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느질하는 남자 최상훈(45·사진)씨는 20년 가까이 홈패션 소품과 인형을 직접 만들어온 핸드메이드 소품 제작자다. 홍대 근처에 작업실을 두고 있는 최씨는 인사동 쌈지길에 인테리어 소품 가게 ‘로라홈’을 운영하고 있다. 우연히 접한 퀼트 이불을 보고 자신만의 침구를 만들고 싶다고 생각해 바느질을 시작했다. 외국 서적들을 통해 바느질을 독학한 최씨는 주위 사람들을 통해 재봉틀 기술을 익혔다.
그는 막내딸 하령(8)이가 태어나며 딸의 건강을 생각해 유기농 천으로 인형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후 ‘바느질하는 남자, 놀아형’이라는 책을 내고 인형 전시회도 열었다.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최씨의 인형은 농장에서 목화를 딸 것 같은 앞치마를 두른 소녀 인형들이다. 이외에도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문어, 고양이, 돌고래를 모델로 인형을 만들기도 한다.
“손으로 만드는 것이 좋다”는 최씨는 2010년부터는 주부들을 대상으로 서울시여성능력개발원에서 ‘업사이클-재활용디자인’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그는 “주부들의 열정이 대단하다. 하지만 숙련공이 되려면 10년 정도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 그들의 끼를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서울시에서 공방을 열 장소를 소개하고 판매처를 연결해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많은 사람들이 핸드메이드 소품이라고 하면 만들기 쉽거나 값싼 물건이라고 생각해 아쉽다. 하지만 유럽이나 일본 손님들은 핸드메이드 생활용품을 예술 상품으로 대우해준다”며 “손님이 내 취향과 개성을 이해해주고 탄성을 지를 때 일하는 의미를 느낀다. 몇 년이 지나도 형태가 변하지 않는 제품의 견고함으로 이런 고마움에 보답하고 싶다”고 열정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