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의 10% 비상 자금으로 적립해야

한낮에는 30도에 육박하는 더위가 벌써 기승을 부리고 있어 아마 지금쯤 올해 휴가는 누구와, 어디로 갈지에 대해 계획을 세우는 분들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올해 휴가비는 다들 준비했을까.

최근 가계부채가 1000조원에 육박하고 물가가 크게 뛰어 각 가정에 재정 압박이 심각한 상황이 되면서 다가오는 휴가철이 그리 반갑지 않은 분들이 많을 것이다. 평소에 저축이 거의 없고 가끔 나오는 상여를 받아 마이너스 통장을 메우는 가정에서는 비상금이 없으니 회사에서 휴가비가 나오지 않으면 또 현금서비스나 카드를 이용해 휴가를 다녀오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매달 지출되지는 않지만 연간 한두 번 꼭 지출되는 비정기 지출 항목(자동차보험료, 자동차세금, 여름휴가, 경조사, 명절, 가족 생일 등)들은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필자의 경우 지난 5월에 처제네 식구들과 함께 이른 여름휴가를 다녀왔다. 그것도 태국의 푸껫으로. 미리 지난해부터 계획을 세웠을까? 아니다. 갑자기 처제가 여행 계획을 세울 테니 같이 가자고 해서 보름 전에 즉흥적으로 결정됐다. 그렇다면 이 비용은 어떻게 충당했을까.

다행히도 지난해에 긴급 상황에 대비한 비상 자금을 어느 정도 준비하고 있었기에 가능했다.

지난해가 결혼 10주년이 되는 해였고, 그전까지 제대로 해준 것도 없는 남편이기에 결혼 10주년에 대비해 2년 전부터 매달 월급에서 10% 정도를 떼어내 적립했다. 어느 정도 자금이 준비된 후 결혼 10주년을 맞아 여행을 갈까, 선물을 살까 고민하던 중 장모님의 회갑이 같은 해라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 결혼 10주년과 장모님 회갑 중 어디에 지출해야 할까 고민하다 장모님 회갑을 선택했고 준비한 돈을 회갑연에 보태드렸다. 비상금 덕에 다행히 맏사위의 역할을 조금은 할 수 있었고 아내도 고마워하는 눈치였다. 이때 쓰고 남은 돈에 기존 적립하던 10%를 계속 적립해 또 비상금이 준비됐고 올해 갑작스런 여행경비로 충당할 수 있었다.

만약 비상금을 미리 준비하지 못했다면 장모님 회갑에 첫째 사위의 역할을 못해 두고두고 처가에 죄송했을 것이고, 갑작스런 여행 제안에 돈이 부담스러워 아들에게 우리는 같이 못 가는 이유를 설명하느라 힘들었을 것이다. 아니면 카드로 지출하고 다음 달 카드 명세서가 날아올 때 괜히 갔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비상 자금은 가정의 안전판 역할을 한다. 파산이나 신용불량에 몰린 분들을 상담해보면 처음부터 몇천 만원의 부채가 있었던 것이 아니고, 급하게 몇백 만원이 필요했는데 이를 고금리의 현금서비스나 대부업체를 이용했다가 상황이 안 좋아져 큰 위기에 몰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먼저 월급의 2~3배 정도는 비상 자금으로 반드시 먼저 확보하고, 여유가 있다면 저축을 하는 습관을 들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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