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것을 위해 산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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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허은숙 화백
남대천과 읍내를 가르는 둑은 높고, 윗부분은 자동차가 비껴갈 만큼 넓었다. 둑 아래 개천 쪽엔 운동시설과 주차장과 행사를 위한 공터가 보였다. 시설물의 기둥들과 미관을 위한 조형물들로 사용된 굵고 큰 나무 송이들에 Y의 시선이 잠깐 머물렀다. 영락없는 남근 같았다. 일등품 송이의 원래 생김이 그러니 어쩔 수 없지만, 흥미롭고 민망해서 이내 시선을 옮겼다.

둑 반대편은 시장 거리였다. 음식점 간판은 어디서나 그렇듯 눈에 띄길 갈망하는 울긋불긋한 색깔들이었다. 마을의 집과 골목길과 관청이나 학교, 성당과 교회 건물들은 시장으로부터 뿌리처럼 퍼졌을 것이고 또한 그것들은 시장으로 뻗은 길을 이리저리 내었을 것이었다.

Y는 한눈에 들 성싶은 읍내를 넋 놓고 바라보았다. 크고 작은 집들과 건물과 길 사이에서 그가 모르는 어떤 사연들이, 갈망들이, 고통과 슬픔들이 비안개처럼 피어오르는 것 같았다. 그런 착각과 환영이 느껴졌다. 건축은 결국 눈에 보이는 자연의 공간에 눈에 보이지 않는 오욕칠정을 채우게 하는 것일지 몰랐다.

그에게 이곳의 모든 것을 한꺼번에 보여주고 싶어 안달하는 군청의 문화예술계장, 추정수는 지나가는 사람들과 인사하느라 바빴다. 그리고 Y에게도 소개하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반드시 그렇게 했다. 이번에 수복지구기념관을 설계하실… 유명한 건축가… Y는 쑥스러웠지만 지방에서 영향력을 가졌다는 사람들과 허리 굽히고 명함을 주고받았다. 라이온스 회장, 문인협회 회장, 의회 의원, 시장 번영회장 등이었다. 그들은 잘 부탁드립니다, 인사했고 Y는 그저 고맙다고 우물거렸다. Y는 그들의 상투적인 부탁의 인사를 들으며 점점 미궁에 갇히는 기분이 됐다. 건축에 대해 알지도 못한 채, 설계도면에 관여하려는 속물적 권력으로 느껴졌다. 문득 피로감이 밀려왔다. 소장이 말한 총체적 영감, 그 영감을 구체화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었다.

“계장님. 저는 유명한 건축가가 아닙니다. 아주 유명한 건축가는 대표님….”

“저희가 다 알아보았습니다!”

Y가 미처 말을 끝내기도 전에 추 계장이 이런 결론을 지었다. Y는 입을 다물었다. 결국 건축은 오해와 편견, 간섭과 오만들이 충돌하고 또 설득과 양보 사이를 오락가락하면서 완성되는 것이었다. 그것이 건축의 운명이었다.   

꼭 두 주 전이었다. 소장이 불러, 너 이거 한번 해볼래? 하고 문건을 내놓았다. Y는 굵은 글자로 쓰인 제목, ‘수복지구기념관 건립’을 보는 순간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이유도 모르게 그랬다. 수복지구라는 낱말은 그는 지금까지 한 번도 입에 올리거나 특별히 따로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생소한 단어였다. 하지만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왜? 입찰 들어갈 때 몰랐어?”

소장이 벌겋게 달아올라 보이는 Y의 얼굴을 살피며 물었다. Y는 머리를 한두 번 긁적이다가 가지런히 앞으로 모아서 맞잡았다. 알고 있었습니다, 그의 손이 말했다.  

“수 복 지 구… 몇 년생이더라? 삼팔선은… 뭔지 알아?”

소장이 펼쳐 놓았던 서류 파일의 겉장을 젖혔다 덮었다 하며 물었다. 수복지구를 말할 땐 무슨 까닭인지 단음절로 꾹꾹 눌렀다.

“어쨌든 이참에 격랑의 현대사 공부도 좀 하고… 혼자서 해 봐. 기회야!”

소장은 그만 가보라는 눈짓을 하며 말했다. Y는 파일을 집어 들었다. 그 손길이 흔들렸다. 소장은 그런 변화까지는 살피지 못했다.

“고맙습니다.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Y가 단호하지만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순간 소장의 눈 끝이 올라갔다.

“뭐? 최선을 다아해보겠다아? 최선을 다하겠다! 그래도 될까 말까 한데!”

처음엔 소설가가 되려 했다던 소장은 부모님의 반대로 건축가가 된 사람이었다. 다른 사람보다 언어 표현에 민감한 그는 올해 예순셋이었다. 그는 아직도 죽기 전에 소설 한 편 쓰겠다고 술자리에서 취기가 오르면 반드시 주장하는데 이즈음 들어 그 주장에 힘이 빠져 보이긴 했다.

Y는 허리를 각 잡아 굽혀 인사하고 돌아섰다. 두어 발짝 걸었을 때 등 뒤에서 어이, 하는 소장의 목소리가 그를 붙잡았다. 그는 다시 소장을 향해 마주섰다.

“야! 요즘 너 연애 하냐?”

소장이 물었다. 순간 Y의 마음에 출렁 하고 파도 하나가 일면서 얼굴이 붉어졌다.

“연애를 잘해야 건축이고 뭐고… 영감을 얻어야… 연애는 평생 하는 거야!”

“알겠습니다.”

