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 위해 인생 새 출발합니다”

만 85세의 김정례(사진) 여성유권자연맹 고문(전 보건사회부 장관)은 여전히 형형한 눈빛의 청춘이었다. 지난 10월 31일 비추미여성대상 해리상을 수상한 김 전 장관은 평화통일을 위한 새로운 활동을 준비 중이었다. 비추미상의 주최 측인 삼성생명공익재단은 김정례 전 장관의 이번 수상이 한국여성유권자연맹, 한국여성정치연맹 창립과 한국여성개발원(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설립 등 여성을 위한 평생의 그의 업적을 치하하는 의미라고 밝혔다.

가난한 농민의 딸로 태어난 김 전 장관은 농촌 여성들의 힘든 삶을 개선하기 위해 여성들에게 한글을 가르치면서 계몽운동을 시작했다. 그렇게 사회운동을 시작한 그는 20대 초반의 나이로 조선민족청년단 전남담양군단부(담양지부)를 결성하고, 국립여학도 중앙훈련소를 신설해 여군 창설의 기반을 다졌다. 좌우익의 이념 대립에 가난한 농민들이 희생되는 것에 분노했던 그는 이념이나 파벌에 치우지지 않고 해방된 조국을 재건하기 위해 청년들이 일어서야 한다고 생각했다.

“조선민족청년단 여성 1기생이에요. 당시 300여 명의 여성들과 함께 훈련을 받았는데 그곳의 슬로건이 국가지상, 민족지상이에요. 좌우익을 따지지 않고 해방된 청년들에게 배우라고 외치던 곳이죠. 잘 왔다고 생각했어요.”

담양군단부 여성부장으로 활동하던 그는 중앙단부 여성부 지방조직책을 맡게 됐고, 이후 여자 청년단 통합을 주도했다. 자유당 정권에서는 국내 최초 여성 주간지인 여성주보를 만들기도 했다. 1969년 한국여성유권자연맹을 창립하면서 여성의 정치참여와 역량강화를 위한 활동에 주력하기 시작했다.

“여성유권자연맹 회장을 10년 넘게 했어요. 정치적 탄압을 심하게 받으니까 아무도 회장을 안 하려고 하죠. 어쩔 수 없이 유권자연맹 간판을 들고 반독재 투쟁을 한 거예요.”

이후 보사부장관으로서 남녀차별 조항 개선, 근로환경 개선, 여성의 재취업을 위한 특별법 추진 등 여성들의 사회진출 기반 마련을 위해 애썼다. 특히 한국여성개발원 설립은 그의 중요한 치적 중 하나다. 당시 보사부 직원들의 반대에 부딪쳤지만 직원들을 설득해 여성개발원 설립을 추진했고 오늘날의 여성정책연구원으로 이끌었다.

“이제부터 제 인생은 다시 출발합니다. 하나님께 죽기 전에 평화적 남북통일을 봐야겠으니 건강을 달라고 기도했어요. 한국의 통일을 위해 운동하고, 더 나아가 세계 평화를 위해, 그리고 21세기 시대정신에 맞춰 여성들이 이 땅에서 빛이 되도록 희망하면서 앞장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