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문화네트워크가 주최하고 여성신문 주관,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는 ‘2012 올해의 여성문화인상’의 수상자가 발표됐다. 문화계에서 활발한 활동이 기대되는 여성에게 주어지는 ‘신진여성문화인상’을 수상한 김영순 연극 연출가, 김재연 제주 해녀, 정민아 모던 가야그머, 정연경 영화감독, 홍세희 안무가의 목소리를 지난 호에 이어 담았다. 장관상인 ‘올해의 여성문화인상’의 영예는 KBS 간판 예능 프로그램인 ‘개그콘서트’를 이끌고 있는 서수민 PD가, ‘여성문화예술인 후원상’은 여성인권영화제 ‘피움’이 안았다. ‘문화예술특별상’은 여성주의 문화기획 단체 ㈔문화세상 이프토피아와 북한에서 문화예술 활동을 하던 북한이탈 주민들이 주축이 된 평양예술단이, ‘청강문화상’은 독립출판사 ㈜아띠봄이 받는다. 시상식은 28일 오후 4시 이화여대 ECC 이삼봉홀에서 열린다.
김영순 연극연출가
세계 최초 안드로이드 로봇 공연 선보인 늦깎이 연출가
“남북 이산가족 이야기 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리겠다”
“‘이 나이에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으니, 공부마저 열심히 하지 않으면 인생이 망가지겠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절박하게 공부했어요. 영어도 제대로 못하는 연출 지망생이라고 외국 배우들이나 스태프들에게 무시당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는 생각에, ‘나만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을 만들자’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나온 작품이 남북 이산가족 이야기를 모티브로 창작한 ‘사랑의 약속’이다. 김씨는 브리검영대학교 졸업 당시 졸업작품으로 선보인 이 연극을 뉴욕대 대학원을 마친 2004년 오프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렸다. 푸른 눈의 미국인 배우들과 함께 영어로 선보인 이 작품은 당시 현지에서 “가족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로 한국의 정치적 상황을 전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김 연출은 “젊은 혈기로 있는 돈 없는 돈 다 털어 극장을 계약하고 나서 제작비가 없어서 발을 동동 굴렀다. 그러다 우연히 만난 인권운동가 소냐 장씨와 뉴욕 문화계 인사들의 도움으로 겨우겨우 무대를 꾸렸다”고 회상하며 “공연을 하면서 문화예술이 남북 문제 해결에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언젠가 각기 다른 인종의 배우들과 함께 하나의 ‘남북 이산가족’을 꾸려 제대로 세계무대에 선보이고 싶다”고 전했다.
그는 “디키 제임스는 파격적인 비언어극으로 세계를 정복한 히트 메이커다. 처음에는 워낙 바쁜 일정에 고사했지만, 한국 공연 로봇과 기존 공연에 대한 자세한 자료를 보내고 설득 중”이라고 밝혔다.
김씨는 이렇게 장기적으로 세계무대에서 뛸 준비를 찬찬히 하는 와중에도, 틈틈이 튼실한 창작극의 극본과 연출 작업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올해는 중년 여성들의 찜질방 수다를 모티브로 한 희곡 ‘여보 나도 할 말 있어’에 몰두하고 있다. 그는 “2009년 ‘엄마들의 수다’를 번역하면서 엄마들의 삶은 만국 공통어와 다름없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지금도 싱글이지만, 내 어머니가 나를 낳고 키운 순간순간들을 상상할 수 있겠더라. 이 감성을 덮어두지 않고 살려 한국 아줌마들의 이야기를 창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작품은 아이, 남편, 시집, 사회와 부닥치는 중년 여성들의 애환을 담으면서도, 비극적이지 않고 코믹하게 풀어낼 예정이다.
“연극은 제 인생을 지탱해 주는 힘입니다. 평생 연극에 몸담기는 했지만 연출가로서는 이제 출발선에 있다고 생각하고 더 큰 목표를 가지고 창작에 몰두하겠습니다.”
