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 비관해 투신한 여성들 실화 다뤄 주목
작·곡·연출은 물론 두 주인공모두 여성

 

‘자유연애’라는 단어가 한창 만개했던 1931년 경성의 한 기차역. 두 여인이 손을 잡고 기차선로에 뛰어든다. 창작 뮤지컬 ‘콩칠팔 새삼륙’은 당시 실제로 일어난 ‘홍옥임·김용주 전차 투신 사건’을 모티브로 한다. 작곡가 홍난파의 조카이자, 조선 최초로 의사면허를 획득한 홍석후 박사의 딸인 홍옥임과 소문난 마포 부자 심정택의 맏며느리 김용주는 절친한 여고 동창생이자 연인 사이로 알려진다.

제목 ‘콩칠팔 새삼륙’은 ‘남의 일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하고 떠든다’는 뜻의 옛 우리말로, 홍난파 선생이 작곡한 동요의 제목이기도 하다. 홍난파는 자신의 조카가 쓴 동시를 보고 이 곡을 만들었다고 알려졌는데, 그 조카가 바로 실화의 주인공 홍옥임이다.

두 주인공은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 고등교육까지 받은 모던걸들로, 여학교에서 만난 친구인 서로에게 사랑을 느낀다. 제작진에 따르면 실제로 당시에는 순결을 잃을 수도 있는 남자와의 연애보다는 여학생끼리의 연애가 더 안전하다고 생각되어 공공연히 동성애가 장려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화려한 모던의 외면에 비해 여전히 봉건적이었던 세태 속에서, 옥임과 용주는 꿈을 빼앗기고 원지 않는 인생을 살아야 했다.

작품은 지난 3년 동안 대본 공모, 쇼케이스를 거친 작품 개발을 통해 문화체육관광부와 명동예술극장이 지원하는 2011 창작팩토리 뮤지컬 부문에서 1위를 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특히 뮤지컬과 연극에서 꾸준히 활동해온 신진 여성 창작자인 극작가 이수진, 음악감독 이나오, 연출가 주지희라는 여성 예술인 3인이 여성의 시각에서 시대를 읽어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보기 드문 여성 투 톱 뮤지컬이 나온 만큼 극을 이끌어가는 여배우들에게도 눈길이 간다. 온후하고 심지가 곧은 김용주 역할의 신의정과 남다른 행동으로 사람들 사이에서 늘 외톨이가 되고 마는 홍옥임 역의 최미소는 두 주인공 캐릭터의 미묘한 감정 변화를 섬세한 연기로 표현한다. 이밖에도 창작 뮤지컬 ‘영웅’의 안중군 역할로 주목받은 신예 조휘와 관록의 배우 최용민 등이 극에 무게를 더한다. 이들 실력파 뮤지컬 배우 전원이 원 캐스트로 극을 끝까지 끌어간다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8월 5일까지, 충무아트홀 블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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