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5일부터 12월 10일까지는 ‘세계여성폭력 추방주간’이다. ‘세계여성폭력 추방주간’은  도미니카공화국의 세 자매가 독재에 항거하다 정권의 폭력으로 숨진 11월 25일을 ‘세계여성폭력 추방의날’로 기념한 1981년 시작되었다. 1991년부터 세계 여성운동가들이 11월 25일부터 세계인권선언일인 12월 10일까지를 ‘세계여성폭력 추방주간’으로 정해 세계 곳곳에서 여성에 대한 폭력을 반대하고, 여성인권을 높이고자 하는 다양한 행사들을 진행해 왔다.

한국의 경우 1991년 한국여성의전화에서 기념행사를 가진 것이 ‘세계여성폭력 추방주간’ 최초의 행사였다. 정부 차원에서는 지난해부터 11월 25일부터 12월 1일까지를 ‘성폭력 추방주간’으로 정하고 행사를 진행했다. 그런데 아쉬운 점은 ‘세계여성폭력 추방주간’이 여성에 대한 모든 폭력문제를 제기하는 것에 반해, 우리 정부의 경우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성폭력(Sexual Violence)’ 문제만을 여성폭력 추방주간에 포함시켰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 사회가 가정폭력, 성폭력, 성매매 등 여성에 대한 폭력을 분절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라 하겠다. 성폭력 특히 아동성폭력 문제에 대해서는 온 사회가 분노하며 사형을 논의할 정도인 데 반해, 가정폭력 문제는 여전히 남의 집 개인사로 여기며, 성매매 문제는 사회의 필요악 정도로 바라보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여성에 대한 폭력 일반권고(No.19)에서 젠더에 기반을 둔 폭력은 여성차별철폐협약 1항의 의미에서 차별이라고 지적했다. 1993년 여성에 대한 모든 형태의 폭력 철폐에 관한 유엔 선언은, 여성에 대한 폭력의 세 가지 주요 형태를 가족 내에서의 폭력, 공동체 내에서의 폭력, 국가에 의해 자행된 폭력으로 규정했고, 그러한 폭력은 신체적·성적·심리적 형태를 띠고 있음을 표명했다.

여성에 대한 폭력은 나타나는 양태는 다르지만 여성차별의 극단적 표현이라는 뿌리는 같다. 신체적 폭력은 성적 폭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고, 폭력 가정에서 아내에 대한 성폭력과 근친성폭력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가정폭력 피해 아동이 가출과 성폭력의 위험에 놓이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모두가 인지하는 사실이다.

여성에 대한 폭력은 폭력 발생 장소와 상관없이, 가해자가 누군가와 상관없이, 신체적 폭력, 성적 폭력 등 폭력의 유형과 상관없이 여성 모두에게 심각한 피해를 주며, 여성의 인권을 침해한다.

여성에 대한 폭력은 일상적으로 여성들의 삶을 통제하고, 여성들의 삶의 반경을 축소시키며, 여성 개인에게 발생한 폭력은 여성 집단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올해 있었던 제주 올레길 살인 사건 이후 많은 여성은 혼자 떠나는 여행을 더욱 어려워하게 됐다.

이러한 폭력의 연속성과 여성집단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해 정부의 여성폭력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따라서 ‘세계여성폭력 추방주간’에 ‘성폭력(Sexual Violence)’만이 아닌 모든 여성폭력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며, ‘세계여성폭력 추방주간’에 피해자들을 추모하고 기억하며, 여성에 대한 모든 종류의 폭력이 다시 한번 드러나고 그 근절을 위해 지혜를 모으는 의미 있는 기간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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