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경북에서 CEO·중간관리자 등 60여 명 참석 성황
“직원들의 다양성 존중은 기업의 생산성 제고로 직결”
㈔여성·문화네트워크는 6일 이천과 경북을 시작으로 전국 5개 지역에서 중소기업 최고경영자와 중간관리자를 대상으로 워킹맘의 고통지수를 낮추기 위한 경영 다양성 관리 교육을 시작했다. 이번 교육은 ㈔여성·문화네트워크가 지난 8월 전국의 19세 미만 자녀를 둔 워킹맘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워킹맘 고통지수’ 결과를 토대로 워킹맘들의 고충을 살펴보고, 기업의 생산성 향상과 이윤 확대를 위해 워킹맘을 비롯해 전 직원의 일·가정 양립 지원의 필요성과 나아가 우수한 여성 인력을 활용하는 방안 등에 대한 내용으로 이어졌다. 이천에서 열린 강의는 강남식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교수가, 경북에서는 홍승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이 각각 맡았다.
강남식 교수는 육아와 가사일을 전담하는 등 전통적인 성역할이 여전히 강한 사회 분위기로 인해 워킹맘들이 직장과 가정 모두에서 고통을 겪고 있다고 설명하며 하나의 사안에 대해 여러 각도로 볼 수 있는 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잘 알려진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에서 대부분 선녀를 착한 나무꾼과 노모를 버리고 천상으로 떠난 이기적인 사람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성인지 관점에서 보면, 나무꾼은 선녀의 날개옷을 훔친 도둑이자, 합의를 가장한 성폭력범일 수도 있다. 선녀의 부모 입장에서는 나무꾼은 소중한 자식을 훔쳐간 나쁜 인간이다. 특히 엄마에게 안겨 천상에 간 아이들 입장도 생각해봐야 한다. 하루아침에 아빠와 떨어져 낯선 곳에서 살게 된 아이들이 갑자기 달라진 환경에서 과연 행복했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이처럼 누구의 관점에서 무엇을 보느냐에 따라 한 사건이 굉장히 다르게 보일 수 있다. 회사에서도 성별·연령·직급에 따라 전혀 다른 입장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봐야 한다.”
강의는 IBM, IDEO, AT&T 등 다양성을 존중하고 여성 등 소수를 배려한 글로벌 기업과 최고의 복지국가로 꼽히는 노르웨이의 성인지 정책 등 다양성 경영의 성공 사례로 이어졌다. 세계 최고의 산업디자인 기업 IDEO는 ‘토론에서는 반대 의견을 내놓을 수 없다’는 원칙을 적용한 브레인 스토밍으로 IDEO만의 독특한 아이디어를 내고 있다. 또 IBM은 1995년 아시아·아프리카·히스패닉·아프리카원주민·성적정체성·장애인·여성·남성 등 8개의 다양성 범주별로 임원급 태스크포스팀을 조직해 고객 기반 개척에 성공했고, 실제 1000만 달러였던 연 매출은 2003년 3억 달러 규모로 성장하게 됐다.
강 교수는 “이처럼 다양성은 조직의 활력과 생산성 제고에 직결되지만 우리의 조직문화는 마치 ‘두더지 게임’처럼 개성을 분열로 인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우수한 여성 인력을 기업으로 유인하기 위해서는 “탄력근무제는 단순히 출퇴근 시간을 바꾸는 개념이 아니라 근무지를 유연화하거나 교대제 등 근무제도를 다양화하는 등 여성뿐만 아니라 직원 전체가 일과 생활의 균형을 가질 수 있도록 근무제도의 패러다임을 바꾸면 일자리 나누기 등으로 이어져 개인과 기업 모두 윈윈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강의에 참석한 유연선 우리요양병원 약제과 실장은 “남편과 함께 병원 경영을 시작하는 입장에서 오늘 강의는 그동안 깊게 고민해본 적 없었던 회사 내 양성평등에 대해 새롭게 생각하는 계기였다”며 “특히 전래동화와 이솝우화를 새롭게 해석할 수 있다는 점에 놀랐고, 앞으로 여성 직원들의 입장에서 회사 복지제도에 대해 바라볼 계획이다”고 소감을 밝혔다.
같은 날, 대구 북구 인터불고 엑스코 호텔에서 열린 경북지역 교육은 경북여성경제인협의회, 경북새일지원본부 후원으로 진행됐다. 이날 서은경 여성·문화네트워크 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사회 전반적으로 워킹맘의 고통지수를 낮추는 노력들이 요구됨에 따라 기업의 대표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하게 되었다. 오늘의 교육이 기업을 운영하는 데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24년째 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김선희 ㈜엔아이텍 대표는 “워킹맘들이 일보다 가정 일에 더 집중하는 모습이 아쉬울 때도 있는데, 같은 워킹맘으로서 이해도 되지만 회사에 최선을 다해주기를 바라는 것이 인지상정 아니겠느냐”며 “양육의 문제가 해결되는 게 모든 면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직원 채용 시 여성을 고려한다”는 최민정 홍진산업사 대표는 “좀 더 많은 기업에서 다양성 교육을 토대로 여성들이 일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