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가장 소비를 많이 하고 저축 안 하기로 유명한 나라인 미국의 저축률은 2011년 기준 5.7%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저축률은 얼마나 될까.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말까지 우리나라는 평균 20%에 육박하는 전 세계에서도 가장 높은 저축률을 기록했다. 이러한 높은 저축률은 경제성장을 위한 투자 재원으로 사용되는 데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저축은 대폭 줄어들었다. 2000년대에 평균 4.7%로 줄었다가 2012년 기준 2.7%를 기록했다. 평균 100만원을 번다면 우리나라 국민은 2만7000원 저축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갑자기 저축보다는 모두 소비 지향적으로 됐는가?

요즘 가정의 필수항목인 통신비 항목을 살펴보자. 90년대 우리의 통신비 하면 한국통신의 집 전화가 전부였다. 인터넷도 없었고 휴대전화도 없었다. 한 가정의 통신비는 평균 2만~3만원 정도였다. 5만원이 넘게 나올 경우 어머니로부터 엄청난 구박(?)을 견뎌내야 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각 가정을 보자. 스마트폰 기본요금이 5만5000원에 부가세를 포함하면 6만원이 기본이다. 전화를 많이 쓴 경우 7만~8만원이 넘는 경우도 있다. 4인 가족의 경우 휴대전화 요금만 해도 20만원이 넘는다. 여기에 인터넷과 케이블TV, 그리고 인터넷 전화까지 패키지로 해 3만8000원을 추가하면 한 가정의 통신비만 해도 25만원에서 30만원이 넘는다.

이처럼 통신비 등 필수적인 지출의 증가, 사교육비의 증가, 주택대출 상환 등 지출 항목은 늘었지만, 소득 상승률은 하락하고 직업은 불안정해지는 등 여러 요인들로 인해 가처분 소득이 줄었고 저축할 돈이 줄어들었다. 즉, 저축하고 싶어도 할 돈이 없는 것이다.

하지만 국가 전체의 저축률인 총저축률은 30%대로 크게 줄지 않았다. 이것은 99%의 일반 가계는 돈이 없어 저축을 못 하는데 누군가는 저축을 엄청나게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상위 1%의 대기업들이다. 요즘 대기업은 돈을 많이 벌기는 하지만, 국내에 재투자를 안 하고 있기 때문에 수익을 상당 부분 현금성으로 저축하고 있다.

예전에 2만원 정도 지출하던 통신비를 현재 30만원가량 지출하면서 삼성전자, SK텔레콤, LGU플러스 등의 통신업체의 수익으로 넘어가고 우리는 정말 필요한 곳에 지출을 못 하고 돈이 없어 저축을 못 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 하는 이 소비가 나의 필요에 의해 내가 선택한 것일까, 아니면 대자본의 홍보, 마케팅으로 만들어진 욕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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