제주 해녀 김재연씨
제주 여성의 상징 ‘해녀’ 맥 잇는다
김씨는 “돈벌이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마라도와 제주의 문화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일하고 있다”며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는 분들도 있었는데, 그래도 인정해주시는 분들이 있구나 하는 생각에 큰 힘이 된다”는 수상 소감을 밝혔다.
김씨는 세계자연보전총회(WCC)서 제주여성거버넌스포럼이 세계자연보전연맹(IUCN)과 함께 진행한 세계 제주 해녀들의 토론회에서 가장 큰 관심을 받은 주인공이다. LA타임스 등 세계 유력 언론의 관심을 받기도 했다.
김씨를 비롯한 제주 해녀들은 제주만의 독특한 어촌문화와 해양문화, 향토문화를 계승·발전시키는 역할을 한다. 김씨는 “지금의 상군해녀들이 몸이라도 아파 물질을 그만두시면 이어갈 후배들이 없다”고 우려하며 “해녀학교도 지금처럼 레저 체험 위주의 프로그램이어서는 안 된다. 해녀를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마련해달라”고 강조했다.
김씨는 물질은 “천직”이라고 말한다. 마라도에서 나고 자란 김씨는 중학교부터 대학까지 제주시에서 유학하고 금융기관 등에서 직장생활을 했다. 결혼 후 가정주부로 있던 2007년 마라도를 다시 찾은 김씨는 관광산업의 침투로 변해버린 고향의 모습에 충격을 받고 해녀가 되기로 결심한다. 서귀포시에 있는 아이들과는 주말에 만나는 ‘기러기 엄마’로, 현재 마라도에서 자장면집도 운영하고 있다. 남편 박형일씨는 아내가 물질로 바쁠 때는 아이들 양육을 도맡다시피하며 외조를 하고 있다.
그는 “장사하는 외부인들이 들어와서 해녀 일을 오래했던 분들이 오히려 소외당하고 있더라. 힘이 되어드릴 젊은 사람이 필요하겠다 생각했다”고 말했다.
정민아 모던 ‘가야그머’
홍대 인디신의 퓨전국악 알림이
전자음악 일색이던 홍대에 충격을 안긴 그의 1집 앨범 ‘상사몽’(2007)은 1만 장이 넘게 팔렸고, 앨범 수록곡 ‘무엇이 되어’는 현재 중학교 음악교과서에 실렸다. 국악 연주자로는 처음으로 2008년과 2011년 한국대중음악상 신인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감성적인 노랫말과 편안한 연주의 정민아표 음악은 국악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는 평을 받는다.
정민아씨는 자신의 음악을 “전통악기를 사용할 뿐, 여러분과 똑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의 노래”라고 설명한다. 25현으로 계량된 가야금을 사용하는데 “국악기는 원래 단선율의 악기인데, 가야금만이 개량되면서 화성을 갖게 됐다. 그래서 서양악기와 콜라보레이션(공동작업) 하기에도 유리하고, 노래 반주하기에도 좋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기타나 하프 이상으로 가야금이 사랑받을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전했다.
어느덧 홍대 인디신에서는 중견 이상의 위치로 자리매김한 정씨는 동료들과 함께 사회참여 활동도 활발히 벌인다. 서울이주민예술제 등 다문화 관련 행사에서 MC나 축하공연으로 재능 나눔을 하기도 하고, 최근에는 여성 인디뮤지션들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해 제작한 컴필레이션 앨범 ‘이야기해주세요’에도 참여했다.
특히 ‘이야기해주세요’를 통해 모인 송은지(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이상은, 강허달림, 시와, 지현, 휘루 등의 여성 뮤지션들과는 “게으른 연대”가 형성됐다. 나눔의집 등을 통해 한 달에 한 번가량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방문하는 등 정기적인 모임이 이어지고 있다.
그는 “2006년에도 송은지씨가 주축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