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권’ 실력 실업팀도 재정난·비인기 설움
“장애인 선수는 소속팀 없어 사비 털어 운동”
대한체육회 집계에 따르면 2010년 26개, 지난해엔 16개의 지자체 소속 스포츠팀이 사라졌다. 대부분 핸드볼, 역도, 체조, 육상 등 올림픽 같은 국제경기에서 국위 선양을 하는 효자 종목들이다. 기존 선수들은 하루아침에 실업자 신세가 되고, 실업팀 입단을 꿈꾸던 유망주들은 성장해도 갈 곳이 사라지게 된다. 실제 지자체 실업팀은 대부분 기초 종목이어서 해체가 늘게 되면 선수층이 얇아져 전반적인 체육 수준의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10월 30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이에리사 새누리당 의원 주최로 열린 ‘체육인 복지법 제정을 위한 토론회’에서 현역 선수들과 지도자들은 실업팀 창단과 처우 개선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강재원 여자핸드볼 국가대표팀 감독은 “현재 지자체 소속 팀이 몇 곳 있지만 평균 연봉이 2400만원이 채 되지 않을 만큼 여건이 좋지 못하다”고 토로했다. 국민체육진흥법 시행령은 ‘직장인 1000명 이상인 정부투자기관 및 공공단체는 1종목 이상의 운동경기부를 설치 운영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이상일 새누리당 의원에 따르면 60곳 가운데 13곳만 지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은 있으나 마나인 셈이다.
장애인 선수의 경우에는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도 소속 팀이 없어 생활고에 시달리는 경우도 많았다. 휠체어육상 국가대표인 유병훈 선수는 “런던패럴림픽에 출전한 88명의 선수 중 33명이 무직이고, 13명이 기초생활 수급자였다. 실업팀 소속 선수는 35명에 불과했지만 이 실업팀 소속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20년 넘게 운동을 하고 있지만 소속 실업팀이 없어 다른 일을 하며 운동을 병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장미란 역도 국가대표 선수와 손연재 체조 국가대표 선수는 처우 문제를 지적했다. 장미란 선수는 “올림픽 준비 기간 동안 부상이 많아 부상 정도를 확인하기 위한 MRI를 찍었는데 100만원이 넘게 들었다. 대한체육회에서 지원되는 비용은 3분의 1 정도라 나머지는 선수 개인이 부담을 져야 하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손연재 선수도 “저는 기업 후원으로 러시아 전지훈련을 받을 수 있었지만 운이 좋았던 경우”라며 “보다 많은 선수들이 체계적인 지원을 받아 해외에서 훈련을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날 참석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는 “은퇴한 체육인들에 대해 일정 기간 교육을 거쳐 체육교사나 생활체육 지도사 자격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며 체육 활성화로 국민 삶도 건강해지고 체육인 일자리도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현우 경기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이 발표한 ‘올림픽 선전과 공공부문의 역할’ 보고서에 따르면 이번 런던올림픽의 입상자는 모두 43명(축구 제외)으로, 이 가운데 70%인 30명이 공공부문 소속 선수였다. 공공부문에서도 지방자치단체 소속 선수들이 많았고, 특히 경기도 내 지자체 소속이 8명이나 됐다. 하지만 최근 지자체가 재정 악화 등을 이유로 자체 운영하던 비인기 종목 실업팀을 해체하는 사례가 늘어 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