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무위원 포함 79명 중 6명(7.6%)만이 여성
여성에 대한 배려가 이렇게 없을 수 있는가

제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공식 출범했다. 인수위의 활동은 새 정부의 성공 여부가 결정된다고 할 정도로 중요하다.

박근혜 인수위는 역대 인수위와는 달리 구성과 운영에서 새로운 정치 실험을 하고 있다. 첫째, 인수위의 본질적인 기능에 역점을 두고 있다. 인수위는 인수를 하는 곳이지 정책을 만드는 곳이 아니다. 인수위는 말 그대로 현 정부와 차기 정부의 원활한 인수인계 작업이 가장 큰 존재 이유다. 역대 인수위는 점령군처럼 요란하게 설익은 정책과제를 발표하고 정부 부처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과제를 부여함으로써 불필요한 혼돈과 갈등을 일으켜 언론의 질타를 받았다. 박근혜 인수위는 이런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 인수위의 역할을 공약 이행과 제도 개선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인수위는 효율적인 업무보고를 진행하기 위해 부처 일반 현황, 추진 중인 정책 평가, 주요 현안 정책, 대통령 당선인 공약 이행 세부계획, 예산절감 추진계획, 산하 공공기관 합리화 계획, 불합리한 제도 및 관행 개선 계획 등 7대 지침을 해당 부처에 통보했다. 박근혜 당선인이 여러 차례 강조한 ‘잘못된 관행’을 고치기 위해 부처 스스로 잘못된 관행을 진단하고 해법을 내놓으라는 지침을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둘째, 정치 실세형보다 당선인의 대선공약과 정책비전, 국정운영 철학을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을 중심으로 ‘실무형’으로 구성됐다. 무엇보다 선대위에서 박 당선인의 대선공약을 개발했던 ‘국민행복추진위원회’ 출신 인사가 14명이나 포함됐다. 전체의 60%에 달하는 수치다. 박 당선인의 싱크탱크 격인 국가미래연구원 출신 인사들도 7명에 달한다. 국정기획조정분과 간사 역할을 정치인이 아닌 학자에 맡긴 것은 ‘실무형 인수위’라는 의도를 드러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위원장과 부위원장을 포함한 26명의 인수위원 중 전·현직 대학교수가 16명(61.5%)이다. 그밖에 관료 출신이 6명, 법률가 2명, 정치인과 기업인 출신이 각 1명이다. 이는 이명박 인수위가 전체 24명 가운데 10명이 학계 출신이었지만, 친이 실세 인사도 거의 같은 비중인 9명에 달해 사실상 ‘정치형’ 인수위였다는 점과 크게 대비된다.

셋째, 분과 구성에서 사회분야에 대한 세분화가 이뤄졌다. 9개 분과에서 사회분야가 고용복지, 법질서 및 사회안전, 여성·문화 등 3개 영역을 차지했다. 박 당선인이 대선 기간에 일자리 창출, 맞춤형 복지, 준비된 여성 대통령을 강조했던 것을 인수위가 반영한 결과로 보인다. 이명박 인수위와 노무현 인수위에서는 사회·문화·여성을 하나로 묶어서 분과를 구성했던 것과 큰 차이라 할 수 있다.

여하튼 새 정부의 국정운영 기조가 정치와 경제보다는 사회분야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새로운 정치실험을 통해 박근혜 인수위가 인수위 본연의 기능에 충실하려고 하는 것은 참으로 긍정적이고 바람직하다. 하지만 여성주의적 시각에서 보면 치명적인 한계를 노출시켰다. 전체 26명의 인수위원 중 여성 위원은 단 2명이고, 정부에서 파견된 53명의 전문위원과 실무위원 중에서도 4명만이 여성이었다. 전체 79명의 위원 중 6명(7.6%)만이 여성이라는 사실은 참담함을 넘어 자괴감마저 든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준비된 여성 대통령’을 기치로 당선된 사람이 여성에 대한 배려가 이렇게 없을 수 있나. 여성 대통령 당선인이 배출됐다고 해서 보수적인 언론사에서도 여성 논설위원이 늘어나고 있는데 박근혜 인수위는 시대 흐름과 거꾸로 가고 있다. 문제는 박근혜 당선인이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서 지난해 4월 총선 공천을 진두지휘했을 때에도 지역구 여성 공천자가 7% 정도에 불과했다. 우연의 일치라고 보기에는 너무 조짐이 나쁘다. 박근혜 당선인은 평소 신뢰와 약속을 목숨처럼 소중히 여긴다고 공언했다.

박 당선인은 지난 대선 기간에 “여성의 대표성을 강화하고 여성의 삶의 질을 높이며 실질적인 성 평등 국가를 이룩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런 천금 같은 약속이 지켜지려면 정부 조직 구성에서부터 남성 지배적 구조가 쳐놓은 보이지 않는 장벽인 유리천장이 산산조각 나는 소리가 사방 천지에 울려 퍼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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