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교육 프로그램 강화하고 아카이브 내실 기해야
국립 여성사박물관 필요성 제기
개관 이후 꾸준히 선보여온 상설전은 근현대 여성의 삶을 ‘여성 깨어나다’(여성교육), ‘여성 일어나다’(여성의 사회경제적 참여), ‘여성 달라지다’(개항 이후 여성 일상생활의 변화), ‘여성 표현하다’(여성의 문화활동) 등 5부로 나누어 열린다. 기획전은 24회의 기획전 중 소장 유물전이 5회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이밖에도 여성의 일, 호주제 폐지, 가부장제 사회에서의 여성들의 힘과 창조성, 역사 속 여성 인물 등에 대한 전시 등이 있었다.
이송희 신라대 사학과 교수는 “여성사전시관이 그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아카이브를 구축하는 일이 필수인데, 전문 인력이 부족하고 예산이 적기 때문에 그 부분이 많이 부족하다”며 “전시에 있어서도 상설전에는 한국의 고대와 중세 여성의 삶이나 세계 여성사를 우리 한국 여성사와 비교·조명하는 부분을 추가하고, 기획전에서는 현재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는 여성운동과 여성단체, 여성운동가에 대한 내용을 추가하는 등의 변화도 시도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전시관이 개관한 2000년대 초반은 여성사가 지엽사로 여겨지던 시대를 지나, 인간 중심의 삶을 꿈꾸기 위해서는 여성 등 소수자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만들어지고 있던 때다. 설립을 맡은 여성문화예술기획은 대단한 열정으로 전시관을 기획했지만, 논의가 시작된 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2002년 12월 9일 다소 급하게 전시관이 문을 열면서 시공업체가 연구 용역을 담당했던 연구자들과 충분한 소통을 하지 못했다는 한계를 가졌다. 이후에도 콘텐츠를 업그레이드하려는 시도도 꾸준히 있었으나, 운영 및 관리 주체가 자주 교체되고 1년 단위로 전시관을 운영하는 등의 이유로 장기적인 전망을 하기는 힘들었다.
정현백 성균관대 사학과 교수는 “현재 규모와 예산으로는 우리나라에 여성사전시관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그는 “정치 주체들이 얼마나 의지가 있느냐가 제대로 된 전시관을 만드는 데 관건이다. 이게 안 되면 여성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문제 제기를 해야 한다. 여성주의자들이 직접 나서서 박물관을 건립하는 것도 고려해 볼 문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기록보관소를 구축하려면 일상생활의 자료도 폭넓게 모아야 하는데, 우리는 한국전쟁으로 없어진 유물이 많으므로 모든 여성들이 역사가가 된다는 심정으로 할머니들의 구술 인터뷰나 일기를 모으는 등의 작업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