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여성의 몸을 탐하다

방송미디어가 여성 연예인들의 몸을 노출시키는 것으로 시청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시청률 상승을 도모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미디어는 화제성을 위해 걸그룹에 노골적으로 노출을 장려하고, 로앵글(low angle)의 카메라 기법과 몸을 훑는 듯한 카메라 움직임 등으로 시청자의 관음증을 부추기면서 여성의 몸을 탐하고 있다. 우리 대중문화가 여성의 몸을 보는 이중적인 태도를 여실히 드러낸다.

최근 한 공중파 예능 프로그램에서 불거진 아이돌의 노출 논란도 그 한 예다. 걸그룹 소녀시대의 멤버 써니가 온천탕에 입수하면서 비키니와 시스루 톱을 매치한 패션으로 몸매를 드러낸 것이다. 타 방송에서 출연자들이 수영복 대신 찜질방복을 착용하며 노출 수위를 자체적으로 조정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아이돌이 청소년들에게 미치는 큰 영향력을 생각하면 방송 이미지에 더 조심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방송 이후 ‘써니 몸매’ ‘써니 비키니’ 등의 키워드가 생산된 것만 봐도 그렇다.

음악 프로그램으로 가면 문제는 더욱 심해진다. 방송은 어린 여성들을 보호해야 할 대상이 아닌 돈벌이 수단으로만 생각한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청소년 연예인들의 노출을 엄격히 규제하겠다고 나서기는 했지만, 이를 피해가는 미디어의 수법도 날로 교묘해진다. 배꼽을 감추는 대신 허벅지와 엉덩이 부분을 최대로 노출시키는 의상을 입고 카메라 위치를 아래로 내려 짧은 의상 속을 최대한으로 노출시키는 행태 등이 그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물론 어디까지나 ‘사고’로라도 속옷이나 신체 일부가 노출되는 사고가 일어나면, 이에 대한 논란은 오히려 마케팅이 되는 상황이 벌어진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미국이나 일본의 대중음악 시장에서는 아이돌 혹은 버블팝 뮤직을 ‘십대들이 열광하는 가수 혹은 음악’이라 규정하고 소비층도 십대에 한정해서 성적인 매력을 강조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십대 걸그룹이 대중음악 시장을 주도하고 이들은 30~40대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기 위해 섹슈얼 코드가 필수적”이라고 국내 가요시장의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했다.

패션마케팅 전문가 이미아 서울대 연구원은 “여배우에게는 연기에 대한 혹평보다 옷 못 입는다는 말이 더 치명타다. 노출로 회자되는 것은 오히려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기회로 여겨지기 때문에 노출 사고나 세간의 입방아에 오르는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점점 더 벗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내러티브가 강조되는 드라마에서도 노출이 마케팅의 수단으로 여겨지는 것은 마찬가지다. 최근 tvN 수목드라마 ‘인현왕후의 남자’는 여주인공 유인나를 첫 회부터 속옷 차림으로 등장시켰다. 이후에도 원피스를 갈아입는 장면에서 속옷이 노출되는 등 몸매를 일부러 공개하는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공중파 방송도 마찬가지다. MBC 주말드라마 ‘무신’이 노비 월아(홍아름)가 알몸의 상태로 신체검사를 받는 장면과 심하게 매를 맞는 장면을 노출시킨 것이 그 한 예다.

정석희 문화평론가는 “미디어가 지나치게 선정적인 장면과 자극적인 대사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선정성과 표현 자유의 대립을 절묘하게 활용하며 홍보 효과를 노리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그러나 노출 장면이 자주 나올 경우 마케팅 효과는 반감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충격요법이나 시범케이스는 반복될수록 부작용이 있게 마련”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