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교육 사각지대, 방방곡곡 찾아갑니다”
도·농 격차 해소 위해 성교육 버스 제안
10년간 지구 6바퀴 반 돌아

 

보통 ‘성교육’ 하면 교실에 설치된 TV나 학교 체육관에 전교생이 모여 앉아 “정자와 난자가 만나…”로 시작되는 강의가 떠오른다. “아직도 그러는 곳이 있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성교육은 학교 간, 도시와 농촌 간 격차가 여전히 큰 것이 현실이다. 달리는 성문화센터 ‘탁틴스쿨 와~’는 도·농 간 성교육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2002년 이현숙(46·사진) ㈔탁틴내일 대표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만화 ‘신기한 스쿨버스’를 보면서 버스를 타고 성교육을 받기 어려운 아이들을 찾아가면 좋겠다는 생각에 제안했어요. 45인승 버스를 어렵게 개조해 청소년성문화센터의 콘텐츠를 그대로 옮겨 놓았는데 만들고 보니 버스는 한 대인데 찾는 곳은 많고, 운영은 만만치 않아 애 많이 먹었죠.”

그렇게 버스가 10년간 운행한 거리는 자그마치 지구 6바퀴 반이다. 교육을 받은 아이들도 19만2000여 명에 달한다. 실제로 ‘탁틴스쿨 와~’는 도시와 농어촌 간 성교육 격차 문제를 해소하는 역할을 했다는 평이다. 농촌의 경우, 학교에 보건교사가 배치돼 있지 않거나 교재·교구가 열악해 교육의 기회가 적다보니 성교육 버스에 ‘승차’하기 위한 경쟁률이 치열하다.

“예전엔 아무래도 교육의 기회가 적다보니 생리나 몽정을 아예 모르는 아이도 많았어요. 성폭력이라는 단어조차 낯설어했죠. 10년이 지난 지금은 성교육의 중요성을 알게 됐고, 성폭력은 나쁜 것이라는 것도 많이 인지하게 된 것이 가장 큰 변화인 것 같아요.”

한국외대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같은 대학 언론정보대학원에서 석사를 마친 그는 성문화 운동가를 하기 전엔 신문기자로 일하기도 했다. 여성과 청소년 관련 기사를 쓰면서 반성폭력·성매매 운동에 관심을 갖게 됐고 둘째 아이를 임신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성문화 운동에 나서게 됐다.

이 대표는 “올해는 메이크업 전문 브랜드 맥의 지원으로 버스를 2대로 늘리고 유아부터 고교생까지 성폭력 예방교육, 성적자기결정권에 대한 토론 등 성에 대한 감수성을 높이고 재밌게 체험할 수 있는 교육장으로 꾸몄다”며 “이를 토대로 내년에는 성교육 버스 5대를 운영해 더욱 많은 아이들이 올바른 성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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