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골동품 아닌 현재형 상품으로 주목
LP공장 부활하고, 아이돌 앨범도 LP로 제작
아날로그 향수에 젖은 일부 마니아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LP 문화가 일반 대중에게로 확대되고 있다는 증거들이다. 1990년대 콤팩트디스크(CD) 시장이 들어서고 2000년대에는 MP3 플레이어가 유통되기 시작하면서 폐장 직전까지 갔던 LP가 새로운 음반 시장을 개척하는 상품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국내 음반 시장에서 LP를 중고 골동품이 아니라 현재형 상품으로 거듭나게 한 것은 사라졌던 LP 공장의 부활이 큰 역할을 했다. 지난 2005년 유일하게 LP를 만들던 서라벌레코드가 문을 닫은 후 LP를 제작하려던 음악 관계자들은 아시아에서 유일했던 일본이나 미국의 공장에서 위탁 생산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길용 LP팩토리 대표는 “일본에서는 2010년부터 LP 시장이 해마다 100%씩 성장하고 있고, 미국은 한 해 400만 장이 넘는 LP를 찍는다. 분명 국내에서도 승산이 있는 사업”이라고 전했다.
국내에서 가장 규모가 큰 온라인 쇼핑몰인 인터파크도 LP의 시장 잠재력에 주목했다. 올해 말 인터파크 스타샵에 LP 전문 온라인 쇼핑몰을 오픈할 예정인 인터파크는, 이에 대한 선투자 및 시장조사 차원에서 직접 김광석의 LP 박스 세트를 제작했다. LP 외에도 김광석이 생전에 사용하던 기타를 그대로 축소한 기타 모형과 기타 픽(pick) 모형의 USB 등의 패키지로 구성됐다. USB에는 LP에 담긴 MP3 음원도 담았다. 박스 세트는 소장용으로 갖고 듣는 데는 MP3를 이용하라는 의미다.
음반을 복각한 음반사 아름다운동행의 최성철 대표는 “비 내리는 소리처럼 지지직 하는 노이즈의 일종인 ‘히스’는 LP의 전매특허다. 잡음을 거르고 압축한 깨끗한 소리는 아니지만, 더 많은 소리를 갖고 있어 풍성하다”고 LP 음원의 매력을 설명했다.
지난 6월 열렸던 ‘제2회 서울 레코드 페어’는 국내외에서 발매된 LP를 한자리에서 보고 구매할 수 있는 축제의 장이었다. 행사 조직위원회 측은 “집에 LP만 수천 장이라는 마니아들부터 교복을 입은 청소년들까지 세대를 막론한 관람객이 다녀갔다. 관람객도 지난해 2000명에서 올해는 3200명까지 크게 늘었다. LP에 대한 관심이 점차 늘고 있으므로 내년에는 관계자들과 음악 애호가들의 더 많은 참여가 기대된다”고 전했다.
임진모 대중음악평론가는 “LP를 산다는 것은 ‘저장(save)’ ‘소장(collect)’의 의미다. 지금 세대는 디지털로 다운로드해 듣다가 ‘삭제(delete)’한다”며 “시장에서 좋은 음악, 계속 향유되고 보존되는 음악이 지분을 갖기 위해서는 우리의 노력이 필요하다. 기존 문화를 우대하는 패러다임이 형성하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