렸다.
1991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그는 지난해 4월엔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정치활동을 재개, 자신이 창설한 국민민주주의연맹(NLD)을 이끌고 있다. 본격적으로 활동을 재개한 그의 관심사는 이제 ‘더 나은 세상’을 향한 연대로 쏠리고 있는 듯하다. 민주화 운동에서의 광주와 버마의 결속을 강조하면서 “인권과 평화 등 세계를 좀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서로 협력하자”고 말했고, “아직까지 완벽한 세상에 살고 있지 못하지만 후손을 위해 안전지대를 만들어줘야 한다”며 “모든 생명체를 위한” 인류의 지속적 노력을 역설했다.
행정학자 김광웅 명지전문대 총장은 세계적 여성 리더들을 분석한 저서 ‘미즈 프레지던트’에서 수치의 리더십을 ‘어머니 정부론’으로 대변한다. 어머니는 가족에게 필요한 것을 늘 제공하지만 가족 중 누구도 어머니의 이런 역할을 특별히 의식하지 않듯이 정부 역시 어머니처럼 자연스럽게 역할과 책임을 수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수치는 이에 대해 “가장 나쁜 정부는 민중으로부터 두려움과 혐오를 일으키며 증오의 대상이 되는 정부이고, 그보다 조금 나은 정부는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정부”라며 “가장 좋은 정부는 사람들이 (어머니처럼) 그 존재를 의식하지 않아도 되는 정부”라고 말한 바 있다.
수치 자신이 인정하듯 버마의 민주화는 아직까지는 미완성, 진행 중에 있다. 그러나 오랜 세월 담금질된 자유와 인권 수호를 향한 그의 굳건한 의지는 조국 번영의 물꼬를 트는 단초가 될 것이다. 지난해 9월 그가 미 의회의 금메달을 수상한 이후 정치범들이 석방되고 미국의 경제 제재 조치가 완화되는 등 서서히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수치의 이름은 ‘희귀한 승리의 찬란한 집합’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 그의 정치 운명을 이미 예견한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