Y는 고개 숙였다. 소장이 뻗은 팔목을 굽혀 손등을 앞으로 밀었다. 그는 알아채고 방문을 나섰다. 설계실로 이어진 나무 계단을 내려오며, 왜, 연애합니다! 큰소리로 말하지 못했을까, 적어도 여자가 있다는 말은 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왜 그러지 못했을까, 자신을 검열하고 책망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는 고민을 오래 하지 못했다. 불현듯 하나의 느낌이 그를 사로잡았고 왜 가슴이 두근거렸는지도 한꺼번에 깨달았기 때문이다. 삼팔선에서 비롯된 수복지구. 그리고 반세기도 훌쩍 넘은 이 시기에 그 땅에서 기념하고 싶어하는 건축물이, 결국 성옥의 운명과 무관하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리고 자신이 성옥의 존재와 자신의 감정을 말하지 않더라도 그건 없어지는 게 아니라는 것. 바로 그 지점에 그가 믿는 진실이 버틴다고 그는 마음을 정리했다. 편안하고 개운했다.

요즈음 성옥은 통화를 할 때면 혜교가 이렇게 죽어야 하느냐, 너무 억울하다고 화를 내거나 모든 게 슬프다고 침울하게 말하곤 했다.

“이건 제 생각입니다만….”

추정수가 차에 올라 운전대를 잡으며 중얼거렸다. Y는 안전벨트를 매다가 그를 흘깃 보았다. 이 지방의 특산품인 송이로 만든 술이라는 송이술로 마신 낮술의 붉은 기운은 벌써 사라지고 없었다. Y의 얼굴도 그랬다.

“선생님의 책임이 막중하십니다.”

추정수의 목소리는 불길한 느낌이 들도록 심각했다. Y는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왜요?”

추정수는 대답하지 않았다. 차는 둑을 벗어나 네거리에서 붉은 신호에  멈췄다.

“여기에 수복지구 기념탑이 있었습니다.”

추정수가 말했다. 언제 없어졌지요? Y가 묻고 싶은 말이었다. 하지만 왠지 말이 나오지 않았다.

“수복지구기념관이 잘 만들어지면 양양이 살아날 것 같습니다. 군수님도 그랬습니다. 저는 육이오에 대한 기억이 없는 세대이지만 동네를 돌아다니다 보면 여긴 아직도 전쟁이 살아 있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습니다.”

신호등이 바뀌고 직진을 한 뒤에 추정수가 말했다. 군청은 아주 가까웠다. 군청에 못 미쳐서 추정수는 왼편으로 보이는 푸른 언덕이 현산공원이라고 말했다. 시간이 되신다면 한번 가보시라, 원하시면 안내해드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Y는 모든 것을 사양했다. 자료 검토가 끝나면 그때 시간을 두고 찾아보겠다고 했다.

한 가방이 넘는 양양의 자료들은 우체국에서 택배로 부쳤다. Y는 공무 중인 추정수와 헤어지고 또 공공기관으로부터도 물러나와 문득 자유를 느꼈다. 그는 혼자 돌아다녀보고 싶었다. 소장이 말하던 영감(靈感)이 어딘가에 있을지 몰랐다.

연어가 돌아온다는 남대천, 대청봉 바람이 쓸려 내린다는 거리, 사람들의 표정이며 말소리며 모습에서 과거를 만나고 싶었다. 사람들은 시골스럽고 말투는 투박하고 거칠며 표정엔 경직이 느껴졌다. 전라도나 경상도, 충청도의 어느 거리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인상과는 달랐다. 강릉이나 원주의 느낌과도 같지 않았다.

Y는 이렇게 다른 느낌이 주는 지방색 속에 도사린 역사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알고 싶었다. 그것에서 양양 사람들의 운명과 한반도의 운명, 그 두 개의 연결고리를 찾아내야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생각할수록, 느낌이 깊어질수록 그의 머릿속이 지끈거렸다.

건축을 설계하는 것도 연애와 다르지 않았다. 처음엔 호기심으로 단순하게, 그러나 알면 알수록 복잡하고 무섭기까지 해서 벗어나고 싶은 것도 똑같았다. 그런 시기를 지나면 비로소 느끼게 되는 편안함. 타자는 물론 자기 존재도 느껴지지 않는 일체감 때문에 연애에 중독될지 몰랐다.

시장에서 Y는 떡을 사 먹고 공연히 마른 나물도 들어보곤 했다. 좌판에 얹힌 마른 산나물이나 집에서 기른 닭이 낳은 알을 파는 할머니, 고무 함지에 담긴 생선들, 마른 해초류를 파는 아주머니들을 공연히 바라보았다. 볕에 그을린 얼굴과 깊은 주름과 말투에 드러나는 정직하고 근면한 생활이 자연처럼 느껴졌다.

이날 Y가 느낀 양양은 추정수가 들이댄 책임감에서가 아니라 시장에서 혼자 돌아다니며 보았던 이런 사람들로부터 받은, 경직되었으되 정직한 모습에서였다.

그는 서울로 오는 늦은 저녁 버스를 탔다.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왔다. 건축가라는 건 공연히 어려운 직업이라는 생각이 들자 짜증스럽기까지 했다. 하지만 동서울터미널에 내려 집으로 가는 지하철에서 그는 양양이라는 고장에 대한 그리움이 몽글몽글 올라오는 걸 느꼈다. 선사시대의 움집, 가보지는 못했지만 군락을 이뤘었다는 고인돌, 담대한 대청봉, 탁 트인 동해, 그리고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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