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호/참여연대 시민감시국장

서울지검 동부지청 박충근 검사가 대한매일 여기자를 성추행한 사

실이 언론의 보도를 통해 밝혀졌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7일 점심시

간에 지청장 등 10여명의 검사와 10여명의 출입기자들이 함께 회식

을 하는 과정에서 한 부장검사가 술에 취해 동석한 여기자의 발을

만지는 등 성희롱 했고, 여기자가 자리를 피하자 점심식사 후 기자

실까지 찾아온 박 검사가 2차를 가자고 종용하며 기자를 뒤에서 껴

안는 등 또 다시 성추행을 했다는 것이다.

우리사회의 왜곡된 회식문화는 많은 직장여성을 성적대상으로 전락

시켜온 것이 사실이고 그것 자체가 커다란 문제이지만, 이번 사건은

단순한 남성중심문화나 왜곡된 회식문화의 차원을 넘어선다. 직장내

성폭력이 문제가 되어 특별법까지 제정되어 시행되고 있는 마당에

추상같은 법 집행의 선두에 서야 할 검찰의 한복판에서 이런 몰상식

한 일이 벌어졌다는데 이 사건의 중대성이 있다. 인권의 보루로서의

사법권력 안에서조차 권력집행의 주체에 의해, 버젓이 여성에 대한

성추행 및 성희롱이 자행되고 있다면 대한민국 여성은 과연 어디에

서 인권을 보호받을 수 있겠는가?

또한 이번 사건이 일반 성추행사건과 구별될 수 있는 것은 검찰에

팽배해 있는 특권의식의 소산이라는 점이다. 여기자에 대해서 그것

도 공개된 기자실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것은 무소불위의 검찰

권력을 앞세운 왜곡된 특권의식의 발로였다고 밖에 달리 해석할 길

이 없다. 검찰권력의 남용과 검사의 특권의식의 문제점으로 인해 정

부차원의 사법개혁위원회도 구성되고 있는 마당에 이런 안하무인격

행동이 돌출하는 것은 검찰과 검사들이 아직도 시대의 흐름과 국민

의 요구를 제대로 직시하고 있지 못함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라

할 것이다.

지청장이나 차장검사까지 동석한 점심회식자리에서 박검사가 스스로

를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만취상태에 빠졌다는 점 또한 국민에게는

납득되지 않는 일이다. 최근 검찰에서 “업무 중에 술을 먹지 말

라”는 지시가 있었다는 사실에 비추어볼 때 지청 검사조직 전체가

총장지시에 반하는 회식을 즐겼다는 말이 된다. 우리나라 어느 공직

자가 대낮에 만취하도록 술을 먹는단 말인가? 업무시간 중 술자리에

2차는 또 웬 말이란 말인가? 실제로 동석했던 사람들의 말을 빌면

박검사가 여기자에게 2차를 종용하게 된 것도 정충수 지청장의 요청

에 의한 것이었다고 하니 이는 비단 박검사 개인의 문제만은 아니라

할 수 있다.

이번 사건으로 검찰의 왜곡된 여성관과 오도된 특권의식이 다시 한

번 드러났다. 검찰은 이 사태를 봉합하고 수습하기에 앞서 먼저 여

성들과 국민앞에 사과하고 해당 검사들에 대한 응분의 제재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이번 사건에 대해 검찰 전체의 기본인식이 과연

어떠한가 하는 것은 사건 관련자들에 대해 검찰 스스로 어떤 조치를

취하는지를 보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사실 이런 검찰의 반여성적,

안하무인적, 초법적 행동이 반복되는 데에는 이제껏 이런 사건에 대

해 검찰이 ‘제식구껴안기’식의 미온적 수사태도로 일관함으로써

사실상 이렇다할 제재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점과 관련해서 검찰의 대응은 대응 처음부터 실망스럽기

그지 없는 것이다. 정충수 지청장은 문제가 불거지자 “잠시 전보처

리 했다가 사건이 수습되면 불러올리면 될 일”이라는 식의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요컨대 정충수 지청장을 비롯한 검사들은 자신이 저

지른 일의 중대성과 심각성을 전혀 깨닫지 못하고 여전히 고압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피해 여기자 측에서는 박검사의 직위해제를 요구하고 있으며 참여연

대와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의전화연합, 한국성폭력상담소 등 여

성단체들 역시 박검사의 직위해제와 지청장 등의 징계위 회부, 검찰

총장의 공개사과를 주장하고 있는 만큼 관련자들에 대한 엄한 처벌

로 일벌백계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이 사건은

성폭력 사건의 수사를 직접 담당하는 검찰조직의 기본인식수준을 그

대로 드러낸 사건인 만큼, 몇몇 검사들의 처벌만으로 마무리 할 일

이 아니라 검찰조직 전체의 인식에 대한 재점검이 필수적이다. 이번

사건이 예시된 ‘성폭력 예방 지침’을 만들어 검찰조직에 배포, 열

람케 하는 조치도 뒤따라야 하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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