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명의로 가입하고 새 폰만 탐내는 문화 바뀌어야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가계 휴대전화 비용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특히 부모들이 대납해야 하는 자녀 휴대전화의 요금이 과다하게 청구되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청소년의 요금 과다를 막기 위해 통신사와 정부, 시민단체가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요금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 이에 학부모 나윤심 주부, 천경희 가톨릭대 소비자학과 겸임교수, 신순갑 서울시청소년미디어센터 관장, KT 개인고객부문의 김영걸 팀장과 박상호 매니저가 지난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KT 서초올레캠퍼스 회의실에서 머리를 맞댔다.

청소년 휴대전화 활용이 관건

신순갑(이하 신)=아이들의 동선을 확인하기 어려운 맞벌이 부부의 경우에는 아이 휴대전화는 필수다. 또 이제 아이들의 놀이 공간이 스마트폰으로 확대되며 스마트폰은 정보를 얻는 도구인 동시에 소통의 공간이 되고 있다. 그 속에서 아이들의 관계가 형성된다.

나=초등학교 고학년만 돼도 스마트폰은 필수다. 밥 먹을 때도 카카오톡을 하더라. 우리 아이는 초등학교 저학년이라 카카오톡 등의 문제는 없지만 남편과 내 휴대전화를 몰래 이용한 적이 있다. 한번은 남편의 휴대전화로 게임을 하다가 요금이 과도하게 청구됐다. 인증번호 확인 과정 한 번 없이 유료 서비스가 연결되더라. 이후 남편은 휴대전화 인터넷 기능을 차단했고 나는 휴대전화를 아이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두는 게 습관이 됐다.

나=요즘은 아이들이 휴대전화를 통해 부가서비스가 아닌 일반 영상 통화로 음란 서비스를 접하더라. 본인 인증 절차가 없기 때문에 다른 사람 휴대전화로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모바일 게임 중독 심각

신=LTE 시대에 접어들며 게임이 휴대전화 과다 요금의 가장 큰 원인이 될 것이다. 모바일을 통해 게임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청소년들의 인터넷 게임 중독은 심각하지만 ‘셧다운제’ 등은 모바일에 적용되지 않는다. 모바일상에서 청소년의 게임 중독을 제재할 수 있는 장치가 전혀 없는 상황이다.

나=게임이라고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아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교육용 게임의 경우에는 요금이 과다 청구되지 않으면서 제대로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었으면 한다.

자녀 명의 가입 중요

박=현재 아이들이 청소년 요금제를 이용하거나 아이들 본인 명의의 휴대전화를 이용할 경우에는 강제로 인터넷, 음란물 등 위험한 것들을 차단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아이들이 성인 명의의 휴대전화를 이용할 때다. 많은 부모들이 부모의 명의로 아이들을 가입시키고 부모 휴대전화를 물려주기도 한다. 성인 폰을 아이들이 사용하면 방법이 없다. 또 최근에는 유료 서비스가 인터넷망으로 연결돼 그 안에서 바로 결제까지 이뤄진다. 통신망과 인터넷망은 독립적이라 통신사의 제재가 어렵다. 일단, 청소년은 청소년 명의 가입이 중요하다. 상한요금 기능, 청소년 보호장치도 두면서 문자 등의 서비스는 늘렸다. 청소년 요금제는 1만9000원부터 3만5000원까지 선택해서 이용할 수 있다.

나=하지만 아이들이 청소년 요금제를 싫어한다. 친구들처럼 예쁜 것들로 꾸밀 수 없고 할 수 없는 게 너무 많아서다. 아이들을 설득해보려고 해도 자기를 왕따로 만들 거냐고 몰아붙이기 일쑤다.

중고 기기 재사용해야

천경희(이하 천)=좋은 제도지만 기업에서 새 휴대전화를 사지 않으면 안 된다는 광고를 끊임없이 내놓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새 기기만 찾는 측면도 있다.

신=휴대전화는 그 자체로 사람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있다.

박=통신사에서는 다양한 요금제를 만들어 소비자들의 선택을 돕고 있다. 많은 소비자들이 다른 제도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 어떻게 휴대전화를 싸게 살 수 있는지에만 관심을 두고 4만5000원, 5만5000원 정액 요금제를 선택한다.  

연령 맞춤 스마트폰 교육 절실

신=실제로 스마트폰 사용설명서만으로는 부족한 것이 많다. 청소년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 이들에 대한 오프라인 교육이 필요하다. 정부보다는 통신사에서 나서서 교육을 실시하는 게 바람직할 것 같다.

김=통신사 중 KT가 가장 먼저 청소년 스마트폰 교육을 실시했다. KT 정규 직원이 직접 현장에 나가 교육하는 IT서포터스 활동이 대표적이다. 인터넷에 신청하면 쉽게 교육을 받을 수 있다.

나=올바른 휴대전화 사용을 위한 교육이 이뤄진다면 청소년들은 학부모와 함께 교육을 받았으면 좋겠다.

천=휴대전화 사용 안내가 첫 화면에 뜨는 등 교육을 받아야 기기 사용을 시작할 수 있게 제조사와 통신사가 발판을 마련해줘야 한다. 오프라인 교육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휴대전화 사용 문화 바뀌어야

김=근본적으로 휴대전화 사용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 휴대전화가 주체가 되기보다는 휴대전화를 도구로서 잘 활용하는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할 것이다. 통신사는 다양한 요금제를 만들고 이를 교육하려는 노력을 하기 위해 애쓰겠다. 예를 들어 ‘심플요금제’ 등을 활용해 중고폰을 쓰면서 선불제 요금 등을 사용하면 부모와 아이 둘 다 만족할 수 있을 것이다.

신=스마트폰을 잘 사용하면 청소년과 사회에 소통의 문화가 꽃필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하지만 이미 보이듯 잘못 사용하면 폐해가 엄청나다. 한국은 IT 강국이지만 단순히 스마트폰의 보급과 안전한 통신인프라구축에만 너무 치우쳐져 있지 않나 생각한다. 모바일 사용 교육이 좀 더 강화돼야겠다. 요금이 부과되는 시스템을 아이들이 정확하게 이해하고 스스로 조절할 수 있게 먼저 도와야 한다. 모바일 게임 중독을 막는 관련 법 제정도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