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의 운명’은 ‘문재인의 생각’에 달려 있어
‘안’의 정치쇄신안 대폭 수용해야 단일화 효과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22일간의 공식적인 대선 선거운동에 돌입했다. 무소속 안철수 후보의 전격적인 후보 사퇴로 이번 대선은 10년 만에 여야, 진보와 보수, 영남과 호남 등 전통적 양자대결 구도가 됐다. 때문에 두 후보 간 득표율 차이가 2~3%포인트(p)의 초박빙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퇴한 안철수 전 후보의 지지층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중요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안 전 후보의 전격 사퇴 직후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흥미로운 결과들이 나왔다. 첫째, 박근혜 후보가 오차범위 내에서 문재인 후보를 앞섰다. 12곳에서 실시된 여론조사 중 8곳에서 앞섰다. 이는 지난 2002년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이후 실시된 여론조사와 큰 차이를 보인다. 단일화 이전에 노무현 후보는 이회창 후보에게 뒤졌지만 단일화 이후에는 이 후보를 크게 앞섰다.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단일화 이전인 2002년 11월 7일 노무현 후보의 지지도는 27.1%로 이회창 후보(36.1%)에게 크게 뒤졌다. 하지만 단일화 직후인 11월 25일 조사에서는 반대로 노 후보(43.5%)가 이 후보(37.0%)를 크게 앞섰다. 단일화 효과의 강도가 상당히 컸다는 방증이다. 하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안 전 후보의 사퇴로 이뤄진 기형적 단일화로 인해 단일화 효과보다는 단일화 결렬 후폭풍이 더 세차게 불고 있는 것 같다. 실제로 한국갤럽이 안 전 후보 사퇴와 야권 단일화에 대한 추적조사 결과, 문재인 후보에 대해 ‘더 좋아졌다’는 응답은 10%인 반면, ‘더 나빠졌다’는 27%로 나타난 것이 이를 입증해준다.

둘째, 후보 사퇴 전 안 전 후보를 지지했다는 응답자들의  20% 정도가 박 후보 지지로 돌아섰다. SBS·TNS의 11월 24일 조사에 따르면, 후보 사퇴 전 안 전 후보를 지지했다고 응답한 사람의 51.8%가 문 후보를 지지한 반면, 박 후보를 지지한 사람은 24.2%였다. ‘새로운 지지 후보를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는 응답은 22.5%였다. 안 전 후보 사퇴 전 다자대결 구도에서 얻었던 약 25% 지지도의 20% 정도가 박 후보에게 이탈했다면, 전체적으로 5%가량이 박 후보에게 갔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박 후보는 문 후보와의 양자대결에서 45% 안팎의 지지를 받고 있었다. 여기에 안 전 후보 사퇴 이후 얻은 5% 지지율을 더한다면 50% 정도의 지지도가 나와야 하는데,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런 ‘5%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셋째, 안 전 후보 사퇴 이후 박-문 양자대결에서 두 후보의 지지율이 동반 하락하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MBC·한국리서치의 11월 18일 조사에서 양자대결 시 박근혜 42.5%, 문재인 45.6%였던 것이 11월 24일 조사에서 박 후보는 39.2%로, 문 후보도 41.2%로 떨어졌다. 특히 서울지역의 경우 박 후보의 지지도는 동일 기간 무려 10%p 정도 빠졌다.

이런 현상이 나타난 근본 이유는 기존 정당에 대한 불신이 크게 작동되어 지지를 유보하는 층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한 대선 구도가 극심한 이념적 양자대결로 만들어지면서 박 후보를 지지했던 중도보수와 문 후보를 지지했던 중도진보층이 일시적으로 부동층화 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여하튼 안 전 후보 사퇴 이후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확인된 이와 같은 미스터리한 사실들을 종합해볼 때 현재의 여론조사는 바닥 민심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거나 불안정한 측면이 있다. 따라서 여론조사의 단면만 보고 안 후보 사퇴 이후 단일화 효과가 있다 또는 없다고 얘기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대선의 최대 변수는 여전히 안 전 후보 지지층을 누가 흡수하느냐에 달려 있다. 안 전 후보는 사퇴 선언 후 칩거 5일 만인 11월 28일 본부장 및 실장급 인사들과 만나 향후 행보와 관련해 “앞으로 무슨 일을 할 때 저 개인의 입장이 아니라 지지해 주시는 분들의 입장에서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입장은 23일 사퇴 기자회견에서 “정권 교체를 위해 백의종군하겠다. 문 후보에게 성원을 보내달라”고 밝혔던 것과는 상당한 온도 차이를 느끼게 한다.

‘문재인의 운명’은 ‘안철수 생각’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문재인 생각’에 달려 있다. 문 후보가 안 전 후보에게 어떤 명분을 주느냐가 최대 관건이다. 안 전 후보가 별동 부대를 만들어 문 후보 지지운동을 한다는 것은 지극히 낮은 수준의 지원이다. 문 후보는 안 전 후보로부터 더 높은 수준의 선거 지원을 끌어내기 위해 무엇보다 안 전 후보가 그동안 새 정치와 관련해 제기했던 국회의원 정수 축소를 포함한 정치 쇄신안들을 대폭 수용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문 후보는 비로소 가치와 철학이 부합되는 단일화 효과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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