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여성 10명 중 5명 “취업 불이익 당했다”

북한에서 대학을 졸업한 후 30년간 방송국에 근무했던 탈북자 김난주(59·가명)씨는 한국에 입국한 후 마땅한 일자리를 찾을 수 없었다. 김씨는 요양보호사 1급 자격증을 따서 간병인으로 취업했다. 김씨는 “하나원에서 들은 대로 밑바닥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다짐했지만 ‘인생 막바지에 왔다’는 비참한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고 말했다. 탈북 여성들이 겪는 취업 장벽을 허물긴 쉽지 않았다. 현재 무직인 김씨는 “사이버대학도 다녔지만 실효성이 없다 싶었다. 1학기 다니다 그만뒀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탈북자인 정미선(49)씨는 병원에서 간호조무사로 일하면서 직장 동료들로부터 무시를 당했다. 정씨는 “나를 경계하고, 이야기를 해도 치사하게 놀더라. 시키는 일 묵묵하게 하는 수밖에…”라며 혀를 찼다. 김씨 역시 간병인으로 일할 당시 동료들에게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했다. 간호사들은 “북한에서 와서 말이 많다”며 언어폭력을 가했다.

탈북 여성들에 대한 차별과 편견이 심각하다. 북한 출신이라는 이유로 취업에서 불이익을 당하거나 임금을 적게 받고, 직장에서 무시와 따돌림을 경험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지역사회에서 겪는 편견 때문에 북한 출신임을 감추거나 공공장소에서 고향의 언어를 사용하지 않는 탈북 여성들도 적지 않다.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이 지난 4~9월 서울·경기·인천에 거주하는 20~69세 북한이탈 주민 400명(여성 296명, 남성 10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취업에서 불이익이나 불공정한 대우를 받은 적이 있다는 탈북 여성은 전체의 48.5%나 됐고, 북한 출신이라는 이유로 남한 사람보다 임금을 적게 받은 적이 있다는 응답자가 22.0%에 달했다.

특히 남한사회 적응을 위한 교육기관인 하나원의 인권침해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직원이 무시하거나 반말을 하는 것을 들어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탈북 여성의 19.3%가 있었다고 답했고, 응답자의 3.8%는 하나원 직원의 언행으로 성적 수치심이나 불쾌감을 느낀 것으로 나타났다. 성별로 구분한 획일적인 교육과정도 문제다. 탈북 남성들이 용접, 자동차정비 교육을 받는 데 비해 여성들은 수예, 네일아트, 재봉, 꽃꽂이 교육을 받고 있다. 안태윤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 연구위원은 “수십 년 전의 여학교 교육을 방불케 하는 성별 고정관념적인 사고”라고 지적했다.

안 연구위원은 “북한이탈 주민들에 대한 차별은 우리 사회에 뿌리 깊은 소수자에 대한 편견을 드러낸다”며 “이들을 포용하고 차별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것은 통일 이후 사회통합을 위한 예비시험”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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