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타이밍, 대선 승리에 대한 낙관주의와 착각에 빠져서는 안 돼

대선을 40여 일 남긴 상황에서 야권 후보 단일화가 급진전됐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만나 후보 등록 전에 단일화하기로 전격 합의했기 때문이다.

두 후보는 “단일화는 대선 승리와 정권 교체를 위한 단일화, 가치와 철학이 하나 되는 단일화, 미래를 바꾸는 단일화의 원칙 아래 새누리당의 집권 연장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의 뜻을 하나로 모아 나가기로 의견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또한 “새 정치와 정권 교체에 동의하는 양쪽의 지지자들을 크게 모아내는 국민 연대가 필요하고 그 일환으로 정당 혁신의 내용과 정권 교체를 위한 연대의 방향을 포함한 ‘새정치공동선언’을 국민 앞에 내놓기로 했다.

박근혜 후보는 야권 후보 단일화 회동에 대해 “국민의 삶과 상관없는 단일화 이벤트로 민생 위기를 극복할 수 있겠느냐”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또한 “국민을 편 가르고 표를 얻기 위해 갈등을 선동하는 세력은 갈등과 혼란만 가중시킬 것”이라며 비난했다. 이제 관심은 누가 단일화 경쟁에서 이길 것인가, 야권 단일 후보가 박근혜 후보를 이길 것인가에 집중되고 있다.

야권 단일화 논의가 본격화된 후 리얼미터가 6일과 7일 양일간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양자대결에서 안철수 후보는 50.5%로 박근혜 후보(43.1%)를 오차범위를 넘어 앞섰다. 문재인 후보는 44.2%로 박 후보(45.8%)와 오차범위 내에서 혼전을 보였다. 한편, 야권 단일화 후보 대결에서는 문 후보(42.4%)가 안 후보(39.7%)를 약간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까지의 상황을 보면 야권 단일화 과정은 2002년의 복사판 같다. 민주당 노무현 후보와 국민통합21 정몽준 후보는 2002년 11월 15일 밤 국회에서 단독 회담을 갖고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27일 후보 등록 전까지 후보 단일화 작업을 완료키로 하는 등 8개 항의 후보 단일화 원칙에 합의했다. 두 후보는 후보가 누구로 결정되든 단일 후보 선거운동에 최선을 다하기로 하고 낡은 정치의 틀을 깨는 정치혁명을 위해 공동 노력하기로 했다. 두 후보 간 합의를 토대로 TV 토론회 실시 방법 및 횟수와 여론조사 대상의 구체적 선정 방식 및 실시 시기, 객관적인 여론조사회사 지정 문제, 여론조사 방식, 설문 항목 등을 놓고 본격적인 절충에 착수했다. 협상에 따라 22일 TV 토론 이후 여론조사를 거쳐 25일 새벽에 야권 단일 후보로 노무현 후보를 선정했다.

송호창 안철수 후보 측 공동선대본부장은 “어떤 철학과 원칙, 단일화의 목표를 서로 합의하지 못한 상태에서 방식과 절차만을 합의한 대표적 사례가 정몽준-노무현 후보 간 단일화였다”고 비판했다. 심지어 이런 단일화는 “반복돼서는 안 된다”고 하면서 후보 단일화 방식은 “철학과 원칙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과연 이번에는 어떤 단일화 방식이 도출될지 궁금하다.

2002년과 2012년 야권 단일화 과정을 보며 새삼 느끼는 것은 ‘정치는 타이밍’이라는 것이다. 안 후보는 정치적 경험은 적지만 타이밍에는 고수임을 보여주었다. 아무도 예상하지 않은 시점에 전격적으로 문 후보와의 회동을 제안해 성사시키고, 공동 합의에 자신의 평소 주장을 대부분 담아냈다. 박근혜 후보에게 필요한 것이 바로 이런 타이밍의 정치다. 박 후보는 과거사 논쟁에서 보듯이 한 발짝씩 느린 만시지탄의 행보를 했다.

더구나 문·안 두 후보가 단일화 회동을 한 날 정치 쇄신안을 발표했다. 문제는 내용에 새로움이 별로 없다는 것과 쇄신안 발표를 늦추다가 상황에 밀려 발표함으로써 관심을 끌지 못했다는 점이다. 박 후보는 최근 “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으로서 흑백갈등을 무너뜨리고 사회통합에 앞장선 지도자”라며 “우리나라에도 여성 대통령이 탄생한다면 그 자체가 쇄신”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제가 당선되면) 여성 인재를 정부 요직에 참여시키고 여성 고위직이 많은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여성의 정치 및 사회참여 확대를 위한 좋은 생각과 정책이라 보인다.

다만, 자신이 전권을 쥐고 공천했던 지난 총선에서 왜 여성 후보자 공천을 7% 정도밖에 하지 못했는지가 걸림돌이 된다. 이번 대선에서 새누리당 후보와 야권 단일 후보가 격돌하면 3%포인트 이내의 초박빙의 승부가 될 것이다. 여권은 다 진다고 했던 4·11 총선에서와 같이 결국 대선에서도 승리한다는 근거 없는 낙관주의에 빠져서는 안 된다. 반면, 야권은 ‘후보 단일화=대선 승리’라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분명 대선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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