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쿨비즈’가 대세=체감 온도를 2℃ 이상 낮출 수 있다는 ‘노타이’는 기업들이 가장 쉽게 실시하는 에너지 절약 방침이다. 재킷을 벗어던진 기업도 있다. 삼성그룹 서울 서초동 본사 직원들은 창사 이래 처음으로 재킷을 입지 않고 출근했다. 현대기아차그룹은 혹서기 재킷을 입지 않고 노타이에 반팔 셔츠를 착용하게 했다. 항공업계도 동참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오는 9월 15일까지 넥타이를 착용하지 않는 ‘쿨비즈(Cool-Biz)’ 근무를 실시하고 대한항공 직원들도 6월 1일부터 3개월간 넥타이를 착용하지 않는다. 단, 제복은 제외됐다.
◆불필요한 전력 소비 제거=전력 소비를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업들은 불필요한 전력부터 줄이는 것이 우선이라는 판단이다. 현대기아차그룹은 양재동 본사 사무실, 비상계단 등의 전등 일부를 소등하고 주차장에서 주간 75%, 야간과 휴일 90% 절전을 목표로 한다. LG전자는 점심시간 등 비업무 시간에는 소등하는 정책을 시행한다. 삼성전자는 ‘에너지 패트롤제’를 실시해 직원들이 스스로 회사 안을 살피며 전력이 새는 곳이 있는지 체크한다.
◆에너지 감축 설비 도입=기업들은 장기적인 에너지 감축을 위해 새로운 에너지 절약 설비를 도입하고 있다. 할로겐 조명보다 70% 효율이 좋고 열 발생률을 50% 이상 감소시키는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교체가 가장 일반적이다. LG그룹은 지난해 여의도 LG트윈타워를 리모델링하는 과정에서 LED 조명으로 교체했다.
절전 센서도 인기다. 현대기아차 충남 아산공장에는 전 공장 화장실의 조명을 사람이 출입함에 따라 자동으로 켜지고 꺼지는 ‘카운터 센서’를 설치해 운영 중이다. SK텔레콤은 퇴근 후 사무실 조명이 자동 소등되는 시스템을 주요 사옥에 설치해 운영 중이다.
간단한 설비 조정으로 에너지 절약을 유도하기도 한다. 롯데백화점은 매장 내 피팅룸을 쾌적하게 하기 위해 막혀 있던 위쪽을 뚫어 공기가 유입되도록 했다.
특수 시설도 마련됐다. SK그룹은 서울 서린동 사옥에 심야 전력으로 얼음을 만들었다가 주간에 얼음으로 냉방하는 ‘빙축열 에어컨’을 도입했다. 포스코는 9월까지 고로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생가스’ 등을 이용한 자가발전 비율을 현재 70%에서 80% 이상으로 높일 예정이다.
◆직원 가족과 함께하는 절전운동=삼성그룹은 생산현장 5%, 사무실 10%, 가정 15% 등 자발적인 절전 목표를 정하고 절전을 위한 임직원 3S(Smart Summer Save) 운동을 전개하기로 했다. 회사에서의 절전운동에 이어 직원들이 가정에서 근검절약 생활화, 사용하지 않는 전자기기 제품 코드 빼기, 외출 전 1시간 전부터 에어컨 끄기 등을 실천할 수 있도록 권고할 방침이다. 임직원 가정이 10% 이상 절감하면 문화상품권을 지급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대기업 절전 노하우 중소기업에=중소기업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온실가스 감축을 지원하기 위해 대기업 전문가로 구성된 ‘에너지경영혁신 자문단’이 구성된다. 대기업의 온실가스 감축 관련 노하우를 중소기업에 이전하기 위한 관리체계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포스코, GS칼텍스 등 주요 업종별 10대 기업과 40개 협력 중소기업이 참여한다.
기업들의 에너지 절감 노력은 전 산업계로 확대돼 전국경제인연합회는 5월 31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석유화학, 철강, 자동차, 백화점 등 23개 업종단체와 함께 ‘하계 안정적 전력 수급을 위한 산업계 절전 선언식’을 열었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국민 생활의 편리함뿐 아니라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을 위해서도 전력의 안정적 공급은 필수”라며 “전력 사용량은 꾸준히 증가했음에도 당분간 발전소의 추가 건설이 어려운 만큼 산업계도 적극적인 절전을 통해 전력 대란 예방에 나서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