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인의 날(5월 20일)과 다문화 주간(5월 20~26일)이 올해로 벌써 다섯 돌을 맞았다. 세계문화다양성의 날(5월 21일)을 하루 앞당겨 기리는 다문화 주간의 기념행사에선 ‘문화 다양성 수용’이나 ‘문화적 소통과 화합’ ‘다문화 존중’ 같은 다문화 사회의 기본 가치를 선언했다. 하지만 문화 다양성의 가치나 인권 등 기념일 본래의 취지가 제대로 살아나고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다문화 주간을 외국인과 한국인이 서로의 문화를 맛보는 기회 정도로 피상적으로 여기는 이들도 많다. 다문화 지원 기관에서 일하는 한국인과 결혼이주 여성들, 심지어 다문화강사들마저도 다문화를 단순히 외국 문화, 그것도 전통적인 옷과 음식, 공예품 등의 물질문화로 막연하게 이해하는 경우가 있다. 다른 문화의 가치를 인정하고, 다른 문화를 향유하는 사람을 존엄한 존재로 존중하면서 대등한 파트너로 소통할 자세가 돼 있는가에 대한 성찰은 부족하다.

일회성 보여주기식 행사 위주로는 문화 다양성 가치를 사람들의 의식 안으로 끌어들이고 일상의 실천으로 체화시키기 어렵다. 과연 세계인의 날 기념행사에서 아프리카 부족의 춤을 보았다고 아프리카 사람들을 더 존중하게 될까? 베트남 출신 결혼이주 여성 다문화강사가 베트남의 전통의상을 보여주거나 음식을 맛보게 해준다고 해서 베트남인을 저절로 존중하게 될까? 다문화 교육을 받은 한국인 교사들조차 다문화 교육을 하러 학교에 오는 이주 여성 강사를 대수롭지 않게 무시하는 일도 있다고 한다. 다문화 행사를 통해 문화가 다양하고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을 수는 있겠지만, 문화 다양성 존중과 그 기저에 놓인 인권에 대한 깨달음과 평등의 실천에는 이르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우리나라는 인권과 자유에 입각한 문화다양성협약을 비준한 나라다. 특히 올해 5월은 광주시의 인권도시 선언이나 서울시와 충남도 등 지자체의 포괄적 인권조례 제정에 힘입어 인권이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올해를 계기로 문화 다양성과 인권을 더 구체적으로 담아내는 ‘세계인의 날’과 ‘다문화 주간’을 만들어 나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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