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사랑했고 스스로 가수이자 춤을 추었던 테레지아는 빈을 음악의 도시로 만든 주인공이다. 남편이 죽고 난 후 황제에 오른 장남 요제프 2세와 함께 제국을 이끌었다. 모차르트의 일대기를 다루며 아카데미상을 휩쓸었던 영화 ‘아마데우스’에 등장하는 황제가 요제프 2세다. 유럽의 모든 와이너리를 수도원이 소유하고 있을 때 일반인에게도 와인을 만들어 팔 수 있는 권리를 주었던 인물이기도 하다. 빈 외곽에 나가면 유명인사들이 찾았던 운치 만점 선술집 호이리게(햇와인 상점)들이 많다. 요제프 2세 이후에 생긴 것들이다. 유럽에서 내부가 가장 아름답다는 마리아 테레지아가 지은 쇤브룬 궁전에서 여섯 살 모차르트가 거울의 방에서 연주를 하고 테레지아의 무릎에서 막내 딸 마리 앙투아네트에게 청혼을 한 일화는 매우 유명하다.
빈은 로마의 군단 빈도보나(Vindovna)가 있던 자리다. 영화 ‘글래디에이터’에서 로마 황제 마르크스 아우렐리우스가 참전한 곳이 바로 이곳 빈도보나다. 그래서 파생된 지명이 영어로는 비엔나(Vienna), 현지어로는 빈(Wien)이다. 이렇다 보니 오스트리아 역사의 첫 페이지를 장식하는 인물은 명상록으로 유명한 마르크스 아우렐리우스다. 마리아 테레지아는 로마군영 도시였던 거대한 빈도보나를 매립하고 새로운 도시를 세웠다. 바로 지금의 빈의 구시가지 모습이다. 필자가 살았던 빈 1번지 광장 지하, 지하철 역사 또는 왕궁 근처에서 로마시대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꿈의 도시’
지금도 빈은 꿈의 도시다. 유엔 기구가 들어와 있어서 수많은 국제회의를 한다. 모차르트, 베토벤, 하이든, 슈베르트, 요한스트라우스, 브람스의 선율이 오늘도 흐른다. 세계 정상의 음악가들이 활약하는 곳이며 빈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감동은 뇌리에서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특히 매년 1월 1일 전 세계로 생방송되는 신년 음악회는 가격이 저렴하지만 한정된 좌석이라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렵다는 콘서트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실망할 필요는 없다. 따뜻한 봄날 빈에 가면 모차르트 시대 의상을 입고 모차르트 음악 하이라이트와 왈츠까지 연주하는 모차르트 오케스트라를 신년음악회 장소인 뮤지크베어라인 황금홀에서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2012년은 ‘키스(Kiss)’로 유명한 구스타프 클림트 탄생 150주년 되는 해였다. 세계를 사로잡은 클림트의 작품이 가장 많은 곳이다. 필자는 지난 여름 두 달간 빈에 머물면서 그의 모든 작품을 볼 기회가 있었다. 박물관 벽화, 극장 벽화에서부터 상징주의의 최고인 ‘베토벤 프리즈’까지 7곳을 다 둘러보면서 만끽할 수 있었다. 클림트와 에밀리 플뢰게의 사랑을 주제로 한 전시관은 이때가 아니면 볼 수 없는 것이었다. 이제 그림들이 다시 자리를 찾아 뿔뿔이 흩어지겠지만 언제라도 빈에 가면 그 유명한 ‘키스’와 ‘베토벤 프리즈’를 볼 수 있고, 미술사 박물관에서 그의 벽화를 생생하게 접할 수 있다.
Tip. 빈에서 꼭 해 볼 것
1. 중앙묘지 음악가 구역 들르기.(모차르트 가묘, 베토벤, 요한스트라우스, 슈베르트, 브람스 등이 잠들어 있다)
2. 합스부르크 왕실의 역대 황제와 황제비 그리고 그의 식구들이 쇠로 만든 관 속에 잠들어 있는 시내 중심부 지하묘지 카프치너 구르프에 가보기. 관 자체의 아름다운 예술성을 감상할 수 있다.
3. ‘키스(Kiss)’가 걸려있는 19~20세기 미술사박물관(벨베데레 궁전), 중세유럽에서 가장 중요한 보물들을 전시하고 있는 보물창고(샤츠캄머), 알베르티나 미술관 관람하기.
4. 빈필의 본거지인 뮤지크베어라인에서 귀에 익숙한 모차르트 하이라이트 감상하기.
5. 유엔 건물이 들어선 도나우 강변에 자리한 스트란트 카페에서 도나우 갈비 뜯기.
6. 오페라하우스 바로 뒤에 자리한 사커호텔에서 비엔나커피(멜란지)와 자허토르테(초코케이크) 꼭 경험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