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자신에게 필요 없는것을 남과 나눠 쓰며 지출 비용을 줄이는 것이 새로운 대안

가족 구성과 생활양식의 변화로 인해 소비의 개념이 바뀌고 있다. 물건을 사서 쓰기보다 빌려 쓰는 것이 경제적으로 낫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즉 물건을 각자 소유하던 것에서 이제는 함께 공유하면서 사용하는 것으로 소비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게 된 것이다.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Jeremy Rifkin)은 화석연료를 중심으로 한 1·2차 산업혁명에선 ‘소유’가 중시됐지만, 재생에너지와 네트워크 중심의 3차 산업혁명 시대엔 ‘공유’가 주요 경제 모델이라고 했다. ‘꿈의 연구소’로 불리는 MIT 미디어 랩 소장 조이 이토도 “지금은 공유(共有) 혁명의 시대”라고 강조한다. 지난해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TIME)은 ‘세상을 바꿀 수 있는 10가지 방법’이라는 기사에서 그 한 가지 방법으로 ‘공유 경제(Economy of Communion)’ 를 소개했다. 이 기사는 ‘지금 자신에게 필요 없는 것을 남들과 나눠서 쓰며 지출 비용을 줄이는 것이 새로운 대안’이라며 ‘소유하지 마라. 공유하라’는 실천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실제로 거의 사용하지도 않는 물건들을 각자가 꼭 소유해야만 하는 것일까? 공유경제란 생산과 유통, 소비의 각 단계에서 무엇인가를 개인적으로 소유하기보다는 이웃과 공유하고 교환하고, 나누는 경제 모델을 지칭한다. 집에 남는 방이 있는 사람, 또는 출장이나 장기간의 여행으로 집을 비우게 된 사람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집을 대여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에어비앤비(AirBnB), 2000년 설립 이후 10년 만에 70만 명의 회원들에게 7000대 이상의 차를 대여해주는 기록을 세우고 최근 나스닥에도 상장된 자동차 공유 서비스를 제공하는 집카(Zipcar), 2004년 설립해 현재 동시에 최대 4명이 서로의 아이템을 교환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와프트리(Swaptree) 등은 공유경제의 대표적인 사례다. 이외에도 더 이상 안 입게 된 아기 옷이나 아기용품을 빌려주든가, 남는 텃밭을 활용할 수 있게 타인에게 빌려주거나 심지어 재능을 서로 바꾸어 쓰는 다양한 공유경제가 개발되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을 손에 쥔 젊은이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해 시공의 장벽을 넘어 세계인들과 물건을 공유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새로운 공유의 문화를 확산하고 이를 우리 생활과 접목하는 다양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가령 개인이 사용하지 않는 물품들을 빌려주고 빌려 쓸 수 있게 중개해주는 여러 온라인 물물교환 사이트가 오픈돼 있다. 이 외에도 잘 입지 않는 정장을 청년 구직자들에게 기증하거나 대여해주는 ‘열린 옷장’, 오프라인과 온라인에서 함께 만드는 도서관을 표방하는 ‘국민도서관 책꽂이’, 아기 옷을 기증하거나 교환할 수 있는 키플, 외국인에게 홈스테이를 제공하는 한국판 에어비앤비 코자자 등이 공유경제를 시도하고 있다.

공유경제는 장기적인 경기불황의 시대에 소비자들 스스로가 기존의 소비 수준을 유지하면서도 비용을 줄일 수 있게 해주며, 심각해지고 있는 환경문제를 극복하게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개별화되고 있는 소비자 간의 연결고리를 쉽게 만들어 줄 수 있어 소비지상주의에 반발하는 능동적인 소비자들이 정체성을 공유한 사람들과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강화하면서 인간적인 유대에 대한 니즈까지도 해결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앞으로도 계속 주목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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