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계 “여성폭력에 대한 국가의 책무 불이행 소송 하겠다”
지난 4월 ‘오원춘 살인사건’이 발생한 지 두 달도 지나지 않아 동거남에게 폭행당하던 한 여성이 112로 신고했지만 경찰이 가해 남성과 통화 후 ‘없던 일’로 처리해 110시간 동안 감금·폭행당해 중상을 입는 사건이 벌어졌다. 가정폭력에 시달리던 이주 여성(재중동포) 2명도 이달 초 강원도 철원과 서울 강동구에서 각각 남편에게 살해당했다. 이 중 강동구 사건 피해자도 사건 당일인 지난 2일 경찰에 신고했지만 경찰은 피해자를 지구대에서 보호하다 집에 데려다 줬다. 하지만 이 사실을 경찰이 남편에게 알려 피해자는 20여 분 뒤 살해당했다.
한국여성연합, 한국여성의전화 등 7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여성폭력 피해자 추모 및 여성폭력 근절을 위한 공동행동은 12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긴급 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가정폭력 사건에 대한 경찰의 현장 대응 현황과 가정폭력을 근절하기 위한 과제들이 논의됐다. 가정폭력 사건을 대하는 경찰의 안일한 태도와 관련 법령에 대한 지식 부족으로 사건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경찰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이번 이주 여성 사망 사건에서도 경찰의 미흡한 대응이 드러나자 김상희, 남윤인순, 백재현, 유승희, 인재근, 진선미, 전병헌, 한정애 국회의원은 12일 성명을 내고, 다시 경찰의 공식적인 사과와 가정폭력 사건에 대한 경찰의 대응에 대한 철저한 조사,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또한 법률 개정 등을 통해 ▲가정폭력 가해자에 대한 상담조건부 기소유예제도 폐지 ▲특례법상 경찰의 임시조치권 강화 ▲체포우선주의제도 도입 ▲경찰과 사법체계 종사자 대상 관련 교육 이수를 의무화하는 방안 등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여성의전화는 지난 6월부터 여성폭력 피해자 추모와 여성폭력 근절을 위한 공동행동으로 매주 화요일을 ‘당신과 함께하는 기억의 화요일’로 정하고, 서울 광화문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서 정오부터 1시간 동안 1인 시위를 진행해 연말까지 이어갈 예정이다. 이와 함께 여성폭력에 대한 국가의 책무 불이행에 대해 국가 대상 손해배상청구소송도 준비하고 있다. 현재 공동 소송인단을 모집하고 있다. 여성이면 누구나 소송인단에 참여할 수 있다. 18일 정오 대한문에서는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가 가정폭력으로 사망한 이주 여성 추모집회를 개최하고 이주 여성이 안전하게 살 권리에 대한 캠페인도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